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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작가' 장진성 소설 '캠프 15' 독점 연재 31
"못이 아니라 망치가 되고 싶어"
작업대가 운동장에 들어서자 독신자 막사 앞에는 드럼통들이 놓여 있었다. 그 안에선 불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불통 옆에는 꺼멓게 구워진 돌들이 수용자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사람들은 그 돌 앞에 줄지어 서 있었다. 각자 분조별로 자기 차례를 기다리며 들것을 움켜쥐고 있
2026-01-19 -
'탈북작가' 장진성 소설 '캠프 15' 독점 연재 30
한 번은 '배려'를, 또 한 번은 '죽음'을 나르는 운반차
그날 밤 막사로 복귀하는 작업 대열은 어느 때보다 웃음소리가 높았다. 주둥이가 말할 때마다 웃음이 일어 몸을 데워주는 온기가 됐다."그놈 얼굴 봤어? 시계 깨졌는데 무슨 지애비 죽은 표정이야."옹헤야의 말에 도련님이 속 편하게 웃다가 발끝을 헛디뎠다. 옆에 섰던 성진이
2026-01-16 -
'탈북작가' 장진성 소설 '캠프 15' 독점 연재 29
"저놈 시계는 고장도 안 나나"
2월의 사람들살아남는 게 기적인데 그 기적이 매일 필요한 15호였다. 오늘도 변함없이 사람들은 힘에 부치는 돌을 안고 립석강 제방 위를 뛰었다. 아무런 생산성이 없는, 이 반복적인 징벌성 노역에 그들의 영혼은 쇠약해 갔다. 겨울이라 더 고통스러웠다. 여름의 돌은 무겁지
2026-01-15 -
'탈북작가' 장진성 소설 '캠프 15' 독점 연재 28
"원수를 묻자! 원수를 기억하자! 원수를 증오하자!"
정치부장은 걸음을 멈췄다. 방금 소장 방에서의 대화가 귓가에 맴돌았다."조직부장이 내 방에 또 왔다 갔소. 본부에서도 퇴근하지 못하고 기다린다오.""아직 24일입니다. 조금만 더 기다립시다… 지금 회고록 마지막 장을 쓴다고 해주십시오."단독막사로 오는 내내, 정치부장은
2026-01-14 -
'탈북작가' 장진성 소설 '캠프 15' 독점 연재 27
마지막 부탁
김동규는 도성진이 내민 작은 주머니를 조심스레 받았다. 주머니 속에는 백복령이 들어 있었다. 그는 입을 열지 않고 한동안 그것을 바라보았다. 작고 하얀 덩어리, 마치 오래된 은처럼 빛을 머금은 흙의 심장 같았다."이 귀한 백복령은… 어디서 났냐?"도성진은 밝게 웃었다.
2026-01-13 -
'탈북작가' 장진성 소설 '캠프 15' 독점 연재 26
주체의 나라에서 자란 '파란 눈'의 아이
15호에서 보위원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자기 이름이었다. 수용자들이 복수심에 실명을 품기 때문이었다. 수용자들은 그것들을 숨겨진 명부처럼 서로 주고받았다. 그래서 보위원들에겐 자기 이름이 가장 큰 공포였다. 자신이 저지른 폭력이 구체적일수록 그 이름은 더 오래, 더 깊게
2026-01-12 -
'탈북작가' 장진성 소설 '캠프 15' 독점 연재 25
"아무튼"
휘어지는 바람 끝에 가느다란 먼지가 운동장 바닥을 스치며 흩날렸다. 독신자 막사 뒤편 어두운 구석에 9분조원들이 모여 있었다. 말이 새는 막사 안에선 할 수 없는 이야기들이 이곳에서만 조심스레 풀려났다. 오늘 밤의 중심은 도성진이었다. 그를 향한 허탈함과 의심이 섞여
2026-01-09 -
'탈북작가' 장진성 소설 '캠프 15' 독점 연재 24
"저 쬐끄만 것들도 만나는데…"
아까 도성진의 '운명 명언'은 김동규 이야기로 넘어갔다. 성진이 얻어먹기만 한다고 불평스럽게 말했다. 성진의 말에 검은손이 선언했다."좋다. 오늘은 '약초 구걸 작전'이다."그 말을 듣자 도련님은 기다렸다는 듯 손을 들었다."그래도 이 도련님이 구걸하는 게 더 낫겠지요
2026-01-08 -
'탈북작가' 장진성 소설 '캠프 15' 독점 연재 23
'배고픔'도 아껴야 산다
오늘은 해발 500미터의 산에서 작업하는 날이다. 소장과 조직부장이 사전에 점검하고 경비대를 늘리라고 지시했던 그 부근이었다. 각 분조별로 산을 뒤져 다릅나무를 채취해 산밑으로 모으는 일이었다. 다릅나무는 습하고 바람 많은 비탈진 골짜기에서 특히 잘 자랐다. 줄기는 유
2026-01-07 -
'탈북작가' 장진성 소설 '캠프 15' 독점 연재 22
"저는 … 사람이 아닙니다"
9분조원들이 낡은 작업 도구를 무심히 닦고 있었다. 왼 종일 돌에 찔리고 눌린 손등은 갈라져 있었다. 삽자루엔 남은 피와 진흙이 굳어 있었다. 그들의 어깨 위로 내려앉은 어둠은 더 깊어 보였다. 조명이 켜져 있는 운동장에서 유독 활기 띤 목소리가 들려왔다."여섯! 일곱
2026-01-06 -
'탈북작가' 장진성 소설 '캠프 15' 독점 연재 21
물려본 개가 물 줄도 안다
"작업중단!"웬일로 한창 작업해야 할 오전 시간에 2작업반장이 외쳤다. 곧이어 "작업반별 대열정리! 대기!"라는 소리도 여기저기서 들렸다.15호에서 대기란 말은 다들 꼼짝말라는 경고였다. 그 뒤엔 항상 가슴 조일 일이었지만, 어쨌거나 고된 작업 중에 한숨이 쉬어졌다.
2026-01-05 -
'탈북작가' 장진성 소설 '캠프 15' 독점 연재 20
"살자고 하면 네 손이고, 죽자고 하면 살인 도구지"
기억밤이었다. 독신자세대 막사 운동장 한끝에서 도성진이 쭈그려앉아 울고 있었다. 어깨가 들썩일 때마다 억눌렀던 숨결이 터져 나왔다. 손에 쥐고 있던 룡평의 장갑이 눈물에 젖고 있었다. 그의 곁에는 김동규가 앉아 있었다. 그는 성진의 어깨를 다독였다. 그 손은 세상의 모
2025-12-30 -
'탈북작가' 장진성 소설 '캠프 15' 독점 연재 19
아버지
구름이 무겁게 깔린 제방 공사장은 무겁고 축축한 공기에 휩싸였다. 땅 아래에서 지열이 은근히 올라와 굵은 습기로 발목을 잡았다. 하늘은 낮고 땅은 숨을 쉬지 않았다.수용자들은 옮기는 돌뿐 아니라 제 몸의 무게에 깔려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작업 대열이 군데군데 벌
2025-12-24 -
'탈북작가' 장진성 소설 '캠프 15' 독점 연재 18
"내 조카 놈 하는 말이 … 요덕은 그냥, 외화 돈덩어리라는 거요"
같은 시간 운동장 한 귀퉁이 조명 아래에서는 미꾸라지와 월왕령이 마주 서 있었다. 빛은 약했고 그림자는 길었다."아무리 생각해봐도 말이야… 백구인지 뭔지 그거 뺏기는 것보다 주먹밥 한 덩어리 내놓는 게 더 낫지 않냐?"미꾸라지의 목소리는 그림자보다 더 얄밉게 늘어졌다.
2025-12-22 -
'탈북작가' 장진성 소설 '캠프 15' 독점 연재 17
"제가 한 짓이 아닙니다" … 말라 있던 눈물이 다시금 번들거렸다
소장이 주둥이의 만담에 웃고 있던 그 시간에 정치부장은 김동규처럼 배급이 끊긴 자들의 개별담화를 가졌다. 1작업반에 들어선 정치부장이 담배를 꺼내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한 대 빼물고 불을 붙인 후 가벼운 기침을 토했다.담화실의 벽은 푸석했다. 속을 비운 석회가 껍질처
2025-12-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