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무기판매, 中과 '아주 상세히 논의'" … 44년 금기 깬 트럼프"美 믿고 독립 말라" … 트럼프, 사실상 대만 독립 움직임 제동WSJ "中에 대만 거부권 주는 꼴" … NYT도 대만 신뢰 흔들 우려달리오 "미국 안 지켜줄 것이란 믿음 확산" … 동맹국 불안 커져
  • ▲ 15일 중국 중난하이에서 대화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연합뉴스.
    ▲ 15일 중국 중난하이에서 대화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만 무기 판매를 중국과의 협상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고 밝히고, 대만 독립 움직임에도 공개적으로 부정적 입장을 드러내면서 미국의 오랜 대만 정책 기조가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만 내부는 물론 미국 동맹국들 사이에서도 "미국이 유사시 끝까지 개입할 것인가"를 둘러싼 불안감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거래 대상된 대만 무기판매 … 美 대중 원칙 흔드나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6일(현지시간) 사설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발언이 사실상 중국에 대만 무기 판매 거부권을 넘겨주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대만 추가 무기 판매 승인 여부에 대해 "할 수도 있고 하지 않을 수도 있다"며 "120억 달러 규모 무기 판매는 미국에 매우 좋은 협상칩"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중국 방문 뒤 귀국 전용기 안에서 기자들과 만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대만 무기 판매 문제를 "아주 상세하게(in great detail)" 논의했다고 직접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에 대해 논의했다"며 "나는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 우리가 가장 원하지 않는 것은 9500마일 떨어진 곳에서의 전쟁"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미국이 1982년 레이건 행정부 시절 발표한 '6대 보장(Six Assurances)' 가운데 '대만 무기 판매를 중국과 사전 협의하지 않는다'는 원칙과 배치될 수 있다는 논란을 불러왔다.

    ◇"동맹국에 美 나약함 신호" … NYT·WSJ 잇단 비판

    WSJ은 이에 대해 "만약 미국이 대만 무기 지원을 중단한다면 중국 지도부가 오랫동안 원해온 미국의 대만 무기 판매 거부권을 얻게 되는 셈"이라며 "이는 아시아 동맹국들에 미국의 나약함을 보여주는 신호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1979년 대만관계법(Taiwan Relations Act) 제정 이후 유지해온 대만 방어 지원 기조가 흔들릴 가능성을 우려하는 시각도 나온다. 미국은 공식적으로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하면서도, 대만 방어 능력 유지를 위한 무기 지원은 지속해 왔다.

    뉴욕타임스(NYT)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대만 지원 신뢰성 자체를 흔들 수 있다고 비판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대만에 국방비 지출 확대를 압박해 왔지만, 정작 대만이 구매하려는 무기를 중국과의 협상 카드로 활용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친구"라고 부르면서도 실질적인 합의를 끌어내지 못했다며 "인맥 중심 외교의 위험성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 ▲ 14일 베이징에서 만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연합뉴스.
    ▲ 14일 베이징에서 만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연합뉴스.
    ◇"미국이 안 지켜줄 수도" … 커지는 동맹 불안론

    대만 내부에서도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사실상 대만 독립 움직임에 반대 입장을 내비친 데다, 미국의 군사 지원마저 협상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시사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누군가 미국이 밀어주니 독립하자고 말하는 상황은 원하지 않는다"며 대만 독립 움직임에 선을 그었다. 이어 "중국은 매우 강력한 대국이고 대만은 매우 작은 섬"이라며 "대만은 중국 본토에서 95㎞ 떨어져 있지만 미국은 1만5000㎞ 이상 떨어져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직접 군사 개입 가능성에 거리를 둔 발언으로 해석됐다.

    반도체 문제도 논란이 됐다. 그는 "대만 반도체 기업들이 모두 미국으로 왔으면 좋겠다"며 "세계 반도체 산업의 40~50%가 미국에 위치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또 "대만이 오랜 기간 미국 반도체 산업을 가져갔다"며 대만 반도체 산업 성장 배경에 과거 미국 정부 책임이 있었다는 취지의 주장도 내놨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미국 동맹국들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는 '안보 신뢰 약화' 우려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 창업자 레이 달리오는 최근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이제는 미국이 와서 지켜주지 않을 것이란 믿음이 퍼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달리오는 "아시아 여러 나라가 미국 대신 중국과의 관계를 재조정하고 있다"며 "일종의 중국 중심 조공 체제가 형성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의 군사·재정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중국의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미국이 주도해온 전후 국제질서 역시 빠르게 재편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