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지사 선거, '지역 연고' 최대 쟁점 부상"원주 홍제동?" 우상호, TV토론서 지역명 '오인'철원 태생이나 서울서 4선 … '수도권 정치인' 비판'중앙 권력' 연결고리 vs '지역 연고' 행정가 대결
  • ▲ 지난 11일 강원 춘천시 G1방송에서 열린 '강원특별자치도지사 후보 초청 TV 토론회'에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후보(왼쪽)와 국민의힘 김진태 후보가 악수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 지난 11일 강원 춘천시 G1방송에서 열린 '강원특별자치도지사 후보 초청 TV 토론회'에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후보(왼쪽)와 국민의힘 김진태 후보가 악수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이 보낸 사람' 대 '도민이 키운 사람'. 이번 6·3 강원특별자치도지사 선거에서 '지역 연고' 문제가 최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11일과 13일 개최된 국민의힘 김진태 후보와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후보의 'TV토론'에선 누가 진짜 '강원인'인지, 누가 이 지역을 잘 이해하고 있는지를 놓고 두 후보가 치열한 설전(舌戰)을 벌이는 모습이 반복됐다. 

    철원 태생인 우 후보는 유년 시절 강원도를 떠났고 서울 서대문구갑에서 4선 의원을 지낸 출향도민이다. 춘천에서 태어난 김 후보는 강원에서 초·중·고를 마친 뒤 춘천지검과 원주지청에서 검사 생활을 했다. 이후 제19·20대 국회의원(강원 춘천)과 현직 도지사를 지냈다. 

    상대적으로 '지역색'이 옅은 우 후보는 '대통령이 보낸 사람'을 슬로건으로, 현 정부와의 소통 능력을 자신의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한마디로 중앙정부의 힘을 빌어 도정을 끌어가겠다는 것이다. 

    반면 김 후보는 중앙 권한에만 의존, 수동적으로 대응하는 구태연한 태도에서 벗어나 도의 자립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취지다. 그러면서도 지역 현안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도민들이 원하는 당면 과제들을 해결하고, 재임 기간 추진하던 사업들을 중단 없이 이어가겠다는 각오다.

    차기 도지사가 중앙정부로부터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강원특별자치도의 숙원사업을 차질 없이 이행할 수만 있다면, 이른바 '수도권 정치인'이라도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지방 주민의 삶을 보듬는 행정가가 정부의 눈치만 보는 '대리인'이 돼선 곤란하다. 위에서 떨어지는 예산만 바라보고 움직이다간, 자칫 중앙 권력의 입맛에 따라 도정 방향이 좌우되는 '꼭두각시'로 전락할 수 있다. 게다가 강원도의 산업 구조와 지역별 특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할 경우 '전시행정'으로 인한 예산 낭비가 초래될 우려도 있다.

    지난 11일 열린 G1·강원일보·강원도민일보 공동 주최 '강원특별자치도지사 후보 초청 TV토론회'에서 우 후보는 '강원 지명'을 잘못 이야기하는 실수를 했다. "홍제동을 아느냐"는 김 후보의 질문에, "서울 홍제동이냐, 원주 홍제동이냐"고 되묻더니 "서울 홍제동에는 전세로 거주했고, 원주 홍제동은 거주한 바 없다"고 말했다. 

    결국 "강릉에 홍제동이 있다"는 김 후보의 말에 "죄송하다"고 사과한 우 후보는 "강릉 홍제동에서 수제 맥주집에서 수제 맥주를 먹었는데 착각했다"고 해명했다.

    또한 이날 김 후보가 동서고속화철도 사업의 국·도비 분담 비율을 묻자, 우 후보는 "대체로 6 대 4 또는 7 대 3"이라고 답했다. 이에 김 후보는 "동서고속철도는 국비 100% 사업"이라며 사실관계를 바로잡았다.

    이어 김 후보가 "우상호 후보는 2016년 민주당 원내대표 시절, 동서고속철이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했을 때 '이 사업을 왜 국비로 하느냐, 민자로 해야 하지 않느냐' '그 지역 분들은 좋아할지 모르지만 국가 시스템이 망가지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고 지적하자, 우 후보는 "국가의 큰 SOC 사업들이 국가 재정과 지방 재정 건전성을 검토해서 잘 추진돼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당시 그런 발언을 했다면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토론 종료 후 우 후보 측에서 "속기록 어디에도 당시 원내대표였던 우상호 후보가 동서고속화철도 사업을 '민자로 추진해야 한다'고 발언한 내용은 존재하지 않다"고 반박했으나, 국민의힘 한기호 의원이 "과거 우 후보가 원내대표 당시 '수조원이 들어가는 사업을 뚱땅뚱땅 발표하면 어떡하냐'고 발언한 국회 속기록 있다"고 밝히면서 당시 우 후보가 지역민의 정서에 반하는 스탠스를 취했던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13일 강원일보와 KBS춘천이 공동 주최한 2차 TV토론회에서도 우 후보의 단점이 노출됐다. "춘천이 아닌 또 다른 곳에 '붕어섬'이 있는 것을 알고 있느냐"는 김 후보의 질문에 우 후보가 답하지 못하자, 김 후보가 우 후보 측 정책자문단이 '화천 붕어섬 개발 공약'을 냈던 사실을 거론한 것이다.

    이 외에도 토론 과정에서 우 후보가 강원도는 물론 자신의 고향인 철원군에도 '고향사랑기부'를 한 적이 없다는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에 토론 직후 김 후보 측 강원인(人) 캠프에서 "강원도지사를 하겠다는 사람이 강원도를 위해 단 한 번도 마음을 보탠 적이 없다는 것은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며 "자신의 공약조차 숙지하지 못하는 후보, 강원도의 지명과 현안조차 제대로 모르는 후보가 어떻게 강원도정을 책임지겠다는 것인가"라는 개탄의 소리가 나왔다.  

    타지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우 후보가 현직 도지사인 김 후보에 비해 강원 현안에 어두울 수는 있다. 낯선 지역의 지명을 완벽히 알지 못할 수도 있다. 정치인은 공부하면 되고, 행정가는 현장에서 배워가면 된다.

    더 큰 문제는 자신이 잘 알지 못하는 영역에 대해 충분한 이해 없이 단정적으로 답하거나, 지역민들의 오랜 숙원사업과 정서를 가볍게 여기는 태도다. 강원도민이 이번 토론에서 불안감을 느낀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강원특별자치도는 더 이상 중앙 정치의 '경유지'가 아니다. 누군가의 정치적 재도전 무대나 차기 행보를 위한 징검다리여서도 안 된다. 접경과 폐광, 산림과 해양, 관광과 군사 규제, 수도권과의 불균형 문제까지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강원도는 누구보다 지역을 깊이 이해하는 행정가를 필요로 한다.

    중앙정부와의 협력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지역의 목소리를 누구보다 정확히 읽고 이를 정책으로 연결할 수 있는 실질적 역량이다. 대통령과 가까운 사람이라는 점이 강점이 될 수는 있어도, 그것만으로 도민의 삶을 책임질 자격까지 자동으로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지역 연고만 있다고 해서 유능한 행정가가 되는 것도 아니다. 결국 도민들이 보고 판단할 것은 단순한 출신지가 아니라 누가 더 강원의 현실을 깊이 이해하고 있으며, 누가 더 구체적인 대안과 실행력을 갖추고 있느냐다.

    이번 토론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한 '홍제동 논란'이나 '동서고속철 발언' 공방은 단순한 말실수 차원의 해프닝으로만 보기 어렵다. 강원도를 바라보는 두 후보의 시선 차이, 그리고 지역 현안을 대하는 이해도의 간극이 압축적으로 드러난 상징적 장면에 가깝다.

    이번 선거는 강원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사람, 그리고 강원의 미래를 가장 치열하게 고민하고 대안을 제시할 사람이 누구인지를 가려내는 과정이 돼야 한다. 

    누군가 진정으로 강원도정을 이끌고자 한다면 '대통령이 보낸 사람'이 아닌, 도민들 곁에서 그들의 애환을 함께 나누는 사람이 돼야 한다. 단순히 중앙 권력과의 친분을 강조하는 정치인이 아니라, 강원의 현실과 지역민들의 삶을 깊이 이해하고 책임 있게 현안을 해결해 나가는 행정가로 평가받아야 한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