세금이든 부담금이든, 물가안정-식품안전 우선돼야목적이 좋다고 정책이 좋은 것 아냐정책은 결과로 심판받는 것
  • ▲ 설탕세든 설탕 분담금이든, 그게 설탕의 과다섭취를 줄인다는 근거가 있는가? 외국 사례에서 별 소용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에서 설탕 소비량과 소득은 반비례 관계를 보인다. 결국 저소득층 호주머니 부담만 증가하는 셈이다. ⓒ 챗GPT
    ▲ 설탕세든 설탕 분담금이든, 그게 설탕의 과다섭취를 줄인다는 근거가 있는가? 외국 사례에서 별 소용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에서 설탕 소비량과 소득은 반비례 관계를 보인다. 결국 저소득층 호주머니 부담만 증가하는 셈이다. ⓒ 챗GPT
    ■ 결과적으로 그게 그거

    《세금》은 떫고《부담금》은 달다.
    어감상 그렇다.
     
    《설탕 부담금》이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다. 
    진지한 토론이 필요하다. 

    《설탕세》《설탕 부담금》은 물론 다르다. 
    설탕세는 일반조세이고 설탕부담금은 목적세에 가까운《비용 내부화》메커니즘으로 파악 가능하다. 
    제도설계 시각에서,《비용 내부화》란 말 그대로 비용을 만들어낸 쪽에 그 비용을 청구하는 것이다.  
     
    설탕 과다섭취로 발생하는 결과를《사회적 비용》으로 파악, 설탕 공급자 쪽에 그《비용》을 부담케 하고, 그 재원을《국민건강》을 위해 사용하자는《정산의 논리인 것이다. 
    하지만 설탕부담금설탕세와 다르다고 해서 자동으로 물가 안정이나 식품 안전까지 보장해 주지 않을 수 있다.  

     
    ■ 설탕부담금이 초래할 파장

    이재명 대통령이《설탕 부담금》논의를 두고 “어려운 문제일수록 토론해야 한다” 고 밝혔는데 옳은 말이다. 
    설탕 과다섭취가 초고령화 사회에서 당뇨·비만 증가와 건강보험 재정 악화로 이어지는 현실을 외면할 수는 없다. 
    개인의 식습관으로 치부되던 문제가 사회적 비용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점에서, 정부 개입의 필요성을 제기한 것 자체는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설탕 부담금》이 초래할 현실적 파장을 충분히 분석할 필요가 있다. 
    특히 저신뢰 사회에선 신중함이 요구된다. 
    목적이 선하다고해서 결과가 반드시 선하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설탕은 사치재가 아니다. 
    음료·제과·가공식품 전반에 쓰이는 기초 투입재다. 

    여기에 부담금이 붙으면 기업 입장에서는 명백한 원가 상승이다.
    그 상승분 상당 부분이 소비자 가격으로 전가될 가능성이 있다. 
    기업은 자선단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제도의 이름이《세금》이든《부담금》이든, 가격 결정 과정에서 비슷하게 작동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 물가 상승과 식품 안전

    문제는 파급 범위다. 
    설탕이 들어간 제품은 광범위하고 일상적으로 소비된다는 게 특징이다. 
    따라서 소액 인상에도 체감도가 매우 높다
    편의점 음료와 간식, 외식·배달 식품 가격이 동시에 오르면 생활물가 압박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가격의 하방경직성이다. 
    주위를 둘러보라. 
    식료품 중에 한번 오른 가격이 다시 내려간 적이 있는지. 
    거의 없다. 
    특히 지금처럼 고물가 국면에서 설탕부담금은 인플레이션을 더 자극할 가능성이 크다
    부담금》이라는 명칭이 물가상승을 방지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쟁점은 식품안전이다. 
    설탕에 가격 신호를 주면, 기업은 설탕 사용을 줄이는 대신 대체감미료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허용된 인공감미료들이 기준 내에서는 안전하다고 평가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장기적인 대사 영향이나 혼합 사용에 따른 누적 효과에 대해서는 아직 논쟁이 진행 중이다.  
     
    설탕부담금은 시장 전체에 대체 압력을 가한다. 
    그 결과 단맛은 유지되되 성분은 복잡해지고, 소비자는《저당》이나《무설탕》이라는 표시를 건강 신호로 오인할 수 있다. 
    정보 비대칭이 커질수록 식품 선택의 질은 떨어진다. 
    이는 단일 성분의 위험을 줄이는 대신, 안전성에 대한 신뢰를 잠식하는 구조적 리스크다. 

     
    ■ 저신뢰 사회 vs. 고신뢰 사회

    저신뢰 사회에서 정책이 빨라질 때, 과학과 감시 체계가 그 속도를 따라가잡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정부가 증세 오해를 받아가며 추진하고자 하는 설탕부담금의 가장 큰 명분과 목적은《국민건강》일 것이다. 

    하지만 저신뢰 사회에선 설탕부담금이 그 의도와 다르게《국민건강》을 더 위협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문제는 한국이 고신뢰 사회냐 저신뢰 사회냐이다.  
     
    불확실성이 있는 경우, 속도를 늦추고 감시와 조정 장치를 먼저 마련해야 한다. 
    《설탕 부담금》이 성급히 도입될 경우, 설탕이라는 명확한 표적 뒤에 숨어 대체 성분에 대한 연구와 사후 관리가 뒷전으로 밀릴 위험이 있다. 
    그 경우, 정책은 더 큰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키게 된다.       
     
    물론《설탕 부담금》을 무조건《증세 프레임》에 가두는 건 반대다. 
    하지만 신중함이 요구된다. 

    정책에 대한 신뢰는 명분이 아니라 설계의 정교함과 위험 관리 능력에서 나온다. 
    물가 충격을 어떻게 완충할 것인가.
    대체감미료 확산과 식품 안전성 논란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등등.
    이런 문제점에 대해 진지한 토론이 필요하다.  

     《설탕 부담금》논쟁의 본질은《세금》이냐《부담금》이냐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가 그 정책을 감당할만큼 제도적 신뢰가 충분한가의 문제다. 

    신뢰가 없으면 그 정책이 아무리 선량해도 정반대의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정책은 의도가 아니라 결과로 평가받는다. 
    《설탕 부담금》역시 예외일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