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 대통령 면전서 4700조 대규모 투자계획 발표 문재인·윤석열 정부의 팔 비틀기식 관제 투자 답습 정부 압박에 영혼까지 끌어모은 관제 투자, 실현 가능성 의문 자발성 없는 대규모 투자, 기업 경쟁력 해치는 '독'될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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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가 29일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 프로젝트 국민보고회'를 열고 4700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삼성그룹과 SK그룹, 단 두곳이 투자하겠다는 4700조원은 우리나라 1년 GDP의 2배에 육박하는 막대한 규모다.대통령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투자의 주체인 대기업 회장이 들러리로 나서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하는 광경은 낯설지 않다.문재인 정부 초기인 2018년에는 삼성, 현대차, SK, LG, 포스코 등 8대 그룹이 혁신성장에 동참한다며 약속이나 한 듯 5년간 400조원의 투자계획과 23만명의 고용계획을 발표했다. 윤석열 정부 초기인 2022년 5월에도 11개 대기업이 5년간 1060조 6000억원의 투자와 33만명 이상을 고용하는 계획을 발표했다.이재명 정부는 한술 더 뜨고 있다. 지난해 11월 삼성과 SK그룹을 포함한 4대 그룹은 이재명 대통령과 회동에서 800조원의 투자를 약속한데 이어 이날 국민보고회에서는 삼성과 SK 두곳만 4700조원대의 투자 계획을 내놨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기업들의 투자 계획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셈이다. 지방균형발전이라는 명목으로 반도체 투자지역을 아예 호남으로 꼭 찍어 준 것도 이전 정권과 다른 점이다.역대 정권마다 되풀이된 투자계획이 약속대로 실현됐다면 어땠을까. 대한민국 경제는 역대급 호황과 완전고용은 물론 미국과 중국을 넘어선 세계 초강대국이 됐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우리나라 실질경제성장률은 수년간 1~2%대에 머물고 있으며 역대급 고용불안에 청년들의 시름은 깊어가고 있다. 우리 대기업들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달러를 국내 투자에 사용했다면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에서 고공행진을 하는 일도 없을 것이다.과거 대기업들의 투자계획이 얼마나 실현됐는지는 그 누구도 모른다. 투자계획 자체가 애매한데다 기존 투자계획과 뒤섞여 있기 때문이다. 시시각각 변하는 글로벌 경제환경에서 4년마다 되풀이되는 대규모 프로젝트 약속은 기업들에게는 오히려 짐이다. 당장 현재의 반도체 붐을 일으킨 AI 산업만 해도 1~2년 뒤에 어떻게 바뀔지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이날 발표된 투자계획은 지역 안배의 흔적이 곳곳에 묻어 있다. 호남 반도체 기지를 비롯해 영호남, 충청, 경기도, 인천까지 거의 전 국토를 망라한다. 전국 각지에 위치한 계열사를 총동원하고 기존 투자계획까지 모조리 긁어모아 공허한 '낯선 숫자'를 만들어 낸 티가 역력하다.이들 투자계획이 실현되려면 인력부터, 전력, 용수, 교통까지 막대한 기반 시설 투자가 뒷받침돼야 한다. 기반 시설 구축에 수년이 걸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사례에서 보듯 호남에 이들 시설이 언제 어떻게 구현될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삼성과 SK그룹이 이 투자계획을 실현하느라 허송세월이라도 하면, 반도체 육성에 사활을 건 미국과 중국의 추격으로 우리 반도체 산업은 한순간에 추락할 수도 있다.이 때문에 전세계 어느 정부도 반도체 등 대규모 투자 계획을 '어느 지역에 얼마나 하라'고 꼭 집어 정해주지 않는다. 정부는 투자에 대한 보조금과 세제혜택 등 지원책을 내놓고 각 지방자치단체가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면서 기업들을 대상으로 유치 활동을 벌이는게 일반적인 모습이다. 지방육성을 기치로 내건 현 정부는 각 지자체가 기업 유치를 위해 선의의 경쟁을 할 기회조차 박탈해버렸다. 정부 주도의 대규모 지방투자 계획이 오히려 지방자치를 망치고 있는 셈이다.'투자 천국'으로 주목받고 있는 미국 텍사스주를 들여다보자. 텍사스는 최근 미국 500대 기업 보유 순위서 캘리포니아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그 배경에는 제로에 가까운 소득세와 법인세, 기업에 대한 막대한 지원과 낮은 규제가 자리하고 있다. 청와대의 설명대로 삼성, SK 같은 초일류 기업은 정부의 압박에 굴복해 수천조원의 투자를 실행하지 않는다. 기업의 자발적 투자계획이 아닌 '정치 쇼'에 불과한 이번 메가프로젝트가 곧이곧대로 실현되기를 기대하기 어려운 이유다.정부의 팔 비틀기에 아직 준비조차 되지 않은 특정 지역에 대한 투자를 대통령 앞에서 발표해야 하는 우리 반도체 산업의 미래를 밝게 보기는 어렵다. 투자 규모와 위치, 시기는 각 기업이 이사회 결의와 주주 동의를 거쳐 자발적으로 결정해야 할 문제다. 기업 투자가 정권 홍보수단으로 전락한 나라에 어떤 기업이 과감히 돈을 쏟아붓겠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