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담대는 특권, 빚은 공공재”… 뒤집힌 금융 정의가계부채 조이는 척 부실은 키우는 정책위기는 서민에게만 오고, 고통도 서민에게만 남는다드라마 속 김부장은 대출도 되고, 상가도 산다 … 현실의 박부장은 무엇을 살 수 있나
-
- ▲ ⓒ챗GPT
최근 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가 인기를 얻는 이유는 단순한 직장 서사 때문이 아니다. 시청자들이 웃다가도 순간 표정이 굳는 이유는, 화면 속 현실이 결코 남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집 한 채가 신분을 가르고, 회사의 명함이 생존을 보장하는 시대. 김부장은 살아남은 자의 상징이다. 하지만 이 나라에는 김부장보다 더 낮은 곳에서 버티는 박부장들이 훨씬 많다는 사실이다.김부장은 억울해서라도 대출 상담을 받아볼 수 있고, 여차하면 상가 투자까지 꿈꿔볼 수도 있다. 그러나 '서울 전세에 중소기업 다니는 박부장'에게 그런 여지는 없다. 그는 지금 은행 문 앞에서 멈춰 서 있다.박부장의 월급은 5년째 그대로인데 주담대 금리는 연 6%대를 넘어섰다. 은행은 연말마다 "총량 규제"라며 대출 창구에 셔터를 내린다. "서울에 전세 살며 아이 키우는 것만으로도 위대한 인생"이라지만, 은행은 돌아보지 않는다.수도권 외곽으로 이사를 가고 싶어도 아이 학교 때문에 쉽지가 않다. 아들이 지금 다니는 학교만은 어떻게든 지켜줘야 한다고 믿는다. 매달 전세대출 이자 150만원이 통장에서 빠져나간 뒤 남는 건 한숨과 신용카드 명세서뿐이다.금융당국은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대출을 조인다"고 말한다. 하지만 문을 닫은 곳은 은행이고, 열린 곳은 빚이다. 돈은 방향을 바꾼다. 저축은행, 카드론, 사채, P2P. 금리는 위로, 위험은 더 위로 가는 식이다.박부장이 다니는 중소기업은 구조조정 소문이 매년 되풀이된다. 올해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1.03%. 15년 만의 최고치다. 50대 전문기술도 없는 박 부장의 해고는 곧 생계의 추락이다.정부가 확대한다는 취약계층 금융지원에도 박부장이 들어갈 틈이 없다. 기존 채무를 새 대출로 갈아타게 하거나, 만기만 연장해주는 방식. 빚의 크기는 그대로인데 시간만 늘어난다. 폭탄의 타이머에 테이프만 한 번 더 감아놓는 셈이다.정책은 선의로 포장돼도 결과는 냉정하다. 가계부채는 이미 GDP보다 크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최근 한 달 새 마이너스통장 잔액만 1조원 넘게 늘었다. 두 자릿수 금리에도 손을 뻗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주식 '빚투' 생활비 대출, 임대료, 자영업 운영비가 뒤섞이며, 위험한 레버리지가 다시 자라나고 있다.드라마 속 김부장은 마지막에 웃는다. 하지만 현실 속 박부장은 오늘도 형광등 켜진 전세방에서 스마트폰 대출 한도를 다시 계산한다.박부장에게 노후 준비는 사치다. 자녀에게 물려줄 자산 역시 없다. 남는 건 빚과 걱정뿐이다. 그리고 묻는다. 정책은 도대체 누구를 위한 것인가.우리는 또 얼마나 더 버젓이 '박부장'이라는 이름의 현실을 외면해야 하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