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논란 계기 현장 찾은 우파 봉사자햄버거 대신 라면…참가자들 끼니 책임져"잘 먹었습니다" 한마디에 13일째 봉사
  • ▲ 19일 오후 서울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인근에 설치된 부스에서 시민들이 라면을 받아가고 있다. ⓒ정상윤 기자
    ▲ 19일 오후 서울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인근에 설치된 부스에서 시민들이 라면을 받아가고 있다. ⓒ정상윤 기자
    19일 오후 12시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1-1 게이트 앞. 뜨거운 물을 붓고 컵라면을 건네는 손길이 쉴 새 없이 이어졌다.

    라면 부스를 지키던 서혜성(64)씨는 집회가 시작된 지 이틀째부터 참가자들의 끼니를 챙겨온 자원봉사자다. 그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계기로 현장을 찾았고, 이날까지 13일째 부스를 운영하고 있다.

    서씨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선관위를 둘러싼 논란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선관위를 둘러싼 의혹에 대해 국민이 납득할 만한 설명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며 "그냥 보고만 있을 수 없어 현장에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부스를 차리게 된 계기는 집회 참가자들의 부실한 식사였다.

    서씨는 "집에서 집회 영상을 보는데 참가자들이 햄버거와 빵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모습이 계속 눈에 밟혔다"며 "마침 차에 컵라면 600개가 있어 김치를 함께 사 들고 왔다"고 회상했다.

    이어 "밥을 준비하기는 어려워도 라면 한 끼는 챙겨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며 "참가자들이 '잘 먹었습니다', '고맙습니다'라고 인사할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 ▲ 19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 설치된 부스에서 한 시민이 라면을 받아가고 있다. ⓒ정상윤 기자
    ▲ 19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 설치된 부스에서 한 시민이 라면을 받아가고 있다. ⓒ정상윤 기자
    처음에는 혼자 시작한 봉사였지만 지금은 후원과 자원봉사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라면과 가스를 후원해 주는 사람도 있고, 김치를 직접 담아 오는 분들도 있다"며 "배식과 쓰레기 정리를 자처하는 봉사자들도 하나둘 늘었다"고 말했다.

    집회가 길어질수록 자신의 역할도 커졌다고 했다.

    서씨는 "13일 동안 같은 자리를 지키다 보니 자연스럽게 현장을 챙기게 됐다"며 "누군가 음식을 가져오면 배부를 돕고, 쓰레기 처리까지 함께 신경 쓰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집회 참가자들은 목소리를 내고, 나는 뒤에서 먹을 것을 준비하는 역할"이라며 "사람은 밥을 먹어야 힘을 낼 수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봉사라면 계속 이어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서씨는 "부자가 아니라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축복"이라며 "몸이 허락하는 한 이 자리에서 참가자들의 끼니를 계속 챙기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