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작가' 장진성 소설 '캠프 15' 독점 연재 47
잠시 후 최종배의 목소리가 산등성이를 타고 울려 퍼졌다."휴식!"수용자들은 모두가 의아해했다. 보위원들의 손목시계는 제각각이었지만 수용자들의 생체 시계는 단 한 번도 틀린 적이 없었다. 점심시간이 되면 그걸 알리는 구령보다 먼저 위장에서 종소리가 들렸다. 누군가의 배가
'탈북작가' 장진성 소설 '캠프 15' 독점 연재 46
최종배는 지형철에게 혼자라서 독신자 중대가 편하다고 했지만 반대로 부러운 것도 있었다. 독신자세대 보위원은 늘 작업현장에 따라붙어야 했다. 수용자들이 모여서 움직이니 한눈에 통제가 됐다. 한꺼번에 나가고 들어오는 텅빈 막사는 굳이 신경 쓸 일도 없었다.그러나 가족세대는
'탈북작가' 장진성 소설 '캠프 15' 독점 연재 45
확실히 성근은 오전과는 달랐다. 더는 혼자가 아니었다. 그는 이제 9분조 속에 섞여 있었다. 감시반은 9분조를 피해 다녔다. 에둘러 가는 그들의 발길이 오히려 9분조보다 더 분주해 보일 지경이었다.그날, 9분조의 하루 작업 할당량은 누구보다 빠르게 끝났다. 하지만 먼저
'탈북작가' 장진성 소설 '캠프 15' 독점 연재 44
수용자들은 아침을 극도로 싫어했다. 해가 뜬다는 건 또 하루의 고통이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는 신호였다. 수령이 태양이라니 싫은 이유가 더 붙는 셈이었다.대신 달을 좋아했다. 비록 눅눅하고 차갑고 굶주린 밤일지라도 살아서 넘겼다는 안도감이 스며드는 시간이었다. 누군가가
'탈북작가' 장진성 소설 '캠프 15' 독점 연재 43
옹헤야가 어머니 얼굴도 못 본채 실려 간 그날에는 비가 억수로 쏟아지고 있었다. 학교 정문 앞에 열세 살의 옹헤야가 서 있었다. 교복 상의는 젖었고 운동화엔 물이 고였다. 우산이 없었다. 그때 검은 벤츠가 학교 담벼락 앞으로 다가와 멈췄다.문이 열리고 싯누런 인민복에
'탈북작가' 장진성 소설 '캠프 15' 독점 연재 42
그 시각 도성진은 감시반에 둘러싸여 있었다. 그는 삽자루를 움켜쥐고 숨을 고르는 표정이었다. 그 앞에는 옹헤야가 있었다. 완장을 차더니 한순간에 바뀐 듯한 그의 표정에 성진은 얼떠름했다."내가 뭘 잘못해서 기합 주는 거예요?"뒤에 밀려나 있던 미꾸라지가 무리를 헤치며
'탈북작가' 장진성 소설 '캠프 15' 독점 연재 41
휴식시간이 끝나기 직전 2작업반 반장이 숨을 가쁘게 몰아쉬며 9분조로 달려왔다.그의 말은 단도직입적이었다."4명만. 지금 가족세대 작업장에 보내. 거기 큰 돌들 들어내야 해."그러고는 주저 없이 손가락을 내밀어 검은손, 주둥이, 도련님, 가수를 지목했다. 가족세대란 말
'탈북작가' 장진성 소설 '캠프 15' 독점 연재 40
옹헤야9분조는 우울했다. 갑자기 옹헤야가 감시반으로 옮겨간 이유가 조직부장의 지시라지만 소문은 달랐다. 옹헤야가 감시반으로 가기 위해 미꾸라지 앞에서 격술시범을 보이고, 만족한 감시반장이 데려갔다는 것이다. 옹헤야를 따로 만난 검은손은 실망이 컸다. 옹헤야는 자기가 감
'탈북작가' 장진성 소설 '캠프 15' 독점 연재 39
2월 18일, 민족 최대의 명절이 지나자 곧바로 눈보라도 거셌다. 밤새 쏟아진 눈이 그 바람에 얼려졌다. 이틀을 쉬고 난 뒤라서 더 춥게 느껴진 게 아니었다. 출소하지 못한 자들에게 그 사실을 다시 각인시키는 강제노역의 첫날이기 때문이었다.독신자 운동장은 새벽부터 눈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