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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대통령이 20일 대전 유성구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열린 학위수여식에서 축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제 대통령 엑스(옛 트위터)만 봐도 가슴이 철렁 내려 앉는다. 다주택자 때리기가 아니라 사실상 세입자 때리기."(40대 무주택자 A씨)
이재명 정부의 '1가구 1주택' 정책이 무주택 세입자들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다주택자 매물 출회를 유도하려는 각종 규제가 되려 전세시장 불안정성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다급해진 대통령과 정부는 다주택자 주택담보대출 연장 제한이라는 초강력 카드까지 꺼내 들었다.
이번에도 시작은 이재명 대통령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였다. 대통령이 엑스로 다주택자 대출 연장을 공개적으로 문제 삼자 금융당국은 곧바로 세부적인 규제안 마련에 돌입했다. 현재로선 신규 주담대에 적용되는 '담보인정비율(LTV) 0%'가 만기 연장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SNS 글이 곧바로 정책화되는 사례가 반복되자 시장에선 'SNS 포비아'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특히 무주택 세입자들이 체감하는 공포는 훨씬 크다. 다주택자에겐 매물을 처분하거나 버티는 등 최소한의 선택지가 있지만 세입자들은 말 그대로 정부 정책이 '생존'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번 대출 만기연장 제한 조치 또한 그렇다.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토해낼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게 정부 의도지만 문제는 임대차시장이다.
대출 연장이 안되면 차주인 집주인은 대출 원금 전액을 즉시 상환해야 한다. 현재와 같은 대출 규제 기조 아래에선 다른 은행을 통해 대환 대출을 받는 것도 어렵다. 결국 현금동원력이 부족한 다주택자는 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질 수 있다.
이 경우 해당 매물은 경매로 넘어가 집을 팔아도 전세보증금과 대출액을 갚지 못하는 '깡통주택'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고 세입자 입장에선 피 같은 보증금 일부 또는 전액을 날릴 수 있다.
다주택자 규제 여파로 애먼 무주택 세입자들이 매물 잠김과 전세값 폭등에 이은 보증금 미반환이라는 초대형 악재에 맞닥뜨리게 되는 것이다.
과도한 규제일변도 정책이 임대차 대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시장의 잇단 경고에도 정부는 별다른 해법을 내놓지 않고 있다.
오히려 대통령은 다주택자 규제가 전세시장 안정에 도움된다는 주장만 펼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1일 엑스를 통해 "다주택자나 임대사업자가 집을 팔면 전월세 공급도 줄겠지만 그 만큼 무주택자, 즉 전월세 수요도 줄어든다"며 "공급만큼 수요도 동시에 줄어드는데 전월세 공급 축소만 부각하는 건 이상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주택 매매시장에 매물이 증가함으로써 집값이 안정되고 그에 따라 전월세가도 안정된다는 것이 훨씬 더 논리적"이라고 강조했다.
즉 기존 세입자들이 다주택자 매물을 사들이면 전세수요가 매매로 전환돼 집값과 전세값 모두 안정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는 시장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기적의 논리'다. 안타깝게도 세입자 중 상당수는 시장에 풀린 매물을 당장 소화할 여력이 없다. 전세집에 거주 중인 청년이나 신혼부부는 초기자금이 턱없이 부족하고 '6·27대출규제'와 '10·15부동산대책'으로 대출까지 막혔다.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에서 시세 30억원짜리 매물이 25억원 급매로 나와도 이를 사들일 수 있는 건 고액 자산가나 소위 '금수저' 뿐이다. 세입자들 손발을 다 묶어 놓고 매매 전환, 시장 안정을 운운하는 것은 그야말로 어불성설이다.
이달 초 대통령은 엑스를 통해 "높은 주거비용 때문에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수백만 청년들의 피눈물은 안 보이느냐"고 했다. 하지만 정작 청년들의 멱살을 잡고 있는 정부 규제다.
주택 공급과 세입자 보호가 병행되지 않은 다주택자 때리기는 임대차시장 전체를 쑥대밭으로 만들 수 있다. 정부가 검토하겠다는 세입자 보호 방안이 주마간산(走馬看山)에 그치지 않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