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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미연합군사령부가 지난해 9월 18일 강원 화천 및 춘천, 대전 일대에서 연합의무지원 야외기동훈련(FTX)을 진행하는 모습. 사진은 당시 최성진 한미연합군사령부 작전차장과 미 18 의무사령관 대린 콕스 소장이 연합·합동 의무지원훈련 현장에서 임무 현황을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최근 한 달 가까이 한미 간 대북 정보 공유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는 소식은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니다. 안보의 최전선에 선 우리에게 동맹 간 정보 공유는 단순한 협력 차원을 넘어 신뢰의 상징이자 연합 방위 태세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론'을 내세우며 우리를 사실상의 '주적'으로 규정하고 미국과의 직접 거래를 노리는 이른바 통미봉남(通美封南) 전략을 노골화하는 상황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이러한 시점에 정보 협력이 흔들린다는 것은 단순한 공백이 아니라 안보 구조의 균열로 이어질 수 있다.
문제의 본질은 정보의 많고 적음이 아니다. 억지력은 능력과 의지, 무엇보다 신뢰 위에서 작동한다. 미국이 보유한 정찰 자산과 정보력은 단기간에 우리가 대체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정보 공유가 늦어지는 순간 대응은 뒤처지고 그 틈에서 오판의 가능성은 커진다. 북한이 노리는 지점도 바로 그 지점이다.
실제 북한의 움직임은 점점 더 노골적이다. 미사일 실험과 강경 발언을 이어가면서도 정작 협상의 시선은 서울이 아니라 워싱턴을 향하고 있다. 한국을 직접 상대가 아닌 '경유지'로 보는 오래된 전략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과거 문재인 정부 시기에도 남북 관계 개선 시도와 별개로 북미 중심 구도가 굳어지는 장면이 여러 차례 나타났다.
현 정부도 이러한 구조적 딜레마에서 자유롭지 않다. 이재명 대통령이 강조한 '자강 노선'은 분명 필요한 방향이다. 독자적 방위 역량을 키우고 첨단 무기와 정보 자산을 확충하는 일은 피할 수 없는 과제다. 하지만 자강은 어디까지나 동맹을 보완하는 개념이지 대체하는 수단이 될 수는 없다. 특히 핵을 보유한 상대를 억제하는 문제는 더 그렇다. 현실적으로 우리는 단기간에 모든 억지력을 홀로 구축할 수 없다.
정보 영역만 보더라도 그렇다. 미국의 첩보 위성이나 고고도 정찰 자산이 제공하는 실시간 감시 능력은 북한의 이동식 발사대 움직임을 포착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다. 여기에 전략폭격기, 핵추진잠수함, 항공모함 등 이른바 전략 자산이 더해질 때 비로소 억지력은 실체를 갖는다.
결국 억지력은 '보이는 힘'과 '느껴지는 힘'이 동시에 작동할 때 완성된다. 동맹이 굳건하다는 사실 자체가 북한에 주는 압박은 단순한 군사력 이상의 효과를 낳는다.
지금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북한의 오판이다. 만약 북한이 한미 사이에 틈이 생겼다고 판단한다면 그 순간 도발의 유인은 커질 수밖에 없다. 억지력의 핵심은 상대에게 '도발은 실패로 끝난다'는 확신을 심어주는 데 있는데 동맹의 균열은 그 메시지를 흐리게 만든다.
이러한 점에서 현 정부의 자강론이 힘을 가지려면 역설적으로 더욱 견고한 한미동맹이 전제돼야 한다. 지금 시급한 것은 방향 논쟁이 아니라 흔들린 공조를 복원하는 일이다. 정보 공유를 정상화하고 연합 방위 태세를 다시 단단히 묶는 것이 우선이다.
과거의 시행착오를 반복할 여유는 없다. 북한이 우리를 배제하고 미국만 상대하려는 구도를 깨기 위해서라도 한미가 '같은 메시지'를 내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줘야 한다.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입증해야 한다.
한미동맹의 균열에서 가장 크게 웃을 주체는 북한이다. 손자병법 '모공편'에는 "상병벌모 기차벌교(上兵伐謀 其次伐交)"라고 했다. 최선은 적의 전략을 깨는 것이고 그다음은 적의 외교를 끊는 것이다. 동맹을 약화시키는 순간 우리는 스스로 적이 원하는 길로 들어서는 셈이다.
결국 선택은 명확하다. 자강이냐 동맹이냐의 문제가 아니라 자강과 동맹을 어떻게 함께 작동시키느냐다. 안보는 실험의 대상이 아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이념이 아니라 균형이고 구호가 아니라 신뢰다. 흔들리지 않는 동맹 위에 구축된 확고한 억지력만이 북한의 도발을 막을 수 있다는 가장 기본적인 사실을 다시 확인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