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축 논의 없다'는 정부, 재편엔 침묵트럼프, '韓은 도움 안 됐다' 분노 표출美 NDS "北 억제 1차 책임은 韓" 명시NDAA 감축 방지턱 있지만 우회로 존재주한미군, 장거리 타격군으로 변신 중주일미군 격상 시 한반도는 하위 전구로전방 축소·전작권 조기 전환→이중 공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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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일(현지시각) 백악관 집무실에서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와 회담 중 얘기를 나누는 모습.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독일 주둔 미군 감축을 공개적으로 거론하자 한국 국방부는 "주한미군 감축 논의는 전혀 없다"며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이란 전쟁에 비협조적인 동맹을 겨냥한 보복성 조치라는 표면적 해석 뒤에는 미국의 2026년 국가방위전략(NDS)이 드러낸 동맹 구조조정과 주한미군 역할 재편의 흐름이 겹쳐 있다.1일 안보 전문가들에 따르면 미국은 주한미군 지상 전력을 경량화·순환배치하며 장거리 타격·ISR·공군·해군 중심으로 재편하고 있다. 동시에 이재명 정부는 '자주국방'을 기치로 임기 내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을 추진하며 전방 상주 병력 감축까지 추진하고 있다. 양측 모두 최전선 전력이 빠지면 미국은 부담을 넘기려 하고 한국은 그 부담을 감당할 준비 없이 지휘권만 챙기는 '이중 공백' 구조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관건은 이미 진행 중인 '주한미군 재편'이 어느 방향으로, 얼마나 빨리 가속화될 것인지를 어떻게 평가하고 대비하느냐다. 이러한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일(현지시각) 백악관 부활절 오찬 행사에서 "유럽이 하게 두자. 한국이 하게 두자"면서 "한국은 우리에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 우리가 험지에, 핵 무력 바로 옆에 4만5000명의 군인을 두고 있는데도 말이다"라며 분노를 표출했다.트럼프 행정부가 채택한 2026년 NDS는 동맹이 방어에 '일차적 책임'을 지고 미군은 '결정적이지만 더 제한적인 지원'을 제공하는 구조로의 전환을 명시했다. 이는 한미동맹을 비롯한 동맹의 성격이 '무한 책임'에서 '조건부 공조'로 바뀌었음을 공식 문서로 선언한 것과 다름없다.물론 미국 의회는 국방수권법(NDAA)을 통해 주한미군과 유럽 주둔 미군에 각각 병력 하한선을 걸어 놓았다. 한국에서는 2만8500명 미만 감축에 예산을 사용할 수 없도록 했다. 아울러 유럽 상주·배치 병력을 7만6000명 미만으로 45일 이상 유지할 수 없도록 했다. 다만 미국의 국가 안보 이익에 부합하고 한국·일본 및 유엔군사령부에 군사적으로 기여하는 동맹국과 충분히 협의했다는 내용을 국방부 장관이 소관 상임위원회에 제출하면 60일 뒤 이러한 제한을 해제할 수 있다는 예외 조항이 붙었다.즉, 미국은 순환 배치 확대나 특정 전력의 이동 등으로 서류상 병력 규모는 유지하면서 실질 전력을 줄일 수 있다. 그뿐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 부담을 감수한다면 국가 비상 사태 선포와 같은 수단을 동원해 감축·이전 배치를 추진하는 우회 경로도 열려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1기 재임 중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을 명분으로 국가 비상 사태를 선포해 의회가 승인하지 않은 국방 예산을 전용한 전례가 있다.주한미군은 이미 조용히 바뀌고 있다. 지상전 주력이 중(重)기갑(M1 에이브럼스·M2 브래들리) 중심에서 스트라이커 중심의 기동형 전력으로 재정렬된 것은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2022년 7월부터 한반도에 상시 주둔하는 여단전투팀(BCT) 공백을 미 본토 순환배치스트라이커여단(SBCT)이 9개월 단위로 메우는 구조가 정착됐다. 지난 2월에는 워싱턴주 기반 제2보병사단 예하 SBCT가 새로 교대 배치됐다.또 주력 정찰기인 RC-12 가드레일(Guardrail)과 RC-7도 2025년 7월 퇴역했다. 미국 육군은 터보프롭 공중정찰자산(Aerial ISR) 전면 폐기를 공식 선언했다. 가교 전력인 전구급 고고도 차세대 항공 ISR-레이더 '아테나-R'(ATHENA-R)과 신규 전력인 고정밀 탐지 및 탐색체계 '하데스'(HADES)로의 교체가 진행 중이다. 제2보병사단 예하 제2전투항공여단의 아파치 공격헬기 대대(5-17 Air Cavalry Squadron) 비활성화 가능성도 미국 의회조사국(CRS)이 공식 거론한 상태다.반면 장거리 정밀화력은 강화됐다. 지난해 12월 제210야전포병여단 예하 제1대대-제38야전포병연대가 M270A2 MLRS(개량형 다연장로켓)를 한반도에서 최초로 실사격했다. 미국 육군 2026 회계연도 예산안에서 항공과 전차 관련 예산이 전년 대비 각각 약 14%, 22% 감소한 반면 미사일과 탄약 예산은 각각 약 42%, 28% 증가한 것은 지상 기갑·항공보다는 장거리 타격·탄약에 자원을 집중하겠다는 신호로 읽힌다.지금 주한미군에 일어나고 있는 것은 감축이라기보다는 '재구성'이다. 문제는 미국의 '전략적 유연성 확대' 기조에 기반한 이 재구성의 속도와 깊이가 트럼프의 거래주의적 동맹관, 이란전쟁 군함 파견 불응, 한국 정부의 대응 방식 등의 변수에 따라 얼마든지 가속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안보 전문가인 최우선 국립외교원 교수는 지난해 7월 보고서에서 완전 철수·대규모 감축은 의회와 군의 반대로 실현 가능성이 낮지만 스트라이커 여단 수준의 제한적 감축이나 경전투여단(LBCT)·특수작전부대로의 역할 조정은 의회와 군이 동의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 바 있다.유럽 주둔 미군 전력이 감축되면 그 전력의 일부는 인도·태평양 지역, 특히 일본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은 일본과의 동맹을 전면 업그레이드하는 작업을 병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일미군사령관과 제5공군사령관의 겸직 체제는 지난 3월 24일 공식 분리됐고, 주일미군을 합동군급 작전 지휘가 가능한 통합군사령부로 격상시키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미·일이 동중국해와 남중국해를 하나의 전구로 묶고 제1도련선을 따라 거부적 방어선을 구축하는 '원 시어터'(one theater) 구상 속에서 한반도 전구의 위상이 상대적으로 후순위로 밀려난 형국이다.특히 주한미군을 지상군 위주에서 공군·우주·해군 중심 기동 전력으로 재편하는 미국의 재구성이 한국의 전작권 전환과 맞물리면 이 우려는 더 선명해진다. 트럼프 행정부 안에서는 전작권 이양을 계기로 현재 4성인 주한미군사령관을 3성으로 내리고, 주일미군사령관을 4성으로 격상해 유엔군사령관을 겸직시키는 방안이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정전협정·비무장지대(DMZ) 관할·일본 내 7개 후방기지 네트워크를 쥔 유엔사의 실질적 무게중심이 일본으로 이동한다면 한반도 전구가 주일미군의 하위 전구로 편입됐다는 인식이 굳어지는 것은 시간 문제다.이러한 지정학적 환경에서 이재명 정부는 전방 일반전초(GOP) 병력을 2만2000명에서 6000명으로 줄이고 나머지 1만6000명을 후방으로 재배치하는 방안을 공식화했다. 인공지능(AI) 기반 감시체계 도입을 전제로 한 병력 감축이라지만 예비전력·기동부대·지휘체계 보강 방안은 제시되지 않았다. 현장에서는 "센서만 늘리고 슈터는 줄이는 격"이라는 비판이 나온다.따라서 한반도의 주도적 방어를 위한 능력을 상향해 미군의 '결정적 지원'이 더 큰 효과를 내도록 만들려면 초기 지상전에서 한국군 주도 능력의 신뢰성을 확보해야 한다. 그러나 전방 병력 축소, 군함 파견 불응, 전작권 조기 전환, 미국 전술핵 재배치 논의 회피 등 지금 이재명 정부의 '자주국방' 방향은 이 전제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행보라고 볼 수 있다. 주독미군 감축이 현실화되면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도 줄였으니 한국도 더 부담해야 한다'는 논리로 방위비·주둔 구조 재조정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