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도미니카R과 선발투수로 나선 류현진이 1회를 마치고 더그아웃으로 내려가고 있다. /연합뉴스
    ▲ 도미니카R과 선발투수로 나선 류현진이 1회를 마치고 더그아웃으로 내려가고 있다. /연합뉴스

    실력부터 경기에 대한 집중력까지 모든 것에서 밀린 경기였다. 속상하지만, 한국의 야구 실력 수준을 제대로 알 수 있는 경기였다. 모든 선수들이 얼어 붙었고, 자신감도 떨어져 있었다. 과거 우리 축구 대표팀이 브라질과 붙으면 얼어붙고, 속절없이 대표하는 모습 그대로였다. 

    무엇보다 투수력이 국제 무대에서 얼마나 밀리는 지를 처참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2회 유격수 김주원의 뼈아픈 홈송구 미스는 경기 전반을 결정짓는 '실책성 플레이'였다. 박동원이 홈으로 파고드는 주자를 막지 못한 플레이는 실력을 넘어 경기에 대한 집중력에서도 밀렸음을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대한민국이 17년 만에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2라운드, 8강에 올랐지만 힘 한번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콜드게임 패배를 당했다. 

    류지현(55)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대표팀은 14일 오전 7시 30분(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론디포 파크에서 열린 도미니카공화국과 경기에서 0-10으로 7회 경기를 끝냈다. 

    이날 한국은 류현진을 앞세워 도미니카공화국의 막강 화력을 저지하려 했지만, 힘에 겨웠다. 도미니카공화국은 메이저리그에서도 손에 꼽히는 멤버들이 주축을 이뤘다. 축구로 따지만 브라질 대표팀과 같았다. 

    1번 타자인 페르난도 타티스jr(우익수·샌디에이고 파드리스)부터 케텔 마르테(2루수·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그리고 메이저리그 최고 연봉을 자랑하는 후안 소토(좌익수·뉴욕 메츠), 류현진의 옛 동료인 '괴수' 블라디미르 게레로 jr(1루수·토론토 블루제이스), 매니 마차도(3루수·샌디에이고 파드리스)-주니어 카미네로(지명타자·탬파베이 레이스)-훌리오 로드리게스(중견수·시애틀 매리너스)-아구스틴 라미레스(포수·마이애미 말린스)-헤랄도 페르도모(유격수·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까지 한숨을 돌리기 어려운 거포들이 즐비했다. 선발 투수인 크리스토퍼 산체스(필라델피아 필리스)는 지난해 사이영상 2위를 차지한 최상위급 선수였다. 

    그래도 류현진은 1회를 실점 없이 막으면서 '기적'에 대한 희망을 품게 했다. 

    하지만 2회에 모든 것이 틀어졌다. 선두타자 게레로jr가 볼넷을 골라 출루했다. 마차도를 좌익수 직선타로 막았지만, 카미네로가 좌익 선상 적시 2루타를 때려냈다. 

    이날 경기의 분수령은 여기였다. 중간 송구를 맡은 김주원이 포수에 던진 것이 빗나갔고, 시간적 여유가 있었음에도 실점을 하고 말았다. 여기서 아웃만 시킬 수 있었으면 이날 경기 양상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결국 로드리게스의 유격수 땅볼을 틈타 카미네로가 홈을 밟아 2-0이 됐다. 

    타티스JR의 추가 적시타로 3-0. 특히 3회말 무사 1루 게레로JR의 중견수 뒤 2루타로 1루 주자 소토가 홈으로 쇄도하는 과정에서 포수 박동원이 기다리고 있었음에도 잡지 못한 것은 두고두고 아쉬운 장면이었다. 완전한 아웃 타이밍이었지만, 박동원의 미트는 소토의 몸에 닿지 않았다. 한국은 챌린지까지 신청했지만 소용 없었다. 

    박동원은 이미 KBO리그에서도 지난해 8월 1일 한화 이글스전에서 손아섭의 스위밍 슬라이딩에 치명적 점수를 내준 일이 있었다. 박동원은 이런 어처구니 없는 플레이를 국제 무대에서 또 다시 하고 말았다. 

    이 정도면 실수가 아니라, 실력이다. 실력이 떨어지면 온 몸으로 저항하고, 맞서야 했는데, 안방마님 포수부터가 집중력이 떨어졌고 이는 경기 전체의 향방을 가르고 말았다. 

  • ▲ 도미니카R과 선발투수로 나선 류현진이 1회를 마치고 더그아웃으로 내려가고 있다. /연합뉴스
    ▲ 도미니카R과 선발투수로 나선 류현진이 1회를 마치고 더그아웃으로 내려가고 있다. /연합뉴스


    한번 기울어진 승부를 뒤집기는 힘든 일. 한국은 노장 노경은에 이어 박영현, 곽빈, 데인 더닝까지 투입했지만 4점을 더 내줬다. 

    4회 초에는 산체스를 상대로 첫 안타가 터졌으나 추격하는 점수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선두타자 존스의 우전안타 뒤 이정후의 투수 병살타가 나왔다. 6회 초 도미니카공화국이 두 번째 투수 알베르트 아브리우를 투입했다. 한국은 아브리우 공략에도 실패했다. 6회 초 삼자범퇴. 7회 초에도 한국 타선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7회 말 수비에서는 1사 후 마차도의 안타와 크루스의 볼넷이 나오면서 콜드게임 경고등이 켜졌다. 로드리게스의 유격수 땅볼이 병살 플레이로 이어지지 않으면서 2사 1, 3루 위기가 계속됐다. 제구력이 흔들리던 소형준은 오스틴 웰스에게 결국 우월 대형 3점 홈런을 맞고 말았고, 10점 차 콜드게임이 되고 말았다. 

    소형준의 제구가 흔들리는데도 투수 교체를 하지 않은 것이 패착이었다. 

    한국 타선은 손도 제대로 서보지 못하고 도미니카공화국의 선발 투수 크리스토페르 산체스와 두번째 투수 알버트 아브레우에게 무너졌다. 

    안타와 2루타, 단 2안타에 그쳤고 2024년 MLB 올스타 출신 산체스에게는 5회까지 삼진 8개를 당하는 치욕을 맛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