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문제 잘못 다루면 충돌"…시진핑, 정상회담서 초반부터 경고장트럼프, 엔비디아·애플·보잉 CEO 총출동…'경제'에 방점외신 "이번엔 중국이 덜 급했다"…달라진 협상 구도 주목미중, 충돌 대신 '관리된 경쟁' 진입…반도체·AI 패권전쟁 장기화 전망
  •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출처=AFPⓒ연합뉴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출처=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국 방문과 미중 정상회담을 두고 주요 외신들은 외교 이벤트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핵심은 '누가 더 절박해 보였는가'다. 과거 회담에서는 중국이 관계 안정 자체를 중요한 외교 성과로 여기며 미국과의 충돌 관리에 집중하는 모습이 강했다면, 이번에는 미국이 중국의 협조와 시장 접근을 더 필요로 하는 듯한 장면이 연출됐다는 평가다.

    이번 회담은 트럼프 대통령의 백악관 재입성 이후 사실상 첫 대형 미중 정상외교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양국은 관세, 첨단기술 통제, 대만, 중동 정세, 공급망 문제까지 광범위한 현안을 테이블 위에 올렸지만, 회담의 분위기 자체가 과거와 확연히 달랐다는 것이 외신의 공통된 분석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비공개 회담에서 "대만 문제를 잘못 다루면 충돌과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직접 경고했다고 14일(현지시각) 전했다.

    WP는 특히 중국이 이번 회담에서 경제 협력보다 국가안보와 대만 문제를 우선순위에 올렸다고 분석했다.

    미국이 무역과 투자 안정에 무게를 둔 반면 중국은 전략적 레드라인을 먼저 제시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 측은 회담이 진행되는 도중 이례적으로 시 주석의 대만 관련 발언을 신속히 공개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중국이 정상 간 회담이 끝나기도 전에 대만 관련 경고 메시지를 공개한 것은 사안의 중대성을 의도적으로 부각하려는 움직임"이라고 짚었다.

    중국이 이처럼 강경한 태도를 취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최근 몇 년간 축적된 전략적 자신감이 깔려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과거 중국은 미국의 관세 압박과 기술 제재에 방어적으로 대응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인공지능(AI)·전기차·배터리·희토류 공급망 등 핵심 산업에서 일정 수준의 '버티기'가 가능하다는 판단이 내부적으로 강화됐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중국이 "완전한 기술 고립 대신 '통제 가능한 기술 자립'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출처=AFPⓒ연합뉴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출처=AFPⓒ연합뉴스
    미국은 이번 회담에서 경제 문제에 집중하며 훨씬 현실적인 접근을 취하는 모습을 보였다.

    13일 블룸버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젠슨 황 엔비디아 CEO, 팀 쿡 애플 CEO,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보잉 관계자 등 미국 주요 기업 인사들을 대거 수행단에 포함시켰다고 전하면서 "AI와 공급망 경쟁이 격화하는 상황에서도 미국 기업들은 여전히 중국 시장과 깊게 연결돼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엔비디아는 중국 시장 의존도가 여전히 높은 기업 중 하나다.

    아울러 이번 회담에서 미국이 보인 분위기는 트럼프 1기 당시의 '전면 압박'과도 차이가 있다.

    당시 미중 무역전쟁이 관세와 제재 중심이었다면 이번에는 공급망 안정 투자, 투자, 시장 접근 같은 실질적 경제 문제 해결 필요성이 더 강하게 제기됐다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이번 회담을 두고 "트럼프는 무역과 기업 문제에 초점을 맞추려 했지만, 시진핑은 대만과 안보 문제에서 더 강한 패를 쥐고 있었다"고 분석했다.

    회담 의제에서도 중국은 대만과 미국의 무기 판매 문제를 핵심 현안으로 끌어올렸고, 미국은 반도체·AI·무역 문제를 중심으로 접근했다.

    다만 외신들은 이를 두고 곧바로 '중국 우위'로 해석하는 데에는 선을 긋고 있다. 미국은 여전히 AI 핵심 소프트웨어, 첨단 반도체 설계, 글로벌 금융 네트워크, 군사력 측면에서 압도적 우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분명한 변화는 중국이 더 이상 미국과의 관계 안정 자체에 매달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로이터는 시 주석이 이번 회담에서 미중 관계의 "새로운 포지셔닝(new positioning)"을 언급하며 향후 수년간 "건설적이고 전략적으로 안정된 관계"를 구축하자고 제안했다고 14일 보도했다. 일방적 긴장 완화 요구가 아니라, 경쟁을 전제로 한 안정적 공존을 염두에 둔 표현으로 해석된다.

    결국 이번 정상회담은 미중 갈등이 끝났다는 신호라기보다, 양국 모두 상대를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현실을 인정한 채 장기 경쟁 체제를 관리하려는 움직임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외교·군사적 충돌 위험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당분간은 반도체·AI·배터리·희토류 공급망을 중심으로 한 '관리된 경쟁(managed competition)'이 미중 관계의 기본 틀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