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작가' 장진성 소설 '캠프 15' 독점 연재 43
옹헤야가 어머니 얼굴도 못 본채 실려 간 그날에는 비가 억수로 쏟아지고 있었다. 학교 정문 앞에 열세 살의 옹헤야가 서 있었다. 교복 상의는 젖었고 운동화엔 물이 고였다. 우산이 없었다. 그때 검은 벤츠가 학교 담벼락 앞으로 다가와 멈췄다.문이 열리고 싯누런 인민복에
'탈북작가' 장진성 소설 '캠프 15' 독점 연재 42
그 시각 도성진은 감시반에 둘러싸여 있었다. 그는 삽자루를 움켜쥐고 숨을 고르는 표정이었다. 그 앞에는 옹헤야가 있었다. 완장을 차더니 한순간에 바뀐 듯한 그의 표정에 성진은 얼떠름했다."내가 뭘 잘못해서 기합 주는 거예요?"뒤에 밀려나 있던 미꾸라지가 무리를 헤치며
'탈북작가' 장진성 소설 '캠프 15' 독점 연재 41
휴식시간이 끝나기 직전 2작업반 반장이 숨을 가쁘게 몰아쉬며 9분조로 달려왔다.그의 말은 단도직입적이었다."4명만. 지금 가족세대 작업장에 보내. 거기 큰 돌들 들어내야 해."그러고는 주저 없이 손가락을 내밀어 검은손, 주둥이, 도련님, 가수를 지목했다. 가족세대란 말
'탈북작가' 장진성 소설 '캠프 15' 독점 연재 40
옹헤야9분조는 우울했다. 갑자기 옹헤야가 감시반으로 옮겨간 이유가 조직부장의 지시라지만 소문은 달랐다. 옹헤야가 감시반으로 가기 위해 미꾸라지 앞에서 격술시범을 보이고, 만족한 감시반장이 데려갔다는 것이다. 옹헤야를 따로 만난 검은손은 실망이 컸다. 옹헤야는 자기가 감
'탈북작가' 장진성 소설 '캠프 15' 독점 연재 39
2월 18일, 민족 최대의 명절이 지나자 곧바로 눈보라도 거셌다. 밤새 쏟아진 눈이 그 바람에 얼려졌다. 이틀을 쉬고 난 뒤라서 더 춥게 느껴진 게 아니었다. 출소하지 못한 자들에게 그 사실을 다시 각인시키는 강제노역의 첫날이기 때문이었다.독신자 운동장은 새벽부터 눈밭
'탈북작가' 장진성 소설 '캠프 15' 독점 연재 38
독신자세대와 가족세대를 가르는 경계선은 어디보다 어둠이 깊었다. 그 아래 9분조원들이 허리를 숙이고 빠르게 달렸다. 검은손은 분조가 다 사라지면 의심받을 수 있다고 했다. 막사에는 옹헤야까지 둘만 남았다. 남자들의 발소리는 땅에 닿는 족족 사라졌다.숨소리는 서로의 숨소
'탈북작가' 장진성 소설 '캠프 15' 독점 연재 37
가족세대 지역을 처음 들어와 본 성진은 말로만 듣던 곳을 눈앞에 두고 잠시 멈춰 섰다. 토굴이라고 들었는데 막상 보니 제법 마을 같았다. 입구마다 돌로 된 발판이 놓여 있었다.옆집을 나누는 무릎 높이의 돌담도 있었다. 굴 앞을 슬쩍 들여다보니 장독 비슷한 게 눈에 잡혔
'탈북작가' 장진성 소설 '캠프 15' 독점 연재 36
출소자 명단이 발표되고 나면 '낙오자'들만 각오가 필요한 게 아니었다. 오히려 나가는 자들이 더 긴장했다. 해제자들은 보통 3일에서 1주일 넘게 그 막사에 머물러 있어야 했다. 그들을 태우고 나갈 트럭이 늦는 일이 많아서였다.가둘 땐 쏜살같지만 내보낼 땐 사정이 많았다
'탈북작가' 장진성 소설 '캠프 15' 독점 연재 35
다음날 17일 아침, 하얀 눈에 묻힌 보위원 사택 마을은 한적했다. 수령과 그 아들 김정일의 생일은 '국가명절'이라 이틀을 쉰다. 사회처럼, 수용소도 수령 신격화의 특혜가 적용됐다. 가파른 언덕 위에는 빽빽이 붙은 벽돌집들이 눈더미처럼 붙어 있었다. 그 사이를 구불구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