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일 국회에서 2026년도 1차 추가경정예산안 시정연설을 마치고 본회의장을 나서는 이재명 대통령을 뒤따르는 모습. ⓒ뉴시스
    ▲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일 국회에서 2026년도 1차 추가경정예산안 시정연설을 마치고 본회의장을 나서는 이재명 대통령을 뒤따르는 모습. ⓒ뉴시스
    정치는 늘 유혹과 시험 사이의 아슬아슬한 외줄 타기다. 특히 높은 지지율이라는 순풍을 탄 권력은 돛을 낮추어 스스로를 절제하기보다 더 넓은 바다로 나아가고 싶어 하는 확장의 유혹에 쉽게 굴복하곤 한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의 행보를 지켜보며 이 오래된 정치적 함정을 다시 떠올리는 건 비단 필자만의 기우는 아닐 것이다. 여론의 우위를 동력 삼아 국정 전반에 파상공세를 펴고 강경 드라이브를 거는 모습은 겉보기에는 당당한 자신감처럼 읽힌다.

    실제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은 67%, 더불어민주당은 48%를 기록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자칫 '오만한 질주'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 문제는 권력자들이 이러한 위험 신호를 종종 망각한다는 점이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이 대통령 관련 사안을 대하는 태도다. 본래 국정조사는 권력을 감시하고 진실을 인양하기 위한 숭고한 민주적 장치다. 그 존재 이유는 정당하다. 그러나 문제는 늘 '타이밍'과 '방식'에 있다. 특정 시점의 정치적 이해관계와 맞물리는 순간 국정조사는 공적 절차가 아닌 정쟁의 도구로 전락하기 마련이다. 지금 민주당의 행보가 과연 평범한 국민의 눈높이에서 충분한 명분을 확보하고 있는지, 혹여 '답을 정해 놓은 공격'은 아닌지 냉정하게 자문해 볼 때다.

    정치에서 '할 수 있는 것'과 '해야 하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압도적인 의석수와 지지율이 모든 수단을 정당화하는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오히려 힘이 실릴수록 필요한 것은 더 큰 신중함과 절제다. 숫자의 힘으로 밀어붙인 결정은 당장의 승리를 안겨줄지 모르나 그 과정에서 쌓인 불신과 반감은 훗날 더 가혹한 정치적 비용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한국 정치사는 승자의 오만이 잉태한 패배의 기록들로 이미 차고 넘친다.

    최근 민주당의 모습에서 가장 우려되는 지점은 범죄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인사들을 대하는 태도다. 대장동 일당으로부터 6억 원대 불법 자금을 받은 혐의로 1심과 2심에서 유죄가 선고된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행태가 대표적이다. 구속됐다가 보석으로 풀려난 상황에서 반성은커녕 '조작 수사'를 주장하며 책을 내고 출판기념회까지 여는 모습은 사법 체계를 가볍게 여기는 것처럼 비칠 수 있다.

    더 납득하기 어려운 건 정치권의 반응이다. 그의 출판기념회에 현역 의원 50여 명이 몰리고, 공천 신청자 26명이 그를 후원회장으로 모셨다는 사실은 민주당 내부의 자정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의문을 갖게 한다. 수많은 의원 가운데 친명계로 분류되는 김영진 의원 한 명만이 "대법원 선고 이후 출마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했다는 점은 오히려 더 이례적으로 느껴진다. 

    인사 검증과 책임의 기준도 흔들리고 있다. 인사 청탁 논란 속에 지난해 청와대에서 물러난 김남국 전 의원이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다시 국회의원직에 도전하는 모습도 적절성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공직에서 물러난 경위에 대해 충분한 설명과 성찰이 있었는지, 유권자들이 납득할 만한 기준이 마련돼 있는지 여전히 의문이다.

    이러한 장면들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정당 전체의 문제로 이어진다. 민주당은 과연 어떤 기준으로 공천을 하고, 어떤 잣대로 인물을 평가하고 있는가. 정치적 동지라는 이유, 계파적 연관성 때문에 검증과 책임이 느슨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

    더 큰 문제는 지금 민주당이 누리고 있는 높은 지지율의 성격이다. 이 지지율에는 분명 '반사이익'이 섞여 있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이 대안 세력으로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생긴 결과다. 날카로운 견제도, 설득력 있는 정책 대안도 보여주지 못한 야당에 대한 실망이 결국 민주당으로 향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지금의 지지율이 온전히 민주당의 성과만으로 만들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 점을 놓치고 지지율을 일종의 '자격증'처럼 사용하기 시작하는 순간 정치적 오판은 시작된다. 반사이익으로 쌓인 지지율은 단단하지 않다. 상황이 바뀌면 언제든 빠르게 무너질 수 있다. 작은 실수 하나, 무리한 결정 하나가 여론을 순식간에 돌려세울 수도 있다.

    국정조사를 비롯한 정치적 수단은 정당성이 있을 때만 힘을 가진다. 절차적 정당성이 흔들리고 정치적 의도가 앞선다는 인식이 퍼지면 그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권력이 사법 영역까지 넘보려 한다는 불신으로 이어질 위험도 있다.

    지금 민주당에 필요한 것은 '얼마나 더 속도를 낼 것인가'가 아니라 '어디서 멈출 것인가'를 고민하는 용기다. 정치의 진정한 힘은 강도가 아니라 설득에서, 속도가 아니라 균형에서 나온다.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한 '선명성 경쟁'이 중도층의 외면을 부르는 독약이 될 수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이 대통령의 '이스라엘 관련 논란'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인권에 대한 대통령의 가치관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국가 지도자에게 외교는 개인의 신념만을 실현하는 무대가 아니다. 때로는 국가 이익을 위해 그러한 신념을 절제하거나 필요하다면 드러내지 않는 것 또한 지도자의 역할이다.

    동시에 대안 세력으로 자리 잡지 못한 국민의힘도 이러한 독주를 초래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견제와 균형이 무너진 정치판에서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으로 돌아온다. 결국 정치는 '균형의 예술'이다. 지금의 유리한 지형에 취해 무리수를 반복한다면 민심이라는 거대한 파도는 언제든 그 방향을 바꿀 준비가 되어 있다. 역사가 우리에게 주는 가장 평범하고도 준엄한 교훈이다.

    (칼럼에 언급된 한국갤럽 여론조사는 지난 7~9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했으며 무선전화 가상번호 무작위 추출을 이용한 전화면접조사로 이뤄졌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응답률은 15.0%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