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제통상법원, 트럼프 '글로벌 10% 관세'에도 제동트럼프 관세 전쟁, 법률전 양상IEEPA·122조 막히자 232조·301조 우회 가능성 부상"트럼프 관세, 끝난 것 아니다"…글로벌 공급망 불확실성 더 커질 수도
  •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출처=AFPⓒ연합뉴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출처=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드라이브가 미국 사법부에 의해 연이어 가로막혔다. 국가별 상호관세에 이어 전세계 수입품에 일괄 적용한 '글로벌 10% 관세'까지 위법 판단을 받으면서다.

    다만 시장에서는 이를 '트럼프 관세의 종말'로는 보지 않는 분위기가 강하다. 오히려 더 복잡한 법률 전쟁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연방국제통상법원(CIT)은 7일(현지시각)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법 122조를 근거로 추진한 글로벌 10% 관세가 대통령 권한 범위를 넘어서는 위법이라고 판단했다. 3인으로 구성된 재판부는 2대1 의견으로 이 조치에 제동을 걸었다.

    로이터 통신은 이날 판결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다시 법적 도전에 직면하게 됐다고 보도했다.

    이번 판결은 미국 사법부가 트럼프표 관세정책에 올해 들어 두 번째로 제동을 건 사례다. 앞서 지난 2월 미국 사법부는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활용한 상호관세에도 위법 판단을 내렸다.

    당시 트럼프 행정부는 곧바로 대체카드인 무역법 122조를 꺼내 들었다. IEEPA가 막히자 다른 근거 조항을 활용해 우회로를 찾은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도 법원이 122조이 제한적·임시적 권한에 불과하다고 판단하면서 관세 정책에 또다시 브레이크가 걸렸다.

    이에 따라 중국보다 미국 사법부가 트럼프 관세 정책에 더 큰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 ▲ 지난해 4월 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 D. C. 백악관에서 상호관세 부과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출처=로이터ⓒ연합뉴스
    ▲ 지난해 4월 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 D. C. 백악관에서 상호관세 부과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출처=로이터ⓒ연합뉴스
    관세 정책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자 핵심 정치 자산이다. 그는 "관세는 가장 아름다운 단어"라고 말할 정도로 보호무역 정책에 강한 의지를 보여왔다.

    트럼프 행정부가 즉각 새로운 수단을 강구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인 이유다.

    미국외교협회(CFR)의 마이클 프로먼 회장은 지난 2월 공개한 분석에서 "행정부는 다른 법적 권한을 활용해 관세를 대체하려 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가능성이 높은 차기 카드로는 '국가안보 관세'로 불리는 무역확장법 232조와 대중 무역제재 성격의 무역법 301조가 거론된다.

    232조는 수입품이 미국 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될 경우 대통령이 직접 관세를 부과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이 조항은 철강·알루미늄 관세의 핵심 근거였으며 최근에는 반도체·배터리·희토류 등 전략 산업 전반으로 확대될 조짐을 보인다.

    301조 역시 여전히 강력한 수단으로 평가된다. 301조는 중국의 기술 이전 강요나 보조금 정책 등을 문제 삼아 고율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조항으로 미중 무역전쟁 당시 핵심 무기로 활용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행정부 내부에서 무역법 301조 등 다른 관세 권한 활용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고 전했다.

    로이터도 "법원 판결은 트럼프의 협상 지렛대를 약화시켰지만 글로벌 기업들의 불확실성을 끝내지는 못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시장 역시 트럼프표 관세가 사라질 가능성보다 어떤 방식으로 다시 등장할 지에 더 주목하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반도체·철강 업계는 이미 미국의 추가 관세 부과 가능성을 전제로 공급망 전략을 다시 짜는 분위기다.

    한국 역시 자동차와 반도체 산업 비중이 큰 만큼 미국 통상정책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

    결국 이번 판결은 트럼프 관세의 종말을 고하는 결정이 아니라 다음 형태로의 진화를 알리는 예고탄이라는 분석이다.

    법원이 문제 삼은 것은 대통령의 무제한적 권한 행사이지, 보호무역 자체는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11월 중간선거를 거치며 관세정책이 전략산업 중심으로 더욱 정교하게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