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주의에 관한 이해와 오해가장 많이 인용된 책 5위권민족-민족주의에 대한 인식 폭 넓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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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 ▲ 베네딕트 앤더슨 著『상상된 공동체 』(서지원 역, 2018) ⓒ 길
한국 학계-출판계-언론계 등 지식인 사회는 지나치게 좌파로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좌파 지식인들이 담론을 장악, 한국 사회 전반을 좌경화시키고 있다.그런 좌경화에 맞서 싸우는 우파 인터넷신문 뉴데일리는《자유의 파수꾼》임을 자임하고 있다. ① 자유민주주의 ② 자유시장경제 ③ 자유통일 이라는 사시가 그것을 말해주고 있다.창간 20주년을 맞은 뉴데일리는《기업이 대한민국이다》라는 새로운 비전을 선포하고, 그 슬로건에 걸맞는 기획 시리즈를 준비했다.《책을 보다》연재가 그것. 매주 한 권의 책을 골라 소개-분석-비평하는 기획이다. 단순 서평 차원을 넘어 반(反)대한민국-반자유민주주의 세력과《담론 투쟁 / 이론투쟁》을 벌여나갈 생각이다.열여덟 번째 책으로 베네딕트 앤더슨 著『상상된 공동체 』(서지원 역, 길 2018)가 선정됐다.필자는 유광호 자유민주연구학회 회장 / 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 전문연구원.필자는 서울대 역사교육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에서 사화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전 연세대 강사. 전 연세대 이승만연구원 연구원, 전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초빙연구위원을 지냈다.한국자유회의 운영위원.========================== -
- ▲ 한국 좌파는 민족주의에 열광한다. 이씨조선의 환생체인 북조선의 "우리 민족끼리"가 대표적이다. 이런 기류는 반일-반미로 치닫는다. 서구의 근대 자유민주주의 문명이 이식된 남한 내 좌파도 민족주의에 광분한다. 문제는 그런 민족주의는 민족주의가 아니라 저열한 종족주의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 제미나이
■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인용됐지만, 가장 오해되는 책민족주의는 세계 어느 나라든 문화적으로 없는 데가 없다.민족적 자부심에서부터 스포츠와 종교에 이르기까지 다 그렇다.민족주의는 현대 사회들의 지배적 제도들과, 사회적 관행들과 가치들에 깊이 배태돼 있다.민족주의는 민족을 집단적 연대와 정치적 정당성의 주된 단위로 자리매김하는 하나의 세계관이다.이 고도로 유연하고 다면적인 담론은 일상의 관행과 신조와 생활 경험을 뒷받침한다.한국도 예외가 아니다.일상적 차원에서만이 아니다.반일과 반중 정서도 있다.반일은 좌익이 주도하는 가운데 적지 않은 국민들이 거부하기 어려운 힘에 이끌리듯 젖어있는 상태이고, 반중은 중공의 힘자랑과 위협에 따라 파고가 높아지고 있다.민족과 민족주의는 공산주의 이데올로기와 체제도 이기지 못한 강력한 힘을 가졌음을 소련과 동유럽 공산권의 붕괴로 입증했다.여러 정치세력이 경쟁하는 가운데, 한국에서는 좌익진영이 그것을 전유물(專有物)마냥 이용하고 있다.따라서 민족과 민족주의에 대한 정확한 파악은 특히 한국에서는 매우 중요한 상황이다.■ 민족, “제한되고 주권을 가진 것으로 상상되는 정치공동체”세계적으로 민족주의에 대한 관심과 연구가 왕성해지고 있다.그런 가운데 한국에서 민족과 민족주의를 논할 때면 거의 틀림없이 입에 올려지는 말이 “민족은《상상의 공동체》”라는 구절이다.이 말은 아일랜드 국적의 미국 사회인류학자 베네딕트 앤더슨(Benedict Anderson, 1936~2015)이 1983년에 출간한《상상된 공동체 : 민족주의의 기원과 보급에 대한 고찰, Imagined Community : Reflections on the Origins and Spread of Nationalism》에서 주장한 것이다.베네딕트 앤더슨은 신좌파 학계의 리더였던 마르크스주의 역사학자 페리 앤더슨의 형이기도 하다.한국 지식인들에게도 친숙하듯이, 이 책은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인용된 사회과학책 5위 안에 든다.그런데 가장 잘못 이해되고 있는 책이기도 하다.앤더슨은 인류학적 시각에서 “민족은 본래 제한되고 주권을 가진 것으로 상상된 정치공동체”라고 정의하였다.민족은 구성원들이 대부분의 자기 동료들을 알지 못하고 만나지 못하며 심지어 그들에 관한 이야기를 듣지도 못하지만, 구성원 각자의 마음에 서로 친교의 이미지가 살아있기 때문에 상상된 것이라고 설명한다.르낭(Ernest Renan)이 일찍이 갈파한《기억과 망각의 공유》가 이 상상함(imagining)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앤더슨의《상상된 공동체》라는 말은 민족주의 연구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면서도 가장 자주 오해되는 개념들 중 하나이다.그런데 그의 이 유명한 구절을 구사하는 많은 학자들이 그 의미를 잘못 이해하거나 그것의 넓은 사회학적 토대들을 간과하는 경우가 흔하다.■《상상된》이라는 말은《허구》라는 뜻은 아니다첫째,《상상된 공동체》라는 말을 민족공동체(nationhood)가 허위의식의 한 형태, 즉 발명된 것이거나 완전히 거짓으로 지어낸 어떤 것일 뿐임을 뜻한다고 오해하는 경우다.그러나《상상된(imagined)》이라는 말은《가상의(imaginary)》라는 뜻으로 오해되어서는 안 된다.모든 형태의 정체성은 사회적 구성물이고 그래서 상상된다는 사실이 그 정체성이 실제가 아님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반대로 상상이라는 것은 강력한 유형(有形)적 반향을 낳는다.사람들이 어떤 상황을 실제라고 규정하면, 그 결과 그것은 현실인 것이다.앤더슨에게 있어서 상상한다는 것은 거짓 이야기를 지어내거나 날조하는 행위가 아니고 주로 역사적으로 어떤 것을 창조하는 행위이고 어떤 집단적 실체를 눈에 보이게 하는 행위였다.그래서 겔너(Ernest Gellner)가 “민족주의는 민족이 없는 곳에 민족을 발명(inventing)한다” 고 다소 극단적으로 규정한 것에 대하여, 앤더슨은《발명》을《상상》이나《창조》보다는《허위 날조》와《거짓》과 동일시했다고 비판했던 것이다.둘째, 앤더슨은《상상된 공동체》란 개념이 민족만을 위한 것이 아님을, 즉 많은 오해와는 달리 예외적 구별이 아님을 확실히 한다.그 대신에 앤더슨은 면대면 접촉을 하는 원시적 마을보다 더 큰 모든 공동체들은 상상된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다.여기서 초점은 공동체가《가짜냐 진짜냐》는 문제에 있는 게 아니라 상상되는 방식에 있다.면대면 접촉의 소규모 집단은 친족과 고객처럼 고유의(particularistic, 보편적 원칙보다 개별적 맥락을 중시하는 특유의) 방식으로 연결을 늘일 수 있는 그물로 상상된다(imagined).반면에 민족, 계급, 종파 같은 대규모 집단은 추상적 실체로 상상된다(envisaged).민족은 그것이 상상되는 방식에서 다른 대규모 추상적 공동체들과 다르다.민족은 본래 제한되고 주권적인 정치공동체로 상상되는 것이다.민족, 종교 및 계급은 모두《상상된 공동체》라는 점에선 마찬가지다.하지만 그의 논지의 핵심은《상상이기에는 마찬가지》라는 게 아니라, 이 공동체들 각각이《어떻게 상상되는가》를 탐구하는 것이다.■ 민족주의, 근대의 산물이지만 이전 시대부터의 뿌리가 있다셋째,《상상된 공동체》라는 구절은 흔히 민족과 민족주의를 전근대적 교의들이나 친족, 신화, 종교 같은 집단적 애착 형태들과 선명하게 구분하기 위해 잘못 사용되어 왔다.이런 잘못된 이해에서는 민족주의는 전통적인 사회조직들과 그 규범 코드들과 완전히 괴리된다.그러나 앤더슨은 민족주의가 근대의 산물이기는 하나 현대 정치 이데올로기들보다 친족과 종교와 공통점이 더 많다는 관점을 분명히 한다.그는 민족주의를 다양한 모습들로 나타나는 현상으로 개념화한다.즉 하나의 단일한 보편적인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복수의 여러《민족주의들》로 나타난다는 말이다.그의 관점에서는, 민족주의는《자유주의》나《파시즘》보다는《친족》과 《종교》와 관계가 있는 것에 주목한다.앤더슨도 분명히 근대주의적(modernist)인 민족주의 이론을 보여주고 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앤더슨은 조직적 이데올로기적인 측면에서 점진적 변화를 강조한다는 점에서 다른 근대주의자들과 다르다.근대화에 대한 좁은《혁명적 모델》을 마음에 품고 있는 겔너와 홉스봄(Hobsbawm) 같은 고전이 된 학자들, 그리고 부륄리(Breuilly) 등과 같은 현재 활동하는 근대주의자들이 있다.이들과 달리, 앤더슨은 역사 변화에 대해 더 미묘하고 복잡하며 섬세한 독해를 보여준다.앤더슨은 과거와 현대를 날카롭게 구분하는 대신에, 민족주의라는 것은 이전 시대들의 이데올로기적 및 조직적 토대들 위에 점진적으로 구축된 것임을 강조한다.하지만 앤더슨이 이렇게 점진적 변화를 강조한다고 해서 민족주의 연구에서 그의 시각이 덜 근대주의적인 이론적 입장인 것은 아니다.그리고 족류(族類)-상징주의(ethno-symbolism), 영존(永存)주의(perennialism)나 다른 반근대주의 민족주의 이론에 가까운 것도 아니다.반대로 앤더슨은 근대주의는 장기지속적 분석과 충분히 양립될 수 있다고 본다.말하자면 앤더슨은 자제하는 근대주의라고 할 수 있다.앤더슨의《상상된 공동체》개념은 이와 같이 조심스럽게 읽을 필요가 있다.■《인쇄 자본주의》, 그리고 아메리카에서의 민족주의앤더슨의 또 다른 독창적인 주장도 있다.그는 근대 민족주의 형성의 핵심 요인의 하나로《인쇄 자본주의》역할을 꼽았다.신문 서적 등과 같은 근대적 인쇄 매체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그와 함께 앤더슨은 민족주의가 남북 아메리카라는 신세계에서 처음 출현했다고 했다.1820년부터의 유럽 민족주의 운동은 식민지로 이주한 백인들의 자손인《크리올(creole)》개척자들 덕분에 이미 활용이 가능해진 모델들의 모방이었다고 했다.민족과 불가분의 관계를 가지는 민족국가, 공화제, 공민권, 인민주권, 국기와 국가 등의 상상된 현실과 민족주의가 유럽이 아니라 유럽의 식민지였던 아메리카에서 발명되었다는 것이다.크리올은 혈통상 유럽인이면서도 아메리카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로 차별적 대우를 받으며 식민지의 행정 단위를 벗어날 수 없었다.그러자 크리올들은 점차 식민 행정 단위를 독립된 공동체로 간주하고 원주민들과 노예들까지 그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이면서 인민 민족주의(popular nationalism)의 토대를 마련한다.그들은 “유럽의 공동체들에 평행하고 비교할 만한 공동체들로서 자신을 상상”하고자 했다.아메리카인들의 독자적인 우애를 바탕으로 근대적 공화국이라는 새로운 공동체를 건설한다는 민족주의의 실험을 감행했다는 주장이었다.■ 비판과 반(反)비판앤더슨의 이 주장은 그간의 유럽중심주의적 연구에 대한 해독제일 수도 있지만, 다른 많은 민족주의 연구자들에게서 무시되거나 심각한 반대를 받아왔다.첫째로, 족류-상징주의 주창자이며 가장 큰 민족주의 연구자 사단을 이끌고 있는 앤서니 스미스(Anthony D. Smith)가 있다.그는 민족들이 18~19세기에 생겨났다는 앤더슨의 근대주의 입장과, 민족이 실제로 인공적인 구성물, 즉 정치적 및 경제적 야망에서 민족적 연대를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엘리트, 지식인, 행정가들의 상상과 의식의 산물이라는 주장에 대해 비판적이다.둘째로, 근대주의적 입장의 학자들의 비판인데, 그들은 자신들이 민족주의 출현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보는 근대국가의 역할을 앤더슨이 무시하거나 과소평가했다고 비판했다.셋째로, 그 외에도 여러 학자들이 앤더슨 이론의 많은 부분의 가치와 설득력을 인정하면서도, 그 포괄성 때문에 들어맞지 않는 경우가 많으며, 역사적 사실에서도 약점이 있다고 비판한다.특히 마르크스주의 좌파 지식인들과 앤더슨은 날카롭게 대치된다.그들은 민족주의를 인종주의와 같은 악으로 간주했지만, 앤더슨은 민족주의는 인종주의와 무관한 것이라고 지적했다.인종주의는 민족이 태어나기 전부터 꾸준히 존재해 온 계급적, 귀족주의적 사고방식에서 자라난 것이므로 족보부터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그리고 앤더슨은 민족주의 소멸론과 관련해 “이 정도로 긴 시기에 걸쳐 예언돼 온《민족주의 시대의 종언》은 지평선의 저쪽에서조차 나타나 있지 않다”고 말하기도 했다.타당한 판단이다.“민족주의의 황혼”을 예언했던 고명한 마르크스주의 역사학자 홉스봄과는 지성의 수준이 달랐다는 점을 알 수 있다. -
- ▲ 버나드 야크(Bernard Yark) 저 《Nationalism and the Moral Psychology of Community (민족주의와 공동체의 도덕심리학)》 ⓒ 시카고대학 출판부
■ 균형 잡힌 인식 필요1983년에 초판이 출간되었고 1991년에 증보 재판이 나온 이 책은 당시 큰 인기를 얻었다.그러나 민족주의를 연구하는 전문 학계의 반응은 일반의 그것만큼 열광적인 것은 아니었다.《상상된 공동체》라는 앤더슨의《은유》의 영향력은 매우 컸다.하지만 역사학적 성과는 미흡했다는 평가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어떻든 민족과 민족주의를 거론할 때 앤더슨의《상상된 공동체》를 상투적으로 적용하는 데서는 벗어나야 한다.그것은 겔너의 1983년 출간된《민족과 민족주의, Nations and Nationalism》에도 마찬가지로 해당된다.이 주제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사실적 이론적 모두에서 더 심화시킬 필요가 있다.정치학자 버나드 야크(Bernard Yark)가 2012년에 출간한 《Nationalism and the Moral Psychology of Community (민족주의와 공동체의 도덕심리학)》같은 저작이 좋은 일례라 생각된다.이 책은 앤더슨의 문제의식도 흡수하면서 사회과학과 역사학을 종합한 탄탄한 지식을 선보이고 있다.야크는 이렇게 지적한다.“앤더슨의《상상된 공동체》라는 테제를 낳은 구성주의적 접근이 생각하는 민족(nation) 개념에는 새롭거나 딱히 근대적인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공동체를 상상하는 이런 방식은 고대 그리스와 그 너머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긴 역사를 가지고 있다.상대적으로 새롭거나 시기적으로 근대적인 것은 민족공동체가 아니라 민족주의이다.다른 말로 하자면, 근대 세계에서 변화해온 것은 민족 그 자체라기보다는 민족공동체를 향한 우리의 태도, 특히 우리의 정치적 태도이다.민족공동체와 민족주의를 구별하는 데 실패한 것이 그렇지 않았다면 민족주의에 대한 통찰력이 풍부했을 많은 근대주의적 이론들의 주요 한계인 것이다.”민족주의는 근대의 산물이지만, 민족은 근대에 갑자기 만들어진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다.야크의 종합은 사실적이며 균형 잡힌 인식이다.이 같은 균형은 지금 우리 한국인들에겐 특히 중요하다.■ 우리《민족》을 종족적 악용으로부터 구해내야《민족과 민족주의》라는 주제는 현재 한국인들에겐 직접적인 과제의 하나다.좌익 세력이 민족주의를 휘둘러대며 악용하면서 종족주의적 폐해(弊害)가 간단치 않은 상황이다.하지만 종족주의의 폐해 때문에《민족》을 놓아버리는 것은 현명한 대응은 아니다.상상된 공동체로서의 민족은 허구가 아니라《역사적으로 형성된》실체다.우리《민족》을《종족적 악용》으로부터 구해내는 것을 기본방향으로 하는 것이 올바른 대응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