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름이 무겁게 깔린 제방 공사장은 무겁고 축축한 공기에 휩싸였다. 땅 아래에서 지열이 은근히 올라와 굵은 습기로 발목을 잡았다. 하늘은 낮고 땅은 숨을 쉬지 않았다.
수용자들은 옮기는 돌뿐 아니라 제 몸의 무게에 깔려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작업 대열이 군데군데 벌어져 있었다. 작업장 한끝에서 돌을 파내던 월왕령의 손이 멈췄다. 미꾸라지가 또 성가시게 들러붙었기 때문이다.
"왜 또 그래요. 비켜요."
월왕령의 목소리엔 짜증보다 피로가 가득했다. 미꾸라지의 얼굴은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그의 눈빛은 들끓는 울분으로 일그러져 있었다.
"이 새끼야. 너 내가 여기 왜 들어온 줄 알아?"
그의 목소리는 자기 홧김에 떨고 있었다. 분노와 억울함으로 운명이 뒤엉킨 소리였다.
"남조선으로 도망친 내 부장이 줬던 만년필! 그거 그냥 갖고 다녔다고, 반역동조죄로 몰려 들어온 거야."
미꾸라지는 월왕령 주위를 돌며 말투를 높였다. 꽉 쥔 주먹에 턱을 쳐들고 목소리가 점점 더 거세졌다.
"그 만년필로 내가 나중에 월남 음모 편지까지 썼대! 난 고작 만년필이었어. 개새끼야. 지금 너새끼는 더 하잖아."
그는 월왕령의 목을 가리켰다. 햇빛 아래 번들거리는 백구 나무인형과 그 끈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너새낀, 네 애비 반역자의 유물. 이거, 이거 모가지에, 목숨줄처럼 걸고 다니잖아!"
미꾸라지의 얼굴은 모멸감과 폭력의 흥분에 완전히 취해 있었다. 월왕령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였다. 숨을 쉬는 것이 아니라 견디고 있었다. 설명할 수 없는 상처와 인내가 그의 어깨를 짓눌렀다. 그의 눈꺼풀은 마치 울음을 눌러 막고 있는 듯 내려앉아 있었다. 미꾸라지의 말이 다시 교활하게 작아졌다.
"좋아. 주먹밥은 양보할게. 대신! 날 비판한 죄로 오늘 다섯 대만 얌전히 맞자."
그리고 그는 손바닥을 높이 들었다. 월왕령은 그를 용인한 듯 고개를 숙였다. 첫 번째 뺨에서 찰싹! 소리가 났다. 월왕령은 아무 소리 없이 고개를 더 깊이 숙였다. 두 번째 뺨의 아픔에선 입술을 깨물며 눈을 지그시 감았다. 세 번째에서는 자존심을 으깨는 처참한 복종까지 그냥 견뎌야 했다.
작업장 멀리서 허리를 펴던 검은손이 눈살을 찌푸렸다. 그 광경은 작업장 이곳저곳으로 퍼져나갔다. 삽질을 멈춘 손들이 얼어붙었다. 돌덩이를 들던 어깨들이 멈칫했다. 9분조원들이 달려왔다.
그런 줄도 모르고, 미꾸라지는 월왕령에게 더 바투 붙어섰다.
"아직 두 대 남았다. 날 엿 먹일 땐 좋았지?"
미꾸라지가 다시 손을 높이 쳐들 때 분조장의 발이 그의 등에 꽂혔다. 미꾸라지는 맥없이 꼬꾸라졌다.
"이 십팔…!"
미꾸라지가 욕설을 내지르려는 찰나, 이번엔 옹헤야의 주먹이 날아들었다. 주먹은 곧장 미꾸라지의 턱을 후려쳤다. 짓밟고, 마구 때리는 9분조원들 속에 분노로 성장한 성진도 끼어 있었다. 미꾸라지의 비명이 작업장 끝까지 번졌다.
"아이고 사람 죽인다. 9분조가... 아악!"
"동작 그만!"
2작업반 반장의 목소리가 번개처럼 꽂혔다. 미꾸라지는 반장의 다리를 붙잡고 기어오르며 귀에 바짝 붙어 무언가를 속삭였다. 그사이 검은손은 월왕령에게 달려가 어깨를 툭 쳤다.
"넌 왜 맞기만 해? 왜 9분조 망신을 시켜?"
월왕령은 부끄러워 그 자리를 피하고 싶었는지 뒷걸음쳤다. 9분조가 그에게 다시 몰려가 이유를 캐물었지만 끝내 입을 열지 않았다. 오히려 붙잡는 손들을 뿌리치며 기어이 혼자 어디론가 빠져나가려고 힘썼다.
"야! 너 거기 서 봐."
2작업반 반장이 뛰어가 그런 월왕령을 돌려세웠다. 그리고 그의 목걸이를 확 낚아챘다. 끈이 끊어지며 백구가 땅바닥에 떨어졌다. 그 순간 월왕령이 돌변했다. 미꾸라지에게는 뺨을 때리는 대로 맞기만 하던 그가 반장에게는 성난 짐승처럼 달려들었다. 그 작은 몸에 들어있던 모든 분노가 터져 나오고 있었다.
곧 감시반원들이 달려와 그를 끌어안았다. 여럿의 팔에 붙잡힌 월왕령은 발버둥치며 저항했다. 돌려받기 전에는 물러서지 않을 각오가 눈속에 충혈돼 있었다. 보다 못한 검은손이 앞으로 나섰다.
그는 땅에서 백구 나무인형을 줍는 반장의 손을 덥석 붙잡았다.
"반장, 이것만은 그냥 넘어가 줘. 응? 내가 알아서 처리할게."
"알고 있었어?"
반장은 눈을 치켜뜨며 단호하게 손을 뿌리쳤다.
"이게 우리 2작업반 전체에 어떤 피해를 줄지 몰라? 같이 죽자고? 내 선에서 처리하겠으니 이 손 놔."
그리고 그는 백구를 바닥에 내던지며, 발을 들어 그것을 짓밟으려 했다. 바로 그때였다. 도성진이 달려들었다. 그는 반장을 온 힘으로 밀쳐내고 땅에 떨어진 백구를 두 손으로 덥석 감쌌다.
"이 새끼, 넌 뭐야? 안 내놔? 죽고 싶어?"
반장이 있는 힘을 다해 고함 질러도 도성진은 한 치의 물러섬도 없이 오히려 앞으로 다가섰다. 주먹을 더욱 강하게 움켜쥐었다. 미동도 없는 눈빛으로 정면을 뚫어져라 응시했다. 그리고는 낮고 뾰족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우리 서로 잘 알잖아요. 왜 모른 척해요?"
반장의 동공이 살짝 흔들렸다. 도성진은 한 발 더 내짚었다.
"내가 알던 반장과 지금 반장이 다르던데요. 나쁜 소문 싫으면… 이거, 모른 척해줘요."
그 말은 창끝처럼 예리하고 깊었다. 그것은 무모한 배짱이 아니었다. 오히려 누군가를 위해 일어선 자의 집요한 신념이 있었다.
반장은 아무 대꾸도 하지 못했다. 입술을 달싹였지만 어떤 말도 나오지 않았다. 그 태도를 바라보던 9분조원들의 눈엔 혼란이 맴돌았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왜 반장이 밀리는 건지 그 이유가 먼저 궁금했다.
그런데, 뒤에서 서늘한 목소리가 모두를 놀라게 했다.
"야. 그거 가져와. 다들 집합."
모두가 일제히 고개를 돌렸다. 서슬 퍼런 최종배가 다가오고 있었다.
하늘은 그새 더 두터워졌다. 천둥이 연거푸 땅을 흔들었다. 하지만 아직 빗방울은 떨어지지 않았다. 강가의 진흙밭 위에는 독신자세대 2작업반 수용자들이 둥글게 큰 원을 그리고 서 있었다. 그 한가운데는 흙탕물 위에 두 사람이 무릎을 꿇고 있었다.
한쪽은 여전히 눈을 치켜든 채 분노를 머금은 월왕령, 다른 한쪽은 입을 벌리고 두려움과 긴장에 얼어붙은 미꾸라지였다.
그들 앞에서 최종배는 백구 나무인형을 이리저리 보고 또 돌려보았다. 그 눈빛은 잔혹한 결과를 빚어낼 준비로 스스로를 신인 양 착각하는 자의 냉정함이었다.
"좋아. 9분조 6번."
그가 입을 열었다. 월왕령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동자엔 결기와 두려움이 엉겨 붙어 있었다.
"이거, 다시 갖고 싶으면…"
최종배는 곁에 놓여 있던 나무막대기를 들더니 그 끝으로 미꾸라지의 머리를 툭툭 두드렸다.
"이놈 죽이고, 내 앞으로 와."
말이 무책임하다는 표정으로 미꾸라지는 벌떡 고개를 들었다.
미꾸라지의 얼굴은 최종배의 군화 밑에 뭉개진 진흙보다 더 일그러졌다. 최종배는 태연하게 걸어가 바위에 걸터앉았다. 담배를 입에 물고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그 모든 동작이 지독하게 느긋했다. 그리고는 불붙은 담배를 길게 빨아 뿜어댔다.
"그리고 너."
그는 미꾸라지를 막대기로 가리켰다.
"내 앞으로 와."
미꾸라지는 네 발로 기어 왔다. 흙탕물을 튀기며 엎어지듯 최종배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 눈엔 살인 충동으로 가득 차 있었다. 최종배는 그의 귀에 바싹 얼굴을 들이댔다.
"저 역적의 씨 종자가 너를 넘어서 내 앞까지 못 오게 때려죽여. 그럼 저놈 밥까지 한 달 줄게."
말이 끝나자마자 최종배는 손가락 사이에 끼웠던 담배를 바닥에 떨어뜨렸다. 반쯤 타다 남은 꽁초가 미꾸라지 앞에 뚝 떨어졌다. 그는 떨리는 손으로 담배를 주워들었다. 그리고는 한 모금, 깊고 길게 빨아들였다.
타들어가는 꽁초 꼬리처럼 그의 눈빛도 진해졌다. '자유'를 움켜쥔 자처럼 입에는 웃음이 그려졌다. 단순히 아이 하나를 때려눕히려는 어른의 자신감만이 아니었다. "쟤 밥까지 한 달 동안 내가 먹는다"의 무게를 똑똑히 이해한 짐승의 눈빛이었다.
연기를 내뱉은 미꾸라지는 담배를 진흙에 비벼 끄고 두 손바닥에 침을 퉤 뱉었다. 그리고 악 소리를 내지르며 월왕령을 향해 전력으로 돌진했다. 맞은편 월왕령도 소리 지르며 달려왔다. 그의 얼굴은 분노보다 큰 것이었다. 잃어버린 존엄을 되찾겠다는 생사의 각오였다.
도성진이 먼저 "쳐라!"하고 소리치니 삽시간에 일어서는 수용자들의 고함과 발소리가 땅을 진동했다. 먼저 넘어진 쪽은 미꾸라지였다. 월왕령의 주먹이 정확히 그의 얼굴을 강타했다. 9분조원들의 외침 속에서 누구보다 도성진의 눈빛은 활활 불타고 있었다.
하늘에서 번개가 크게 번쩍였다.
곧이어 억수 같은 비가 쏟아졌다. 비에 젖은 미꾸라지와 월왕령은 흙탕물 속에서 뒤엉겼다. 빼앗긴 '한 번'과 그걸 되찾으려는 '두 번'의 의지는 강도가 달랐다. 월왕령이 미꾸라지를 타고 앉아 '룡평의 주먹'으로 내리치려고 할 때였다.
퍽! 최종배의 군홧발이 월왕령의 옆구리를 걷어찼다. 월왕령은 옆으로 굴렀다가 흙탕물이 줄줄 흘러내리는 몸으로 재빨리 일어났다. 그들은 다시 맞붙었다. 이번엔 미꾸라지가 주먹을 퍼부었다. 비가 사방을 덮쳤다. 흙탕물은 연신 튀고 숨소리들은 거칠었다.
응원의 열기는 그 위로 쏟아지는 폭포 같았다. 이미 지쳐 흐느적거리는 미꾸라지에게 월왕령이 이를 악물고 주먹을 날렸다. 그리고 그때였다.
"탕! 탕! 탕!"
총성이 세 차례 울렸다. 수용자들은 일제히 고개를 쳐들었다가 숙일 때도 동시에 한 동작이었다. 폭우는 사정없이 위세를 떨었다. 그 빗속을 뚫고 우비를 입은 검은 물체가 등장했다. 소장이었다. 옆에는 조직부장, 대열부장 그리고 총을 든 병사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그들을 태우고 온 지프 차의 엔진이 으르렁거렸다.
감시반원들이 실신한 미꾸라지를 질질 끌어냈다. 그의 얼굴은 흙과 피, 빗물에 범벅이 돼 있었다. 최종배가 백구 나무인형 조각을 들고 소장에게 달려갔다. 소장은 그것을 대충 살펴보며 입을 삐죽였다. 소장의 손에서 그것을 넘겨받은 조직부장의 시선은 날카롭게 일어섰다. 월왕령을 향해 시퍼렇게 꽂힌 그의 눈빛을 강조하듯 하늘에서 번개가 번뜩였다.
"대열부장."
"네, 조직부장 동지."
"이 증거만으로도 룡평 재입소 근거는 충분하지?"
"예. 이미 룡평에서부터 규정을 어긴 자입니다. 지금 바로 조치 가능합니다."
소장은 미소를 흘리며 말을 덧붙였다.
"질긴 놈이야. 룡평에서도 살아나왔으니 억수로 재수 좋은 놈이고… 그래도 선택권은 줘 볼까요? 저놈 운도 시험해 볼 겸."
조직부장은 대열부장의 귀에 무언가를 속삭였다. 그러면서 손에 들고 있던 백구를 질척이는 진흙 위에 냅다 던졌다. 조직부장의 지시를 받은 대열부장은 큰 돌 하나를 바닥에서 찾아 주워들고 월왕령에게 다가갔다. 그 몇 걸음은 짧았지만 그걸 지켜보는 사람들에겐 한 인생이 결정되고 준비되는 시간처럼 길었다. 수용자들 중에서도 9분조의 얼굴들이 가장 어두웠다. 대열부장은 갖고 온 돌을 월왕령 발밑에 툭 던졌다.
"이 돌로 저걸 깨면 여기 남고, 안 그러면 룡평 다시 가야 해!"
대열부장은 조직부장 옆으로 되돌아가면서도 계속 뒤를 돌아보았다. 그의 행동에서 다들 짐작하는 게 있었다. 9분조의 어깨 위로 내리는 빗방울은 타들어가는 듯했다. 검은손은 이를 악물며 참고 있었다. 주둥이는 자기 어깨를 끌어안고서 고개를 떨구었다. 가수는 헛기침으로 긴장을 덮으려 했다. 도련님은 나무 백구와 월왕령을 번갈아 보았다. 누구보다 도성진의 얼굴엔 없던 근육이 돋아 있었다. 그의 두 손에는 월왕령이 줬던 작업장갑이 꼭 쥐어져 있었다.
이런 9분조에 한 번쯤 눈길을 줄 법도 하건만 월왕령은 독하게 먹은 마음이 약해지는 게 싫었다. 그에게 백구 나무인형은 단순히 아버지가 남기고 간 물건이 아니었다. 8년 세월 온기가 담긴 아버지의 손이었다. 절대 놓지 않으리라 다짐했던 자신이라는 존재의 마지막 자락이었다. 월왕령은 주저하지 않았다. 돌을 넘어 비에 젖는 백구 앞으로 한 걸음. 두 걸음 걸어갔다.
"탕! 탕! 탕!"
총성이 다시 한번 천둥처럼 울렸다. 그의 발치에 박힌 세 발의 총알은 땅을 깨운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심장을 겨눴다. 굵은 빗방울은 마치 총탄처럼 흙 속으로 무수히 박혀 들어갔다. 이번에는 소장이 직접 움직였다. 허리춤에 권총을 집어넣고 월왕령에게로 직접 내려왔다. 젖은 흙탕물을 밟는 그의 군화가 진흙을 짓이기며 묵직한 소리를 냈다. 그 걸음엔 짜증과 권위와 이상한 연민이 뒤섞여 있었다. 하지만 월왕령 앞에 선 소장의 목소리는 근엄했다.
"이놈아. 너 이대로 룡평 들어가면 안 돼. 그럼 예전처럼 가족세대 신분이 될 수 없어. 이번에는 장본인으로 들어가는 거라고. 죽을 때까지 못 나와. 아무튼, 마지막 길이야 마지막!"
월왕령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저건… '아버지 유물'입니다."
소장은 한숨을 내쉬며 한참을 눌러 뭉쳐있던 말을 쏟아냈다.
"아니야. 우리 법으로는 '반동의 대물림'인 거야. 아무튼, 나도 자식 가진 아비다. 네 아비가 지옥에서 보고 있다면... 저 하찮은 물건보다 네가 살아남기를 더 원할 거야. 아무튼, 쓸데없는 오기 부리지 말고..."
그때, 월왕령이 소장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큰 소리로 물었다.
"아버지라면서요?"
소장의 동공이 크게 열렸다. 그렇게 묻는 월왕령의 눈빛은 흙탕물과 피에 젖은 얼굴보다 더 진하게 젖어 있었다.
"금방 그렇게 말했잖아요. 자식 가진 아버지라고..."
월왕령은 다시 한번 백구에게 향했던 시선을 거두어 소장으로 돌렸다. 그리고 절규했다.
"난... 아버지가 있는 아들이예요!"
바로 그때, 꽈르릉··· 꽝! 하늘에서 천둥이 울렸다. 그 소리는 소장의 가슴을 두들겼다. 하늘 아래의 모든 침묵을 흔들었다. 월왕령은 단호히 소장 앞을 지나쳤다. 자신을 향한 수많은 시선을 등에 지고 백구가 누워있는 진흙탕 위로 걸어갔다. 그리고 주저 없이 허리를 숙였다. 피가 흐르는 손으로 백구를 들어 올렸다. 남이 쥐여주는 돌이 아니라, 자기 스스로 쥐는 백구를 선택했다.
소장은 고개를 돌렸다. 백구가 있던 자리에 머물렀던 그의 시선은 월왕령의 어깨로 이어졌다. 저만치서 병사가 지프 차 문을 열었다. 월왕령은 지체하지 않았다. 그 문을 향해 뚜벅뚜벅 걸었다. 손에 든 백구 아래로 붉은 피가 뚝뚝 떨어졌다.
더는 못 참고 쫓아가려는 도성진을 검은손이 붙잡았다. 옹헤야는 그의 몸을 끌어안고 입을 막았다. 어른들의 두 팔 사이로 도성진의 손끝이 짧게 삐져나왔다. 그 손끝으로 장갑을 흔들었다. 옹혜야의 손에 막힌 성진의 입에서는 울음 섞인 신음이 새어 나왔다.
"형! 룡평 손은… 피가 나지 않는다며!!!"
절규는 산허리를 넘었고, 강둑을 적셨다. 지프 차에 오른 월왕령. 문이 닫히고, 그 차는 서서히 멀어졌다.※ 다음 편에 계속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