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수(握手)를 악수(惡手)로 만든 정치인들해리스 부통령, 文과 악수하고 옷에 손 닦아 하정우, 상인과 악수한 뒤 두 손 '탈탈' 털어정치인 되기 전 '생선 손질 손' 보듬는 인간됨부터 배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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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5월 21일(현지시각)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미국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은 백악관 옆 아이젠하워 행정동의 행사실에서 카멀라 해리스(Kamala Devi Harris) 부통령을 만났다. 코로나19가 유행하던 시기 만난 두 사람은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회담에 임했다.
- ▲ 부산 북구갑 보궐선거 출마를 공식화한 하정우 전 청와대 수석이 지난 29일 부산 구포시장 방문 도중 상인과 악수를 하려고 손을 뻗고 있다. ⓒ유튜브 '황기자TV' 캡쳐
먼저 문 대통령이 "부통령 취임 당시 SNS에서 많은 사람이 동참했던 진주목걸이 캠페인이 인상적이었다"며 "보이지 않은 차별 철폐에 앞장서서 극복해 온 부통령님에 대한 애정과 지지였다고 생각한다"고 추어올리자, 해리스 부통령은 "가장 많은 한국인 재외동포가 거주하는 곳이 제 고향 캘리포니아"라며 한국계 미국인들의 활약상을 언급했다.
문 대통령과 덕담을 주고 받은 해리스 부통령은 만면에 미소를 머금은 채 문 대통령에게 다가가 오른손을 내밀며 악수를 청했다.
문제는 악수를 나눈 다음이었다. 문 대통령의 오른손을 가볍게 쥐었다가 놓은 해리스 부통령은 좌측으로 몸을 돌리면서 자신의 오른손을 상의 하단에 쓱 문질렀다.
당시는 코로나19가 창궐하던 때라 다들 방역이나 위생에 민감한 편이었다. 해리스 부통령도 그런 차원에서 무의식 중에 손을 닦았을 수 있다. 아니면 문 대통령의 손에 땀이 많아 그런 행동을 취했는지도 모른다.
경위가 어떻게 됐든 간에 해리스 부통령의 행동은 명백한 외교적 결례였다. 악수할 때 상대방 손에 땀이 많으면 누구나 불쾌감을 느낄 수 있다. 결벽에 가까운 위생 상태를 요구하던 시대적 상황도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일국의 정상과 악수를 나눈 뒤 곧바로 그 손을 닦는 행동은, 대통령 개인은 물론 상대국 입장에서 '모멸'로 받아들일 수 있는 무례한 행동이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외교적 결례일 뿐 아니라 인종차별적 행위"라는 성토가 터져 나왔다. 일부 네티즌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7년 백악관을 방문한 아베 일본 총리와 악수를 하며 19초 동안 손을 놓아주지 않았던 일화를 언급하며 '외국 수장'을 하대하는 듯한 미 지도자들의 오만함을 꼬집기도 했다.
해리스의 '오만한 악수'를 연상케 하는 일이 대한민국에서도 벌어졌다. 부산 북구갑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한 하정우 전 청와대 AI미래기획수석비서관이 시장 방문 도중 한 상인과 악수한 후 자신의 손을 털어내는 장면이 카메라에 포착된 것. -
뉴데일리 취재에 따르면 하 전 수석은 지난 29일 오후 5시 20분부터 부산 구포시장을 찾아 한 매장 상인과 악수를 나눴다.
- ▲ 부산 북구갑 보궐선거 출마를 공식화한 하정우 전 청와대 수석이 지난 29일 부산 구포시장 방문 도중 상인과 악수한 직후 손을 털어내고 있는 모습. ⓒ유튜브 '황기자TV' 캡쳐
그는 두 손으로 상인의 손을 잡고 허리를 숙여 인사한 후 뒤돌아서며 두 손을 '탁탁' 털었다. 하 전 수석과 악수한 여성은 구포시장 내 야채가게 상인으로 전해졌다.
하 전 수석이 유권자와 악수를 나눈 뒤 손을 '탁탁' 턴 이유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이 상인의 손에 땀이 많았을 수 있다. 아니면 야채를 만지다 흙 같은 오물이 묻었을 수도 있다. 그런 손을 '덜컥' 잡은 하 전 수석이 무의식 중에 자신의 손에 묻은 오물을 털어내려 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하 전 수석은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나온 사람이다. 아무리 상대방 손에 땀이 많거나 이물질이 있어 불쾌감이 느껴져도 참았어야 했다. "고향 주민들을 먼저 만나 '북구의 아들이 돌아왔다'고 인사드리러 왔다"고 하면서 정작 자신을 환대하는 '고향 주민'의 손을 털어내는 그의 모습을 보고도, 기꺼이 '지지표'를 던질 유권자가 있을까.
논란이 일자 하 전 수석은 "하루에 수백 명, 1000명 가까이 되는 분들과 악수를 처음 해봤다. 마지막으로 가다보니 손이 저렸다. 무의식적으로 이렇게 쳤던 것 같다"면서 "이런 게 현실 정치의 네거티브라는 생각이 든다"고 토로했다.
아무리 손이 저려도, 힘이 들어도 유권자 앞에서 양손을 비비거나 손을 터는 것은 무례한 행동이라는 비판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가 이재명 대통령이나 정청래 민주당 대표 같은 권세 있는 자들과 악수를 한 뒤에도 '손이 저리다'고 저런 행동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하 전 수석의 행동을 두고 정치권에선 "출세한 듯 귀족 흉내를 내는 정치로는 유권자의 선택을 받을 수 없다"는 말이 나온다. 백번 맞는 지적이다. 상인들의 거친 손바닥이 북구를 지켜 온 '눈물겨운 훈장'이라는 걸 알고 있다면, 절대 이런 행동을 할 수 없다. 표심은 '바닥 민심'에서부터 나온다. 자신을 시장 상인들과는 '함부로' 손을 잡아선 안 되는 '특권층'으로 인식하는 이를 '민의의 대표'로 뽑을 수는 없는 일이다.
물론 "본심은 그렇지 않다"는 해명이 나올 수 있다. 중요한 건, 하 전 수석의 행동이 그러한 오해와 억측을 불러일으켰다는 점이다. 이는 평소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는 습관을 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앞서 해리스 부통령의 행동이 '인종차별적 행위'라는 오해를 낳았다면, 하 전 수석의 이번 행동은 그를 '특권 의식에 젖은' 전형적 정치인으로 각인시키는 악수(惡手)가 되고 말았다.
번지르한 말보다 한 번의 행동에서 '신뢰'가 쌓이는 법이다. 하 전 수석은 네거티브가 판치는 정치 현실과 억울함을 토로하기에 앞서, 자신의 '언행'이 타인에게 어떻게 비치고 있는지부터 진지하게 성찰해야 한다.
수년 전 한국교육개발원과 교육정책네트워크가 중·고등학생 1만3863명을 상대로 직업군 신뢰도를 조사한 결과, 대통령과 정치인의 신뢰도(22~23%)는 유튜버 같은 인플루언서(31.5%)보다도 낮았다. 정치인이 인플루언서보다 더 많은 신뢰를 얻기 위해선 뼈를 깎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소리다. 채소 다듬고 생선 손질하던 손을 꺼리는 듯한 태도로는 결코 이러한 신뢰를 얻을 수 없다.
'현실 정치'가 개판이라면 모두가 신뢰할 수 있는 정치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 그게 바로 '정치 신인'들이 해야 할 일이다. 그럴 자신이 없다면 다시 청와대로 돌아가는 게 낫다. 그게 본인에게도, AI 업계를 위해서도 좋은 일일지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