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입법 효율성 확보" vs 野 "권력 견제 필요성"법사위원장 배분, 자리싸움 아닌 '권한 구조' 문제법조계 "야당 법사위원장 관행, 권력 집중 견제 장치"
  • ▲ 나경원 의원을 비롯한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 4월 16일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 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서 신동욱 국민의힘 의원의 발언 금지와 퇴장조치에 항의하고 있다. ⓒ서성진 기자
    ▲ 나경원 의원을 비롯한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 4월 16일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 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서 신동욱 국민의힘 의원의 발언 금지와 퇴장조치에 항의하고 있다. ⓒ서성진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22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 협상에서 법제사법위원장 사수 방침을 재확인하면서 법사위원장 배분을 둘러싼 여야 대치가 격화되고 있다.

    법사위원장은 국회 입법 절차의 마지막 단계인 체계·자구 심사를 담당하는 법제사법위원회를 이끄는 자리다. 입법 절차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만큼 법사위원장 배분 문제는 국회 내 권한 구조와 견제 원리를 둘러싼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여야 역시 법사위의 기능을 놓고 입법 효율성과 권력 견제라는 상반된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헌법학계에서는 이번 사안을 헌법이나 국회법이 규율하는 법적 분쟁이라기보다 정치적 관행과 권한 배분의 원칙을 둘러싼 문제로 보고 있다. 다만 특정 정당이 법사위를 포함한 주요 상임위원장을 사실상 독점하는 구조가 형성될 경우 국회의 견제 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여당의 더 센 입법 독주가 예고되며, 필연적으로 정치적 반작용이 일어날 것이라는 얘기다.   
  • ▲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11일 오전 국회에서 정점식 국민의힘 신임 원내대표에게 축하난을 전달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11일 오전 국회에서 정점식 국민의힘 신임 원내대표에게 축하난을 전달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與 "일하는 국회 위해 법사위 필요" … 野 "관례 복원"

    민주당은 후반기 원 구성 협상에서 법사위원장은 협상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한병도 원내대표는 지난 16일 국회 원내대책회의에서 "일하는 국회를 만들기 위해 법사위는 협상의 대상이 아니다"라며 국민의힘이 법사위원장을 맡을 경우 주요 국정과제와 민생 현안 처리가 지연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전반기 국회에서도 법사위를 통과한 법안이 본회의에 장기간 계류되는 사례가 있었다며 집권 여당이 법사위를 맡아 입법 효율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협상이 결렬될 경우 상임위원장 선출을 단독으로 추진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회의장은 제1당, 법사위원장은 제2당이 맡아온 기존 관례를 근거로 법사위 반환을 요구하고 있다. 정점식 원내대표는 18일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관례대로 법사위원장을 원내 제2당에 돌려놓는 것이 국회 정상화의 출발점"이라며 민주당의 법사위 독점이 입법 독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비판했다.

    다만 현행 헌법과 국회법에는 법사위원장을 어느 정당이 맡아야 하는지에 대한 명문 규정은 없다. 법사위원장 배분 방식은 법률이 아닌 정치적 합의와 국회 관행에 따라 결정돼 왔다.
  • ▲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대한민국헌법 개정안이 지난달 7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가운데 국민의힘 의원 전원이 불참해 있다. ⓒ이종현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대한민국헌법 개정안이 지난달 7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가운데 국민의힘 의원 전원이 불참해 있다. ⓒ이종현 기자
    ◆ 법사위 '체계·자구 심사' 권한 … 입법 통제 핵심 쟁점

    국회법상 법사위는 다른 상임위원회를 통과한 법안에 대해 체계·자구 심사를 수행하는 상임위원회다. 이 같은 권한 때문에 법사위는 사실상 국회 입법 절차의 최종 관문으로 평가받는다. 법안의 내용뿐 아니라 문구와 법체계 정합성을 점검하는 만큼 입법 흐름을 조정하는 핵심 단계로 꼽힌다.

    법사위원장 배분 문제 역시 이러한 권한의 성격과 맞물려 국회 내 권한 배분 및 견제 구조를 둘러싼 쟁점으로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은 법사위가 사실상 '상원적 기능'을 하며 입법을 지연시켜 왔다고 보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은 다수당의 입법 독주를 견제하는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민주당이 후반기 원 구성 과정에서 법사위를 포함한 주요 상임위원장 전반을 확보할 수 있다는 관측까지 제기되면서 21대 국회 전반기 원 구성 협상 결렬 이후 여당이 사실상 모든 상임위원장을 단독 선출했던 전례가 다시 거론되고 있다.

    결국 법사위원장 배분 논란은 국회 운영 관행과 입법권 견제 구조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의 문제로 확장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 법제사법위원회 첫 전체회의가 지난 12일 오후 국회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상임위 일정 보이콧을 선언한 가운데 야당 단독으로 열리고 있다. ⓒ이종현 기자
    ▲ 법제사법위원회 첫 전체회의가 지난 12일 오후 국회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상임위 일정 보이콧을 선언한 가운데 야당 단독으로 열리고 있다. ⓒ이종현 기자
    ◆ "특정 정당 상임위원장 독점 … 견제 기능 영향"

    헌법학계 일각에서는 다수당 중심의 상임위원장 운영이 확대될 경우 국회 내 권한 균형이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특정 정당이 법사위원회를 포함한 주요 상임위원장 구성을 사실상 독점하는 구조가 될 경우 입법 과정에서의 견제 장치가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특정 정당이 법사위를 포함해 주요 상임위원장을 사실상 모두 가져가는 구조가 되면 견제 기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중요한 것은 제도 자체보다 이를 운영하는 정치 세력의 태도"라고 말했다.

    장 교수는 "헌법은 법사위원장 배분 방식에 대해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며 "각국은 정치문화와 역사적 경험에 따라 서로 다른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장 교수는 우리 제도 역시 법적 규범이라기보다 정치적 경험과 관행 속에서 형성된 구조라고 짚었다. 그는 "오랜 기간 야당이 법사위원장을 맡아온 것은 과거 권력 집중과 독재를 경험하면서 권한이 한쪽으로 쏠리는 구조에 대한 경계심이 형성됐기 때문"이라며 "야당 법사위원장 관행은 권력 집중을 견제하기 위한 정치적 장치로 기능해 왔다"고 말했다.

    관행 변경에 따른 정치적 파장 가능성도 언급했다. 장 교수는 "국민들이 '너무 일방적인 것 아니냐'는 인식을 갖게 되면 정치적 반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며 "다수결 자체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더라도 정치적 비용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제도화의 한계도 지적했다. 그는 "법률로 정하더라도 다수당이 다시 바꾸면 의미가 크지 않고 헌법에 모든 상임위원회의 구성을 규정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며 "이 문제는 결국 정치적 합의와 정치문화의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수당이 모든 상임위원장을 맡더라도 합리적으로 운영된다면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면서도 "일방적 운영이 반복될 경우 정치적 반발과 후유증은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