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탈북작가' 장진성 소설 '캠프 15' 독점 연재 24

    "저 쬐끄만 것들도 만나는데…"

    아까 도성진의 '운명 명언'은 김동규 이야기로 넘어갔다. 성진이 얻어먹기만 한다고 불평스럽게 말했다. 성진의 말에 검은손이 선언했다."좋다. 오늘은 '약초 구걸 작전'이다."그 말을 듣자 도련님은 기다렸다는 듯 손을 들었다."그래도 이 도련님이 구걸하는 게 더 낫겠지요

    2026-01-08 장진성 소설가
  • '탈북작가' 장진성 소설 '캠프 15' 독점 연재 23

    '배고픔'도 아껴야 산다

    오늘은 해발 500미터의 산에서 작업하는 날이다. 소장과 조직부장이 사전에 점검하고 경비대를 늘리라고 지시했던 그 부근이었다. 각 분조별로 산을 뒤져 다릅나무를 채취해 산밑으로 모으는 일이었다. 다릅나무는 습하고 바람 많은 비탈진 골짜기에서 특히 잘 자랐다. 줄기는 유

    2026-01-07 장진성 소설가
  • '탈북작가' 장진성 소설 '캠프 15' 독점 연재 22

    "저는 … 사람이 아닙니다"

    9분조원들이 낡은 작업 도구를 무심히 닦고 있었다. 왼 종일 돌에 찔리고 눌린 손등은 갈라져 있었다. 삽자루엔 남은 피와 진흙이 굳어 있었다. 그들의 어깨 위로 내려앉은 어둠은 더 깊어 보였다. 조명이 켜져 있는 운동장에서 유독 활기 띤 목소리가 들려왔다."여섯! 일곱

    2026-01-06 장진성 소설가
  • '탈북작가' 장진성 소설 '캠프 15' 독점 연재 21

    물려본 개가 물 줄도 안다

    "작업중단!"웬일로 한창 작업해야 할 오전 시간에 2작업반장이 외쳤다. 곧이어 "작업반별 대열정리! 대기!"라는 소리도 여기저기서 들렸다.15호에서 대기란 말은 다들 꼼짝말라는 경고였다. 그 뒤엔 항상 가슴 조일 일이었지만, 어쨌거나 고된 작업 중에 한숨이 쉬어졌다.

    2026-01-05 장진성 소설가
  • '탈북작가' 장진성 소설 '캠프 15' 독점 연재 20

    "살자고 하면 네 손이고, 죽자고 하면 살인 도구지"

    기억밤이었다. 독신자세대 막사 운동장 한끝에서 도성진이 쭈그려앉아 울고 있었다. 어깨가 들썩일 때마다 억눌렀던 숨결이 터져 나왔다. 손에 쥐고 있던 룡평의 장갑이 눈물에 젖고 있었다. 그의 곁에는 김동규가 앉아 있었다. 그는 성진의 어깨를 다독였다. 그 손은 세상의 모

    2025-12-30 장진성 소설가
  • '탈북작가' 장진성 소설 '캠프 15' 독점 연재 19

    아버지

    구름이 무겁게 깔린 제방 공사장은 무겁고 축축한 공기에 휩싸였다. 땅 아래에서 지열이 은근히 올라와 굵은 습기로 발목을 잡았다. 하늘은 낮고 땅은 숨을 쉬지 않았다.수용자들은 옮기는 돌뿐 아니라 제 몸의 무게에 깔려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작업 대열이 군데군데 벌

    2025-12-24
  • '탈북작가' 장진성 소설 '캠프 15' 독점 연재 18

    "내 조카 놈 하는 말이 … 요덕은 그냥, 외화 돈덩어리라는 거요"

    같은 시간 운동장 한 귀퉁이 조명 아래에서는 미꾸라지와 월왕령이 마주 서 있었다. 빛은 약했고 그림자는 길었다."아무리 생각해봐도 말이야… 백구인지 뭔지 그거 뺏기는 것보다 주먹밥 한 덩어리 내놓는 게 더 낫지 않냐?"미꾸라지의 목소리는 그림자보다 더 얄밉게 늘어졌다.

    2025-12-22
  • '탈북작가' 장진성 소설 '캠프 15' 독점 연재 17

    "제가 한 짓이 아닙니다" … 말라 있던 눈물이 다시금 번들거렸다

    소장이 주둥이의 만담에 웃고 있던 그 시간에 정치부장은 김동규처럼 배급이 끊긴 자들의 개별담화를 가졌다. 1작업반에 들어선 정치부장이 담배를 꺼내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한 대 빼물고 불을 붙인 후 가벼운 기침을 토했다.담화실의 벽은 푸석했다. 속을 비운 석회가 껍질처

    2025-12-19
  • '탈북작가' 장진성 소설 '캠프 15' 독점 연재 16

    "내 주둥이 가져가세요. 갖고 가서 웃으세요"

    립석강 강둑 아래 수용자들이 가득 모였다. 작업 도구들을 놓은 손, 걸어오는 빈 몸. 편한 자기 숨, 분위기도 자유로웠다."이렇게라도 쉬는 게 어디야…""전에 소장 선생이 노래도 시켜서 작업 시간 줄였다더라…""간부가 역시 틀려…"무수한 잡음들 속에서도 유독 서련화의

    2025-12-17 장진성 소설가
  • '탈북작가' 장진성 소설 '캠프 15' 독점 연재 15

    "날 웃기면 건빵, 못 웃기면 주먹빵이다!"

    점심 주먹밥은 늘 그렇듯 너무 빨리 끝났다. 옥수수 껍질이 혀에 아직 붙어 있었지만 9분조는 하나둘 자리를 떴다. 도련님이 주워 온 담배를 피우기 위해서였다.9분조는 제각기 나뭇가지며 마른 장작을 들고 제방 아래에 모였다. 불을 피운다기보다 불을 흉내 냈다. 그들에게

    2025-12-16 장진성 소설가
  • '탈북작가' 장진성 소설 '캠프 15' 독점 연재 14

    12월 24일 … 붉은 펜으로 동그라미 쳐진 그 날짜는 총구멍처럼 보였다

    오전 간부 조회 시간이 끝나기 바쁘게 관리소 정치부장 사무실로 불려온 이가 있었다. 상좌 계급의 후방부장이었다. 그는 15호 관리소 보위원과 죄수들의 식량과 물자 배급을 총책임지는 자였다. 정적을 가르는 소리는 종이를 넘기는 바스락거림뿐이었다.책상 앞에 선 후방부장은

    2025-12-15 장진성 소설가
  • '탈북작가' 장진성 소설 '캠프 15' 독점 연재 13

    벽 너머 저편에선 처자를 부르는 오열이, 이편에선 아버지를 찾는 통곡이 …

    대열부장의 말처럼 룡평수용소는 가족세대 수용자들을 갈라놓는 곳이었다. 수용소 한복판에는 하늘조차 가려지는 높은 담이 있었다. 감히 올려다볼 엄두도 내지 못하게 높았다. 담장 위로는 고압 전류의 전선들이 가득했다. 담벼락은 단순한 구조물이 아니었다. 그것은 김정일의 언어

    2025-12-12 장진성 소설가
  • '탈북작가' 장진성 소설 '캠프 15' 독점 연재 12

    탕! 탕! 탕! … 밤하늘에 일곱 발의 총성이 울려 퍼졌다

    수용자들이 생활총화의 두려운 시간을 준비하던 그 밤, 소장은 조직부장 집에서 단둘이 술잔을 나누고 있었다. 둘이서 먹기엔 과할 정도로 푸짐한 상차림이었다. 기름기 번득이는 돼지머리, 붉게 절인 명태 무침, 큼지막한 삶은 닭이 술상에 그득했다. 부리에는 만 엔짜리 일본

    2025-12-11 장진성 소설가
  • '탈북작가' 장진성 소설 '캠프 15' 독점 연재 11

    존재 자체가 죄 … 숨 쉬는 것조차 반성의 이유가 됐다

    룡평15호에도 그 나름의 평등은 있었다. 사회와 똑같이 이곳 수용자들도 생활총화를 한다는 것이었다. 북한 사람들의 생활총화는 8세에 시작해 평생 계속된다. 그야말로 '요람에서 무덤까지' 이어지는 조직생활인 것이다.15호도 조직생활을 강요했다. 그 구조는 일반 사회와 본

    2025-12-10 장진성 소설가
  • '탈북작가' 장진성 소설 '캠프 15' 독점 연재 10

    "작업 시작!" 그 외침은 룡평산을 넘어 노을 속으로 메아리쳤다

    뜨거운 햇살이 머리 위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었다. 립석강 강둑을 따라 줄지어 쪼그려 앉은 수용자들은 각자 분조별로 주먹밥을 허겁지겁 먹었다. 시래기와 뒤섞인 옥수수 몇 알이라도 놓칠세라 손과 입이 쉴 새 없이 분주했다. 하지만 성진은 그 무리에 끼지 못했다. 작은 돌무

    2025-12-09 장진성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