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위기 현실화… 한일 ACSA 필요성 커져ACSA 두고 '안보 실리' vs '日 재무장 우려'"복합위기 대비하려면 한일 군수 공조 필요"정부 선 긋지만 한일회담 앞두고 ACSA 재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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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지난 1월 14일 일본 나라현의 대표 문화 유적지인 호류지에서 열린 친교 행사에서 기념 촬영을 하는 모습. ⓒ뉴시스
최근 미·중 정상회담은 대만해협을 둘러싼 미·중 전략 경쟁이 인도·태평양, 나아가 동북아 안보 질서를 뒤흔들 수 있는 위험 요인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부각시켰다. 오는 19일 열리는 한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일 상호군수지원협정'(ACSA)을 체결해 한미일 안보 네트워크의 군수·후방 공백을 메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외교·안보 전문가들 사이에서 커지는 이유다.18일 외교가 일각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 승인을 일시 보류하면서 이를 대(對)중국 협상 칩으로 규정한 발언을, 미국의 대만 정책이 약화하거나 선회하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5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우리는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 현 상태를 유지한다면 중국도 괜찮아 할 것이라 생각한다"며 "하지만 우리는 누군가 '미국이 우리를 지지하니까 독립하자'고 말하는 걸 지켜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나는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 승인을) 일시 보류하고 있고 그것은 중국에 달려 있다"며 "그것은 우리에게 매우 좋은 협상칩이다. 120억 달러(약 17조9000억 원) 상당의 많은 무기"라고 말했다.그러나 그간 미국은 어느 행정부를 막론하고 대만에 대한 중국의 무력행사를 통한 현상 변경 시도뿐 아니라 대만의 일방적 독립 선언도 공개적으로 지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꾸준히 유지해 왔다. 2000년대 초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천수이볜 대만 총통의 독립 성향 행보를 견제하면서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발언을 공개적으로 내놓은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사실상 '대만 독립 반대' 언급은 표현의 직설성에서 차이가 있을 뿐 이 기본 기조의 연장선에 놓인다는 것이 워싱턴의 대체적인 평가다.이처럼 미국은 '대만 독립 반대' 기조를 '전략적 모호성'으로 포장해 왔지만 대만해협 유사시 개입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방부 미국정책과장, 주제네바대표부 군축담당관을 역임한 국제분쟁 전문가인 송승종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객원교수에 따르면 미국은 중국의 추가적 침략 억제, 역내 군사적 균형 유지, 미국의 지역·글로벌 동맹 약속의 신뢰성 유지, 대만을 둘러싼 해상 무역 요충지 확보, 세계 제1의 최첨단 반도체 제조사인 TSMC 본거지 보호 등 대만 방어로 얻을 전략적 이익이 분명하다고 판단하고 있다.한국도 대만해협 유사시 개입 여부에 대해 'NCND'(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음)로 일관하며 전략적 모호성을 고수해 왔지만 대만해협이 봉쇄되면 우리나라가 감당해야 할 충격은 호르무즈 사태와는 비교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지난 2월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중국의 대만 침공에 미국이 참전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면 전 세계 경제에서 10조6000억 달러(약 1경5440조 원)이 증발하며 한국 국내총생산(GDP)의 23%가 날아갈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대만(40%) 다음으로 큰 피해이며 전쟁 당사국인 중국(11%)보다도 크다. 2022년 해군 추정치 기준으로는 대만해협 유사시 한국의 하루 피해액이 4452억 원에 달한다. 결국 대만해협은 미·중 패권 경쟁의 전장이기 이전에 한국 해상 물동량의 40%가 지나는 공급망의 목줄이자 한국 경제·산업 구조와 직결된 생존 공간이다.한국이 원하든 원치 않든 대만해협 유사시 한국은 어떤 형태로든 미·일과 공조해야 한다는 시나리오가 점점 현실적인 과제로 부상하는 이유다. ACSA는 식량·연료·탄약·예비 부품과 수송·정비·의무지원 등 군수 물자와 수송 등을 위해 상호 협력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상호군수지원협정이다. 완성된 무기 체계를 사고팔거나 지원하기 위한 협정이 아니라 보급·군수지원의 법적 틀일 뿐이며, 특정 분쟁 개입을 강제하는 협정이라기보다는 한국이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의 폭과 속도를 넓혀주는 수단에 가깝다. 즉, 한·일 ACSA는 양국이 미군과의 ACSA를 통해 우회적으로 연결된 현재 구조를 넘어 필요시 상호 보급과 군수 지원을 신속하게 조율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인프라를 제공할 수 있다. -
- ▲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과 자주통일평화연대가 18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일 군사협력 중단과 역사 정의 회복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좌파 시민단체는 식민지 전쟁 범죄를 부정했다고 주장하며 한일 군사협력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자주통일평화연대와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등은 한일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일 ACSA 체결을 "일본 재무장을 뒷받침하는 한일 군사 협력"으로 규정했다. 나아가 "일본 정부는 침략 역사를 부정하며 '다시 전쟁하는 국가'를 꾀해 동북아 평화를 위협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과 달리 한국 침략, 창씨개명, 위안부, 강제 징용 문제에 대한 일왕과 총리의 공식 사과는 최소 53회이다.'한일 ACSA가 일본 재무장·집단자위권 행사를 뒷받침한다'는 프레임은 ACSA의 법적 성격을 오독한 데서 비롯된다. ACSA는 연료·식량·예비 부품 등 군수 물자와 서비스를 상호 제공하는 행정협정이다.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진입 근거도, 집단자위권 행사의 법적 발판도 아니다. 집단자위권은 2015년 일본 안보법제 개정으로 이미 허용됐고 그 행사 요건과 절차는 일본 헌법 해석과 미·일 방위협력지침이 규율한다.한·일 ACSA 체결 여부와 무관하게 일본의 재무장 경로는 이미 독자적으로 진행 중이다. 한국이 ACSA를 맺지 않는다고 일본의 군사력 증강이 멈추지 않는다는 뜻이다. 오히려 ACSA 없이는 한국이 그 과정에서 발언권도, 제도적 연결고리도 없이 배제되는 결과만 낳는다. 일본과 ACSA를 체결한 미국·호주·영국·프랑스·인도·독일 가운데 "일본 재무장을 용인했다"는 비판을 자국 내에서 정치적 쟁점으로 끌어안은 나라는 없다. 협정의 성격이 아니라 협정을 둘러싼 국내 정치의 문제인 것이다.한국과 일본이 각각 ACSA를 체결한 국가들의 면면만 봐도 한일 ACSA를 동북아 평화를 위협하는 요인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한국은 미국·태국·뉴질랜드·터키·필리핀·이스라엘·호주·캐나다·싱가포르·인도네시아·캄보디아·스페인·영국·몽골·독일·아랍에미리트(UAE) 등과, 일본은 미국, 호주, 영국, 캐나다, 프랑스, 인도, 독일 등과 각각 ACSA를 체결했다.한국은 이미 다수 국가와 ACSA 성격의 군수협정을 맺고 있음에도 일본과의 협정만큼은 예민하게 취급해 왔다. 협정 자체는 무기 판매가 아니라 연료·식량·예비 부품 등 군수 물자와 서비스 상호 제공을 제도화하는 장치지만 한국 사회에서는 '일본군이 우리 땅에 발을 들여놓는 법적 발판이 되는 것 아니냐'는 정서적 거부감이 강하게 작동한다. 우파 정권조차 이 여론을 고려해 일본과의 ACSA를 언젠가 체결해야 할 협정으로 인식하면서도 '정치적 리스크'를 우려해 결단을 미뤄 왔다.한일 양국은 정상회담을 12일 앞둔 지난 7일 서울에서 제14차 한일 안보정책협의회를 열고 한일 ACSA 체결 가능성을 비롯한 폭넓은 안보 협력 의제가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다음 날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자위대와 한국군이 군용 물자를 공동으로 융통하는 것을 골자로 한 ACSA 체결을 검토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한국 국방부는 "정부는 일본과 상호 존중과 신뢰를 바탕으로 안정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국방교류협력을 실시해 나가고 있다"며 "ACSA 체결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일축했다. -
- ▲ 주일미군 기지 현황. ⓒ일본 외무성
특히 한반도 유사시 미군에 대한 모든 후방 군수 지원을 일본이 해야 하는 만큼 일본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일본에는 요코스카(해군), 요코다(공군), 캠프 자마(육군), 사세보(해군), 가데나(공군), 화이트비치(해군), 후텐마(해병대) 등 7개 유엔사 후방 기지가 있다. 한반도에 유사 상황이 벌어지는 등 일본 주변에서 유사 사태가 발생하면 일본은 미일 방위협력지침에 따라 신속 대응 전력을 보내고 군수물자를 지원하는 등 미군을 후방 지원한다.일본에서 국방·육군 무관을 지낸 안보 전문가인 권태환 한국국방외교협회 회장(예비역 육군 준장)은 뉴데일리에 "일본은 한반도 유사시 유엔사 회원국(2026년 현재 18개국) 전력이 일본 내 유엔사 후방 기지를 통해 한반도에 전개되기까지 반응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우려해 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반도 유사시 한반도에 진입하는 미군 항모를 미국 본토에서 호위하겠는가"라면서 "유엔 참전국 16개국도 마찬가지다. 긴박한 상황에서 논의하고 합의하는 데 쓸 시간이 별로 없다"고 강조했다.물론 현재도 한반도 유사시에는 주한미군과 유엔군 체제를 통해 일본 기지의 지원을 받는 구조가 이미 상당 부분 제도화돼 있다. 일본은 한반도 유사시 한국을 지원할 유엔군사령부 회원국에 대한 후방 지원도 가능하도록 2015년 관련 안보 법제를 정비했고 작전계획을 수립해 훈련하고 있다. 한국군, 미군, 일본 자위대, 유엔사 회원국들은 한반도 유사시를 대비해 미일 공동작전계획과 한미 연합작전계획에 따라 훈련하고 있다. 일본이 미·일 동맹과 유엔사 후방 기지 지위를 바탕으로 미군을 지원하고 미군이 다시 한반도를 지원하는 간접 구조가 작동하는 것이다. 이런 틀 속에서는 한국과 일본이 양자 ACSA를 맺지 않았다고 해서 당장 작전 수행이 불가능해지는 것은 아니다.이와 관련해 익명을 요구한 외교·안보 전문가는 "전략적 필요성을 놓고 보면 ACSA는 '없으면 작전이 불가능한 협정'이라기보다 필요할 때 물자를 보다 신속하고 간편하게 주고받을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라며 "대만해협과 한반도를 아우르는 복합 위기 국면에서는 한·일 양자 ACSA가 있어야만 연료·탄약·예비부품 등 필수 물자를 적시에 주고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실제로 과거 한국군이 유엔 평화유지활동(PKO)에 참여하면서 다른 파병국 부대와 탄약·연료·예비 부품 등을 주고받으려 할 때마다 각국 국내법과 조약 제약 탓에 간단한 군수 교환에도 상당한 절차와 시간이 소요됐다는 지적이 반복돼 왔다. 특히 한국과 일본은 아직 양자 ACSA를 체결하지 않아 한·일 부대가 같은 PKO 현장에서 활동하더라도 군수 지원은 주로 미군이나 국제기구를 매개로 우회하는 방식에 의존해야 했다. 양자 ACSA가 도입되면 이런 우회 구조를 줄이고 직접적이고 효율적인 보급·지원이 가능해지며 그 필요성은 평시 PKO를 넘어 대만해협·한반도 복합 위기 국면에서 더욱 극명해진다.'국익 중심 실용주의'를 표방하며 한일 관계를 개선해 온 이재명 정부도 전략적 차원에서 ACSA의 플러스 요인을 인정하면서도 국내 정치·여론을 고려할 때 그 이익이 당장 불이익을 상쇄할 만큼 절박한 상황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한 외교 전문가는 "한·일 간 역사 문제와 일본 자위대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을 감안하면 설령 협정 내용을 최대한 실무적·군수적 범위에 한정하더라도 '일본군의 한반도 진출을 제도화하는 첫 단추'라는 프레임을 피하기 어렵다"며 "결국 누군가 정치적 책임을 감수하고 결단을 내려야 하는 문제인데 '국익 중심 실용주의'를 표방한 이 정부가 답해야 할 차례"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