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60→32㎍/㎥ 50% 감소…초미세먼지도 40% ↓20년간 '좋음' 일수 73일서 182일로, '나쁨'은 3분의 1 수준경유버스 CNG 전환·노후차 저공해화가 변화 출발점비상저감조치·계절관리제로 고농도 미세먼지 대응 강화2030년 13㎍/㎥ 목표…관건은 생활 속 배출원 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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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I생성
#.서울 마포구에 사는 30대 직장인 A씨는 요즘 아침마다 창문을 열어 하늘을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외출 전 마스크를 챙기는 일이 당연했지만 요즘은 "그냥 나가도 되겠다" 싶은 날이 부쩍 늘었다.남편의 와이셔츠도 달라졌다. 예전엔 하루만 입어도 목 부분이 희뿌옇게 변했는데 언제부턴가 그런 일이 줄었다. A씨는 "봄이 되면 하늘이 누렇게 뜨는 게 당연한 줄 알았는데 요즘은 확실히 달라진 것 같다"고 말했다.서울의 하늘이 달라지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서울의 미세먼지(PM10)는 약 47%, 초미세먼지(PM2.5)는 약 40% 감소했다. 초미세먼지 '좋음' 일수는 2.5배 이상 늘었고 '나쁨' 일수는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맑은 날은 두 배 이상 늘고, 나쁜 날은 절반 이하로 줄어든 셈이다.20여 년 전 전문가들은 자동차 증가와 중국발 오염 물질 등의 이유로 서울의 대기오염이 더 나빠질 것이라고 우려했지만 지금의 서울 하늘은 그 우려를 비켜갔다. -
- ▲ 지난 2004년 봄철 서울 시내 모습 ⓒ연합뉴스
◆ 뿌연 하늘이 일상이던 도시…서울 공기는 위험 수위였다2000년대 초반만 해도 서울의 대기질은 지금과 크게 달랐다. 북한산이나 관악산에서 도심을 내려다보면 시내 상공을 매연과 먼지가 돔처럼 뒤덮은 듯한 장면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자동차 배출가스와 공사장 비산먼지, 난방·사업장 배출원이 뒤섞이면서 서울의 미세먼지(PM10) 연평균 농도는 70㎍/㎥ 안팎을 오르내렸다. 도로변에서는 버스와 화물차가 내뿜는 매연이 일상이었고 봄철이면 황사와 미세먼지가 겹치며 도심 하늘이 누렇게 가라앉는 날도 잦았다.건강 피해도 심각했다. 당시 연구에서는 미세먼지로 인한 사회적 피해 비용이 2조6246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영아사망률 증가, 호흡기 질환 악화, 조기 사망 위험 등 건강 피해에 대한 경고도 잇따랐다. 서울의 대기오염 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도시들과 비교해도 높은 편으로 평가됐다. 미세먼지는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니라 시민의 수명과 일상, 도시 이미지에 직접 영향을 주는 생활 문제였다.그럼에도 당시 대기질 개선은 지방정부가 전면에 나서기 쉽지 않은 과제로 여겨졌다. 오염 원인이 자동차, 산업, 생활 배출원, 국외 유입 등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었기 때문이다. 시민 체감도는 높았지만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어려워 정책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리기 쉬운 분야이기도 했다.높은 불편과 우려에도 정책의 중심에는 서지 못했던 '공기 문제'가 서울시정의 전면에 등장한 건 2006년이다. -
◆ 잿빛 서울을 바꾼 첫 단추는 버스였다
- ▲ ⓒ서울시
2006년 7월 취임한 오세훈 서울시장은 대기질 문제를 시정의 핵심 의제로 끌어올렸다. 당시 오 시장은 "잃어버린 수명 3년을 돌려드리겠다", "일주일 내내 와이셔츠를 하얗게 입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하며 대기질 개선을 전면에 내세웠다.첫 조치는 도로 위에서 시작됐다. 당시 서울 도심의 대표적인 오염원은 경유 시내버스와 노후 경유차였다. 버스는 시민의 발이었지만 동시에 도심 곳곳을 오가며 매연을 내뿜는 이동 오염원이기도 했다. 서울시는 2007년 '맑은서울 2010 특별대책'을 추진하며 자동차 저공해화, 교통수요 관리, 생활환경 개선 등 5개 분야 64개 과제를 실행했다.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시내버스였다. 약 8900대에 달하던 경유 시내버스는 단계적으로 천연가스(CNG) 버스로 바뀌었다. 버스정류장에서 당연하게 여겨지던 매연 냄새가 점차 사라져갔다. 노후 경유차에는 매연저감장치 부착과 조기폐차 등 저공해 조치가 이뤄졌다. 서울시에 따르면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노후 경유차와 건설기계 등을 대상으로 한 저공해 사업은 총 53만 7829대에 달했고 1조 4791억원이 투입됐다.이후 서울의 대기질 정책은 '나쁜 날에는 더 대응하는 방식'으로 한 단계 넓어졌다. 서울시는 2017년 미세먼지를 재난으로 규정하고 초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를 도입했다. 2019년부터는 미세먼지가 심해지는 겨울철마다 계절관리제를 시행해 5등급 차량 운행을 제한하고 공사장과 사업장 관리, 도로청소를 강화했다.수도권과 유엔환경계획(UNEP)이 진행한 공동평가에서 2005년부터 2020년까지 서울의 초미세먼지 배출량은 75%,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4% 줄어든 것으로 분석됐다. -
- ▲ 서울 한강공원 ⓒ연합뉴스
◆ 2030년 초미세먼지 13㎍/㎥ 목표…관건은 생활 속 배출원지난 2021년 다시 시정에 복귀한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듬해 대기질 개선 목표를 다시 끌어올렸다. 2030년까지 서울의 초미세먼지 농도를 해외 주요 도시 수준인 13㎍/㎥까지 낮추겠다는 내용이다. 20년 전보다 서울의 공기는 맑아졌지만 '좋아졌다'는 평가에 머물지 않고 남은 배출원을 더 줄이겠다는 취지였다.과거에는 경유버스와 노후 경유차처럼 도로 위 매연을 줄이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면 2022년 이후에는 오염원이 발생하는 장소별로 관리 범위가 넓어졌다. 자동차는 물론 가정과 사업장, 공사장, 생활권까지 대기질 관리 대상에 포함됐다.자동차 분야에서는 전기차·수소차 보급과 노후 내연기관 차량 감축이 함께 추진되고 있다. 집과 사업장에서는 친환경보일러 보급, 저녹스버너 교체, 배출관리 시스템 구축 등을 통해 난방·사업장 배출을 줄이는 방식이다. 공사장에서는 비산먼지와 건설기계 관리가 강화됐고 세탁소와 음식점 등 생활 가까이에서 발생하는 오염물질도 관리 대상에 들어왔다.성과는 '좋음' 일수 증가로 나타나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초미세먼지 '좋음' 일수는 2023년 160일에서 2024년 176일, 2025년 182일로 늘었다. 지난해 초미세먼지 연평균 농도는 18㎍/㎥였다. 2030년 목표치인 13㎍/㎥까지는 5㎍/㎥가 남았다.남은 과제는 생활 속 배출원을 얼마나 촘촘히 줄이느냐다. 경유버스 교체와 노후차 감축처럼 눈에 띄는 대책은 상당 부분 진행됐다. 추가 개선을 위해서는 가정 난방시설, 소규모 사업장, 공사장 흙먼지, 세탁소와 음식점 등 시민 생활 주변에서 발생하는 오염원을 계속 줄여야 한다.미세먼지는 날씨와 바람, 국외 유입, 계절별 대기 정체의 영향도 받는다. 서울시 정책만으로 완전히 통제하기 어려운 영역이 있다는 뜻이다. 결국 앞으로의 관건은 배출원별 관리를 꾸준히 이어가면서 시민들이 체감하는 '맑은 날'을 얼마나 더 늘릴 수 있느냐다.서울시 관계자는 "대기질 개선은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어려운 분야지만, 장기간 일관된 정책 추진을 통해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수준까지 변화를 만들어냈다"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관리와 구조 전환을 통해 공기질을 꾸준히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