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탈북작가' 장진성 소설 '캠프 15' 독점 연재 43
임신 공작
옹헤야가 어머니 얼굴도 못 본채 실려 간 그날에는 비가 억수로 쏟아지고 있었다. 학교 정문 앞에 열세 살의 옹헤야가 서 있었다. 교복 상의는 젖었고 운동화엔 물이 고였다. 우산이 없었다. 그때 검은 벤츠가 학교 담벼락 앞으로 다가와 멈췄다.문이 열리고 싯누런 인민복에
2026-02-05 -
'탈북작가' 장진성 소설 '캠프 15' 독점 연재 42
신입 돼지
그 시각 도성진은 감시반에 둘러싸여 있었다. 그는 삽자루를 움켜쥐고 숨을 고르는 표정이었다. 그 앞에는 옹헤야가 있었다. 완장을 차더니 한순간에 바뀐 듯한 그의 표정에 성진은 얼떠름했다."내가 뭘 잘못해서 기합 주는 거예요?"뒤에 밀려나 있던 미꾸라지가 무리를 헤치며
2026-02-04 -
'탈북작가' 장진성 소설 '캠프 15' 독점 연재 41
"왜 하필 또 거기야. 망신스럽게"
휴식시간이 끝나기 직전 2작업반 반장이 숨을 가쁘게 몰아쉬며 9분조로 달려왔다.그의 말은 단도직입적이었다."4명만. 지금 가족세대 작업장에 보내. 거기 큰 돌들 들어내야 해."그러고는 주저 없이 손가락을 내밀어 검은손, 주둥이, 도련님, 가수를 지목했다. 가족세대란 말
2026-02-02 -
'탈북작가' 장진성 소설 '캠프 15' 독점 연재 40
특명
옹헤야9분조는 우울했다. 갑자기 옹헤야가 감시반으로 옮겨간 이유가 조직부장의 지시라지만 소문은 달랐다. 옹헤야가 감시반으로 가기 위해 미꾸라지 앞에서 격술시범을 보이고, 만족한 감시반장이 데려갔다는 것이다. 옹헤야를 따로 만난 검은손은 실망이 컸다. 옹헤야는 자기가 감
2026-01-31 장진성 소설가 -
'탈북작가' 장진성 소설 '캠프 15' 독점 연재 39
요덕의 2월
2월 18일, 민족 최대의 명절이 지나자 곧바로 눈보라도 거셌다. 밤새 쏟아진 눈이 그 바람에 얼려졌다. 이틀을 쉬고 난 뒤라서 더 춥게 느껴진 게 아니었다. 출소하지 못한 자들에게 그 사실을 다시 각인시키는 강제노역의 첫날이기 때문이었다.독신자 운동장은 새벽부터 눈밭
2026-01-29 장진성 소설가 -
'탈북작가' 장진성 소설 '캠프 15' 독점 연재 38
돼지도 먹고 싶을 때 먹고, 자고 싶을 때 자는데 …
독신자세대와 가족세대를 가르는 경계선은 어디보다 어둠이 깊었다. 그 아래 9분조원들이 허리를 숙이고 빠르게 달렸다. 검은손은 분조가 다 사라지면 의심받을 수 있다고 했다. 막사에는 옹헤야까지 둘만 남았다. 남자들의 발소리는 땅에 닿는 족족 사라졌다.숨소리는 서로의 숨소
2026-01-28 장진성 소설가 -
'탈북작가' 장진성 소설 '캠프 15' 독점 연재 37
"내 고향은 경상남도 통영 … 북한 놈도 아니라고!"
가족세대 지역을 처음 들어와 본 성진은 말로만 듣던 곳을 눈앞에 두고 잠시 멈춰 섰다. 토굴이라고 들었는데 막상 보니 제법 마을 같았다. 입구마다 돌로 된 발판이 놓여 있었다.옆집을 나누는 무릎 높이의 돌담도 있었다. 굴 앞을 슬쩍 들여다보니 장독 비슷한 게 눈에 잡혔
2026-01-27 장진성 소설가 -
'탈북작가' 장진성 소설 '캠프 15' 독점 연재 36
"우리도 반말할까?"
출소자 명단이 발표되고 나면 '낙오자'들만 각오가 필요한 게 아니었다. 오히려 나가는 자들이 더 긴장했다. 해제자들은 보통 3일에서 1주일 넘게 그 막사에 머물러 있어야 했다. 그들을 태우고 나갈 트럭이 늦는 일이 많아서였다.가둘 땐 쏜살같지만 내보낼 땐 사정이 많았다
2026-01-26 장진성 소설가 -
'탈북작가' 장진성 소설 '캠프 15' 독점 연재 35
"나를 떠나면 고깃덩어리에 불과하다"
다음날 17일 아침, 하얀 눈에 묻힌 보위원 사택 마을은 한적했다. 수령과 그 아들 김정일의 생일은 '국가명절'이라 이틀을 쉰다. 사회처럼, 수용소도 수령 신격화의 특혜가 적용됐다. 가파른 언덕 위에는 빽빽이 붙은 벽돌집들이 눈더미처럼 붙어 있었다. 그 사이를 구불구불
2026-01-23 장진성 소설가 -
'탈북작가' 장진성 소설 '캠프 15' 독점 연재 34
같이 굶고, 같이 나눈다
2월 16일은 몇몇에겐 구원이었지만 대부분에겐 또 1년의 구형 선고와 같은 날이었다. 검은손은 해제명단 발표가 끝나자마자 막사 밖으로 분조원들을 모두 불러 모았다. 빙 둘러앉은 그들 앞에서 그는 조용히 말했다."자. 서로 손부터 잡자."도성진이 제일 먼저 가수의 손을
2026-01-22 장진성 소설가 -
'탈북작가' 장진성 소설 '캠프 15' 독점 연재 33
가족세대
"독신자세대 이상!"소장의 말이 떨어지자 대열이 들끓었다. 제일 먼저 미꾸라지가 털썩 주저앉았다. 그는 울면서 팔에 찬 완장을 벗어 허공에 흔들었다. 감시반장까지 시켜줬으면 이제는 내보내 줘야 하는 거 아니냐는 애원 같았다. 그러다 끝내 누군가 공중으로 손을 버쩍 들었
2026-01-21 장진성 소설가 -
'탈북작가' 장진성 소설 '캠프 15' 독점 연재 32
번호 대신 '이름'이 살아나고, 그 뒤에 '동무'가 붙는 날
아침이었다. 하늘은 흐릿하게 맑았다. 관리소 지휘부 건물의 창문들은 무표정했다. 전봇대에 매달린 나팔 모양의 회색 스피커에서는 여자 선동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높고 낮은 음조로 훈련된 음성은 혼자 울고 웃으며 시를 낭송하듯 외쳐댔다."오늘은 민족 최대의 경사로운
2026-01-20 장진성 소설가 -
'탈북작가' 장진성 소설 '캠프 15' 독점 연재 31
"못이 아니라 망치가 되고 싶어"
작업대가 운동장에 들어서자 독신자 막사 앞에는 드럼통들이 놓여 있었다. 그 안에선 불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불통 옆에는 꺼멓게 구워진 돌들이 수용자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사람들은 그 돌 앞에 줄지어 서 있었다. 각자 분조별로 자기 차례를 기다리며 들것을 움켜쥐고 있
2026-01-19 장진성 소설가 -
'탈북작가' 장진성 소설 '캠프 15' 독점 연재 30
한 번은 '배려'를, 또 한 번은 '죽음'을 나르는 운반차
그날 밤 막사로 복귀하는 작업 대열은 어느 때보다 웃음소리가 높았다. 주둥이가 말할 때마다 웃음이 일어 몸을 데워주는 온기가 됐다."그놈 얼굴 봤어? 시계 깨졌는데 무슨 지애비 죽은 표정이야."옹헤야의 말에 도련님이 속 편하게 웃다가 발끝을 헛디뎠다. 옆에 섰던 성진이
2026-01-16 장진성 소설가 -
'탈북작가' 장진성 소설 '캠프 15' 독점 연재 29
"저놈 시계는 고장도 안 나나"
2월의 사람들살아남는 게 기적인데 그 기적이 매일 필요한 15호였다. 오늘도 변함없이 사람들은 힘에 부치는 돌을 안고 립석강 제방 위를 뛰었다. 아무런 생산성이 없는, 이 반복적인 징벌성 노역에 그들의 영혼은 쇠약해 갔다. 겨울이라 더 고통스러웠다. 여름의 돌은 무겁지
2026-01-15 장진성 소설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