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탈북작가' 장진성 소설 '캠프 15' 독점 연재 16

    "내 주둥이 가져가세요. 갖고 가서 웃으세요"

    립석강 강둑 아래 수용자들이 가득 모였다. 작업 도구들을 놓은 손, 걸어오는 빈 몸. 편한 자기 숨, 분위기도 자유로웠다."이렇게라도 쉬는 게 어디야…""전에 소장 선생이 노래도 시켜서 작업 시간 줄였다더라…""간부가 역시 틀려…"무수한 잡음들 속에서도 유독 서련화의

    2025-12-17
  • '탈북작가' 장진성 소설 '캠프 15' 독점 연재 15

    "날 웃기면 건빵, 못 웃기면 주먹빵이다!"

    점심 주먹밥은 늘 그렇듯 너무 빨리 끝났다. 옥수수 껍질이 혀에 아직 붙어 있었지만 9분조는 하나둘 자리를 떴다. 도련님이 주워 온 담배를 피우기 위해서였다.9분조는 제각기 나뭇가지며 마른 장작을 들고 제방 아래에 모였다. 불을 피운다기보다 불을 흉내 냈다. 그들에게

    2025-12-16
  • '탈북작가' 장진성 소설 '캠프 15' 독점 연재 14

    12월 24일 … 붉은 펜으로 동그라미 쳐진 그 날짜는 총구멍처럼 보였다

    오전 간부 조회 시간이 끝나기 바쁘게 관리소 정치부장 사무실로 불려온 이가 있었다. 상좌 계급의 후방부장이었다. 그는 15호 관리소 보위원과 죄수들의 식량과 물자 배급을 총책임지는 자였다. 정적을 가르는 소리는 종이를 넘기는 바스락거림뿐이었다.책상 앞에 선 후방부장은

    2025-12-15
  • '탈북작가' 장진성 소설 '캠프 15' 독점 연재 13

    벽 너머 저편에선 처자를 부르는 오열이, 이편에선 아버지를 찾는 통곡이 …

    대열부장의 말처럼 룡평수용소는 가족세대 수용자들을 갈라놓는 곳이었다. 수용소 한복판에는 하늘조차 가려지는 높은 담이 있었다. 감히 올려다볼 엄두도 내지 못하게 높았다. 담장 위로는 고압 전류의 전선들이 가득했다. 담벼락은 단순한 구조물이 아니었다. 그것은 김정일의 언어

    2025-12-12
  • '탈북작가' 장진성 소설 '캠프 15' 독점 연재 12

    탕! 탕! 탕! … 밤하늘에 일곱 발의 총성이 울려 퍼졌다

    수용자들이 생활총화의 두려운 시간을 준비하던 그 밤, 소장은 조직부장 집에서 단둘이 술잔을 나누고 있었다. 둘이서 먹기엔 과할 정도로 푸짐한 상차림이었다. 기름기 번득이는 돼지머리, 붉게 절인 명태 무침, 큼지막한 삶은 닭이 술상에 그득했다. 부리에는 만 엔짜리 일본

    2025-12-11
  • '탈북작가' 장진성 소설 '캠프 15' 독점 연재 11

    존재 자체가 죄 … 숨 쉬는 것조차 반성의 이유가 됐다

    룡평15호에도 그 나름의 평등은 있었다. 사회와 똑같이 이곳 수용자들도 생활총화를 한다는 것이었다. 북한 사람들의 생활총화는 8세에 시작해 평생 계속된다. 그야말로 '요람에서 무덤까지' 이어지는 조직생활인 것이다.15호도 조직생활을 강요했다. 그 구조는 일반 사회와 본

    2025-12-10
  • '탈북작가' 장진성 소설 '캠프 15' 독점 연재 10

    "작업 시작!" 그 외침은 룡평산을 넘어 노을 속으로 메아리쳤다

    뜨거운 햇살이 머리 위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었다. 립석강 강둑을 따라 줄지어 쪼그려 앉은 수용자들은 각자 분조별로 주먹밥을 허겁지겁 먹었다. 시래기와 뒤섞인 옥수수 몇 알이라도 놓칠세라 손과 입이 쉴 새 없이 분주했다. 하지만 성진은 그 무리에 끼지 못했다. 작은 돌무

    2025-12-09
  • '탈북작가' 장진성 소설 '캠프 15' 독점 연재 9

    빛이 닿는 곳엔 … 어둠이 더 짙어졌다

    정치부장이 단독막사에서 김동규를 만나고 있던 그 시간, 소장은 자기 사무실 안에서 문을 잠그고 있었다. 그는 빠른 걸음으로 반대쪽을 향해 움직였다. 사무실 안에 숨겨진 작은 비밀방인 혁명화학습실로 들어갔다. 내부는 컴컴했다. 전등 대신 낮은 촛불 하나가 깜빡이

    2025-12-08
  • '탈북작가' 장진성 소설 '캠프 15' 독점 연재 8

    꽁초 한 모금에, 밥 한 숟가락 … '담배 연기'가 희망이 되고 절망이 되는 그곳

    아직 해가 온전히 뜨지 않은 6시였다. 독신자막사 운동장은 여전히 어둠에 잠겨 있었다. 수용자들은 조별로 운동장에 모였다. 9분조도 2열 종대로 어깨를 맞대고 섰다. 점심 주먹밥을 배급받는 시간이었다. 취사 담당 수용자들이 큰 대야를 들고 돌아다녔다. 수용자들은 자기

    2025-12-05
  • '탈북작가' 장진성 소설 '캠프 15' 독점 연재 7

    "3개월을 버티면 생존의 희망이 생기고, 3년을 넘기면 죽음과도 친해진다"

    한 시간쯤 지나 2작업반 반장의 외침이 들렸다."점심시간! 점심시간!..."15호의 점심은 아침에 나누어진 주먹밥으로 때웠다. 말이 밥이지 옥수수와 다진 시래기로 만든 주먹밥에 불과했다. 그런데도 수용자들은 그것을 '숟가락'으로 먹었다. 식사의 위로였다. 그 시늉이 허

    2025-12-04
  • '탈북작가' 장진성 소설 '캠프 15' 독점 연재 6

    "살고 싶습니다. 나가고 싶습니다 … 정말 소원입니다"

    15호의 보위원들은 때때로 죄수들을 부러워할 때가 있었다. 사회에서 간부로 잘살았거나 외국 경험을 가졌기 때문이다. 요덕의 산과 강만 보고 살아야 하는 보위원들에게 외교부 출신 죄수들은 모든 것을 잃고 붙잡혀왔는데도 뭔가 아직 남은 놈들이었다. 해외출장 거리가 '조선민

    2025-12-03
  • '탈북작가' 장진성 소설 '캠프 15' 독점 연재 5

    아내가 남편을, 아들이 아버지를 … '친족살해'는 계획된 탈출이자, 가장 잔인한 해방이었다

    주둥이의 말은 헛소리가 아니었다. 도련님에게 만남을 제안한 여자는 가족세대 3작업반 2분조의 박해순이었다. 그녀를 시작으로 독신자세대 9분조 남자들과 가족세대 2분조 여자들이 운명처럼 얽히기 시작했다.15호 수용소는 명확히 둘로 나뉘어 있었다. 죄를 지은 독신자세대와

    2025-12-02
  • '탈북작가' 장진성 소설 '캠프 15' 독점 연재 4

    금발에 푸른 눈의 남자 … 조원들은 그를 '잡종'이 아닌 '옹헤야'라 불렀다

    립석강 제방 위에서 수용자들은 무거운 돌을 가슴에 안고 같은 방향으로 달렸다. 그들을 향해 '감시반' 완장을 찬 죄수들이 막대기를 허공에 휘두르며 고함을 질러댔다."뛰라! 뛰라!""야! 너 일어나지 못해?"그 고함들이 잦아들 무렵이었다."휴식! 15분 휴식!"제2작업반

    2025-12-01
  • '탈북작가' 장진성 소설 '캠프 15' 독점 연재 3

    "단 1초도 살려두지 마시오!" … 묵직한 쇳덩이, 권총의 총구는 '北 서열 2위' 부주석을 향했다

    새벽 공기는 눅눅했다. 산 아래로 뿌연 안개가 내려앉은 들녘을 수용자들은 줄을 맞춰 무거운 발걸음으로 걸어갔다. 손에는 빠짐없이 양동이나 삽 같은 작업 도구를 들었다. 축축한 새벽이슬이 뺨을스쳤다. 성진의 심장은 아직도 낯선 공포에 두근거렸다. 길옆으로 녹슨 철조망이

    2025-11-28
  • '탈북작가' 장진성 소설 '캠프 15' 독점 연재 2

    시체처럼 내던져진 그의 입엔 수건이 … 바닥엔 땀과 피, 흙먼지가

    싯누런 전구 하나가 천장에 매달려 힘겹게 어둠을 밀어내고 있었다. 흐린 불빛 아래 도성진은 죽은 사람처럼 누워 있었다. 그는 어젯밤 내내 기합을 받았다. 아버지 사진을 달랬다가 소원의 대가를 혹독하게 치른 것이었다. 정신을 놓은 그를 분조장 검은손이 둘러메고 왔다. 시

    2025-1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