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대통령, "청년 피눈물" 거론하며 다주택자 강경 비판집값보다 더 좁아진 금융 통로…신혼 주거는 대출 규제에 흔들주거 위기 단순화한 계층 프레임…사회 분열만 부추길 우려
-
- ▲ 이재명 대통령.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연일 SNS를 통해 다주택자를 겨냥한 강경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다주택자의 눈물이 안타깝나, 청년의 피눈물은 보이지 않느냐"는 직설적 표현까지 등장했다. 부동산 투기를 반드시 잡겠다는 의지도 거듭 강조했다.청년 주거 문제의 심각성에 이견은 없다. 다만 지금 청년들이 흘린다는 '피눈물'의 원인은 과연 다주택자 때문인가.청년들이 체감하는 현실은 조금 다르다. 집값 부담이 여전히 큰 것은 사실이지만, 당장 집을 살 수 있는 금융 통로 역시 빠르게 좁아지고 있다는 점이다.아이러니하게도 대통령이 '청년의 피눈물'을 언급하며 다주택자를 강하게 비판한 날, 신혼 가장이 대출 규제로 계약이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며 대통령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신혼부부 특별공급으로 분양가 18억6000만원 아파트에 당첨됐지만, 6·27 대출규제로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6억원으로 제한되면서 잔금 3억7000만원을 마련하지 못해 계약이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는 주장이다.금융의 문이 좁아지는 것은 무주택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수요 억제 중심의 대응은 이미 집을 보유한 청년층의 생애주기에 따른 주거 이동마저 어렵게 만들고 있다.최근 만난 한 30대 직장인은 미혼 시절 장기적 대비 차원에서 재건축 기대 아파트를 한 채 매입했다. 그러나 결혼을 앞두고 상황이 달라졌다. 해당 주택은 노후 단지로, 신혼부부가 당장 거주하기엔 여건이 맞지 않았다. 출퇴근 거리와 생활 인프라, 향후 자녀 계획까지 고려하면 다른 지역으로 옮기는 것이 현실적이었다.하지만 1주택자라는 이유로 강화된 가계대출 규제에 걸려 전세자금대출이 나오지 않았다. 자산은 묶여 있고 현금은 부족했다. 집을 보유하고 있다는 이유로, 정작 결혼을 위한 주거를 마련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이러한 사례는 예외적 장면이 아니다. 실제 수치도 이를 뒷받침한다.지난 1월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한 달 새 1조8000억원 넘게 줄었다. 주택담보대출 감소폭만 1조4000억원을 넘어섰다. 주담대가 두 달 연속 줄어든 것은 약 2년 9개월 만이며, 감소폭 역시 2년 만에 가장 크다. '꽁꽁 얼어붙었다'는 표현이 과장이 아닐 정도다.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총량관리 초과분을 올해 신규 대출 한도에서 차감하는 이른바 '총량 페널티'를 적용할 가능성이 크다. 일부 금융사는 지난해 목표치를 넘긴 증가분에 대해 삭감 전망이 나오고 있고, 원칙대로 적용될 경우 상환분 범위 내에서만 신규 대출이 가능해 사실상 올해는 '순증 제로'에 가까운 구조가 될 수 있다.청년들의 답답한 현실 앞에서 "집값이 내려가면 된다"는 말은 오히려 복잡한 구조를 지워버린 허망한 슬로건에 가깝다.부동산 가격이 단기간에 사회 초년생 월급으로 감당 가능한 수준까지 급락하는 일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 설령 일정 부분 조정이 이뤄진다 해도, 대출이 막혀 있다면 매수로 이어지기 어렵다.더 큰 문제는 임대시장이다. 다주택 보유를 '투기'로 단일화해 압박할 경우, 매매가 아닌 임대 공급의 위축 가능성도 함께 커진다. 전세·월세의 상당 부분은 다주택 보유자들이 공급한다. 이들이 시장에서 빠지거나 신규 진입을 꺼릴 경우, 청년들이 당장 체감하는 월세 부담은 오히려 커질 수 있다.무엇보다 '청년의 피눈물'을 언급하며 제시한 해법이 특정 계층을 문제의 원인으로 단순화하는 방식이라는 점이 우려스럽다. 다주택자만 사라지면 문제가 풀리는가. 이런 방식은 해법이라기보다 프레임에 가깝다. 대통령이 다주택자를 겨냥한 날 신혼부부의 주거계획은 대출규제 앞에 흔들리고 있었다. 대통령의 발언이 청년과 서민을 향한 것이었을지라도, 계층을 나누는 언어는 또 다른 분열만 낳을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