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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중단!"
웬일로 한창 작업해야 할 오전 시간에 2작업반장이 외쳤다. 곧이어 "작업반별 대열정리! 대기!"라는 소리도 여기저기서 들렸다.
15호에서 대기란 말은 다들 꼼짝말라는 경고였다. 그 뒤엔 항상 가슴 조일 일이었지만, 어쨌거나 고된 작업 중에 한숨이 쉬어졌다. 그 덕에 하루가 휴일 같은 가장 고마운 말처럼 들리기도 했다.
남녀 독신자세대와 가족세대 수용자들이 작업반 및 분조별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강둑 아래로 집결하는 그 줄은 길고 무거웠다. 허리를 두드리며 걷는 자, 신나서 지껄이는 자, 삽자루를 지팡이 삼는 자, 굳은 손등으로 목덜미 땀을 문지르는 자 등 그 행태들이 다양했다.
늘 그렇듯이, 장찌엔의 분조가 가장 시끄러웠다. 그녀는 어제 잡은 쥐 추격전을 풀어놓고 있었다. 옆 분조들도 힐끔거리며 귀를 세웠다. 말을 잘해서가 아니었다. 쥐인지 호미인지, 무엇을 잡았는지도 명확하지 않았다. 이야기 속엔 주어도 맥락도 없었다. 결말은 고기였기에, 다들 놓지 못하고 그 끝을 기다리고 있었다.
"쥐가. 날 돌아보길래 내가 '에라'하고 내려치니까 부러졌는데 돌아보진 않고, 근데 맞고 눈 딱 마주친 거 있지?"
수용소에 막 들어왔을 때였다면 인상을 썼을 법한 말이었다. 그러나 민유정과 윤진경은 웃고 있었다. 박해순은 돌아앉은 채 여전히 9분조를 노려보았다. 도련님이 슬며시 그녀 쪽을 보다가 딱 걸렸다. 박해순과 눈이 마주치자 흠칫 놀라며 고개를 제 자리로 돌렸다. 그게 더 기분 나빴는지 그녀의 주먹에서 우드득, 손가락 꺾는 소리가 났다.
"어쭈. 아 저게 진짜…"
장찌엔이 그 옆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 간부놈 상판이나 보자. 어디야?"
"제대로 걸려든 다음에 말할게요."
"뭘 그리 오래 걸려? 정하기만 해. 내가 모가지 비틀어올게."
장찌엔은 손에 묻은 흙을 툭툭 털고서 김상미 쪽으로 돌아앉았다. 상미는 9분조 쪽을 보며 혼자 웃었다.
"애는 또 왜 이래?"
장찌엔이 얼굴을 들여다보는데도 상미는 그 시선을 의식하지도 못했다. 옆 분조 여자가 더 못 참고 장찌엔에게 소리쳤다.
"아, 그래서! 끝이 뭐냐고? 쥐는 잡은 거냐고!"
장찌엔은 자기 분조로 돌아앉았어도 쥐 이야기는 아직 공중에 떠 있는 것 같았다. 9분조 남자들은 무언의 약속이나 한 것처럼 한결같은 시선을 유지하고 있었다. 절대 미꾸라지를 쳐다보지 말자는 것이었다. 안 그래도 미꾸라지는 아까부터 줄곧 그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더듬고 있었다. 그 눈빛 하나로 9분조의 가려진 감정을 훔치고 건져낼 기세였다. 주둥이는 그 속을 조롱할 심산으로 미꾸라지 옆 사람을 계속 쳐다봤다. 심지어 목소리를 높였다.
"야, 너희 분조는 왜 자면서도 그렇게 시끄럽냐?"
도성진은 고개를 숙이고 땅바닥에 놓인 작은 돌을 손끝으로 굴렸다. 도련님은 가족세대 쪽으로 또다시 시선을 돌렸다. 이번에도 박해순에게 또 걸려들었다. 고개를 너무 돌린 탓에 가수 얼굴 앞에서 멎었다.
"아, 진짜… 안 하겠다는데 왜 자꾸 저러는 거야…"
당황한 혼잣말이다 보니 크게 들렸다.
"누구야? 얼굴이나 좀 보자니까."
가수가 들이대자 도련님은 얼굴을 찡그렸다.
"그럼 내가 떠벌린 꼴이 되잖아. 점잖지 못하게."
주둥이는 도련님 앞으로 다가앉았다.
"정말. 가만 생각해보니까 이게 진짜. 가마치! 너 약속했잖아"
바로 그때, 멀리서 소장과 대열부장이 죄수들 앞으로 걸어왔다.
그 발견 즉시 최종배의 명령이 터졌다.
"독신자 전체, 이 열 종대!"
가족세대 쪽에서도 지형철의 고함이 울렸다.
"가족세대 전체, 이 열 종대!"
수용자들이 재빨리 몸을 일으켰다. 그 분주함을 틈타 주둥이가 미꾸라지에게 손짓했다. 그는 불러주는 것만도 황송한 듯 잽싸게 9분조 쪽으로 달려왔다. 오자마자 애원했다.
"9분조가 범인인 거 다 알아요! 제발요… 이게 며칠째냐고요!"
주둥이는 그의 귀에 대고 살짝 속삭였다.
"첫날엔 맞아. 우리 9분조가 했어. 근데, 다음날부턴 다른 분조야."
미꾸라지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눈썹까지 쭉 곤두섰다. 주둥이 말을 확인시키듯이 뒤에선 분조들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2작업반 2분조 정렬 끝!"
"2작업반 3분조 정렬 끝!"
"2작업반 4분조 정렬 끝!"
"2작업반 5분조 정렬— 야, 이 개새끼야! 미꾸라지!"
그제야 정신을 차린 미꾸라지가 황급히 자기 분조로 달려갔다. 5분조에 가서도 9분조를 계속 돌아보았다. 그 시선엔 여전히 묻고 싶은 게 남아 있었다.
그 사이, 소장과 대열부장이 제방 위에 섰다. 그날 "전체집합!"이라는 명령이 다시 울려 퍼진 건 단순한 점호가 아니었다. 수용자들의 감시반을 새로 짜기 위한 집합이었다. 그 원인은 '월왕령 사건'이었다.
지난주 간부세포총회에서 이 사건은 심각한 실패로 규정했다. 룡평에서 내려온 지 한 달 넘게 '백구 목걸이'를 간직하게 놔두었다니! 그걸 두둔한 9분조도 중범죄 사안으로 다뤘다.
조직부장은 연대책임으로 9분조의 1개월 구류장 처벌을 제안했다. 구류장은 수용자들에게 공개처형 직전의 예비 무덤이었다. 쓰러질 때까지 세워두고, 다시 일어서고 싶을 때까지 눌러두는 곳이었다. 일정한 리듬으로 주어지는 매질은 거의 규칙적인 끼니 같았다. 구류장 앞문이 열리면 살았다는 환호가 울릴 정도였다.
진짜로 무서운 건 그 이후였다. '혁명화평정서'였다. 그 서류에 '구류장 1개월 처벌'로 기록되는 순간, 언제든 1년으로 연장될 수 있었다. 그 한 줄로 인해 영영 해방되지 못하는 사람도 허다했다.
사회에서는 '간부문건'이라 불리는 평정서에 과오가 기록되면 '출세율'이 낮아졌지만, 15호에서는 '생존율'이 낮아졌다. 바깥이 억제와 구속을 숨기려는 '사회주의 사회'였다면, 15호는 그 모든 것을 노골적으로 말하고 무자비하게 실행하는 '감옥 사회'였다.
철조망은 단지 경계가 아니라 하나의 국경이었다. 그 안에 사회처럼 리(里)와 마을, 농장과 공장, 광산과 학교가 존재했다. 여기에도 계획과 평가도 있고 생활총화와 정치행사는 군대보다 더 정밀하게 작동했다. 단 하나의 차이는, 바깥은 '충성으로 조작'되고, 이곳은 '형벌로 작동'한다는 점이었다.
구류장 처벌에서 공개처형에 이르기까지 그 결정은 언제나 15호 간부회의실의 담배 연기 속에서 이루어졌다. 그날도 조직부장이 '반역동조죄'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간부들 대부분도 담배를 비벼 끄며 피할 수 없는 결정처럼 태연했다.
하지만 단 한 사람, 소장은 달랐다. 다른 분조였다면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을 그였지만, 이번만큼은 망설였다. 문제는 도련님이었다. 정말로 언제라도 목숨을 끊어버릴 것 같았다.
소장은 마치 9분조의 대변자인 양 그들은 아무것도 몰랐다고 단언했다. 심지어 월왕령과 단둘이 나눈 대화에서 자신이 직접 확인했다며 거짓말까지 했다.
결국, 처벌 수위는 낮아져 3개월 '하밥'으로 결정되었다. 하밥은 먹이면서 주는 형벌이었다. 15호 수용소는 끼니에도 등급을 매겼다.
수용자들의 식사는 3등급으로 나뉘었다. '상밥'은 정량에 한 숟가락 더 얹어 그릇 위로 봉긋하게 올라오는 밥이었다. 표창받은 수용자들을 위한 밥이었다. '중밥'은 정량으로서 일반 수용자들의 일상적인 분량이었다.
'하밥'은 그저 먹었다는 기억만 주는 식사였다. 바닥이 그대로 보이는 상징적인 밥그릇에 가까웠다. 징계받은 수용자들 몫으로 하밥이 장기적으로 차례지면 영양실조로 이어져 죽는 경우도 있었다.
대열부장은 간부회의에서 내려진 결정과 그 사유를 조목조목 낭독했다. 그러고는 사무적으로 외쳤다.
"9분조, 3개월 하밥 처벌!"
그 순간, 9분조 모두가 고개를 숙였다. 가족세대 구역에 앉아있던 박해순도 고개를 돌렸다.
"뭐야? 부주석 아들도 굶기는 거야?"
그녀의 입에서 미끄러져 나온 말이었다. 다른 여자들에게서도 조금씩, 그러나 분명히, 잔물결 같은 동정과 위로가 번졌다. 주둥이의 유쾌한 만담, '자기비판서'가 만들어준 여파였다. 만담이 끝났어도 그가 남긴 큰 웃음 속에 주둥이란 인간은 세워져 있었다.
민유정은 주둥이를, 김상미는 도성진을 애처롭게 바라보았다. 그 눈길엔 동정의 연대가 담겨 있었다. 누구보다도 분조장인 검은손의 어깨가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그걸 본 주둥이가 도련님을 향해 돌아섰다.
"너, 가마치 안 가져오기만 해봐."
모두가 절박하게 한 사람을 쳐다봤다. 도련님의 얼굴엔 시름이 짙어졌다. 다른 때 같으면 절벽이었겠지만 고개를 푹 떨구었다.
이어서 반동 색출에 실패했다는 이유로 기존 감시반이 전면 해체되고 새 감시반 명단이 호명되었다. 대열부장의 부름과 우렁찬 대답. 그 거침없던 목소리들이 어느 번호 앞에서 멎었다.
"3분조 6번! 어디 있어? 6번"
대신 누군가의 목소리가 메마르게 터졌다.
"어젯밤 사망했습니다!"
대열부장이 소장에게 묻듯 고개를 돌렸다. 소장은 한 생명이 삭제된 것보다 그 번호가 아직 명단 위에 있다는 사실에 더 화가 났는지, 최종배를 노려보았다. 강둑 아래 서 있던 최종배가 고개를 숙였다. 감시반 명단은 적어도 3일 전 보고가 끝난 상태였다.
최종배는 어젯밤 사망할지 몰랐다는 억울한 표정이었다. 소장이 손짓 하나로 그를 불렀다. 최종배가 숨도 쉬지 않고 달려 올라갔다. 소장은 눈빛으로 추궁하면서도 입으로는 물었다.
"전번 룡평 이송 보낼 때 말이야. 그놈이랑 싸우던 놈, 어때?"
"신체도 허약하고 잔꾀를 많이 부리는 놈입니다. 자기 분조에서도 미움 꽤나 받는 놈입니다."
소장은 최종배의 그 판단에 더 만족했다.
"물려본 개가 물 줄도 아는 거지."
그들이 위에서 감시반의 운명을 논의할 동안 강둑 아래서는 9분조의 시름이 깊어졌다. 3개월이라면 그 안에 영양실조가 생길 게 뻔했다. 미꾸라지는 하밥 처벌을 받은 9분조를 향해 놀리듯 웃으며 얄밉게 바라보았다. 검은손이 땅에 있던 돌을 주워들었다. 그의 손짓 하나에 미꾸라지가 정색하며 돌아섰다.
"5분조 4번! 어디 있어? 야, 미꾸라지!"
최종배가 수번(囚番)이 아닌 별명으로 부르자 미꾸라지는 일순 사색이 되었다. 자기를 부르는 이유가 남에게 있을 때는 항상 안 좋은 일만 따라왔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달랐다. 지금은 감시반을 새로 뽑는 시간이 아닌가. 그 사실이 머릿속을 번쩍 스쳐 갔을 때 굳어 있던 그의 얼굴 위로 기묘한 광채가 번졌다. 눈동자와 허리에 힘이 들어갔다. 그는 발뒤축까지 세우며 주먹을 높이 치켜들었다.
"네! 5분조 4번, 여기 있습니다!"
미꾸라지의 그 주먹은 땅으로 내려오지 않았다. 버쩍 하늘로 치솟았던 그 힘 그대로 9분조를 향했다. 그냥 주먹도 아니었다. 깍지 낀 손에서 튀어나온 엄지 하나였다. 그 뒤에서 미꾸라지의 얼굴은 충분히 웃고 있었다. 9분조 모두가 한순간에 얼어붙었다.※ 다음 편에 계속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