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韓 선박 피격 고리로 파병 압박'파병 안 하면 안전' 전제, 이미 무너져獨 전철 밟나, 주한미군 철수 현실 위협나토도 흔드는 트럼프, 韓 이탈국 목록에군함 파견, 경제·안보 레버리지 재부상군함 대신 통상 실리, 선택적 실용외교 李 정부, NCND로 파병 질문 회피 일관실용외교發 함정, 美·이란 양쪽서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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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소상공인 행사를 마친 뒤 자리를 떠나는 모습.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에 발이 묶인 한국 선박에서 발생한 화재의 원인으로 이란의 공격을 지목하며 한국군의 군함 파견을 거듭 압박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가 '미국으로부터 공식 요청이 없었다'는 논리로 군함 파견에 불응해 왔지만, 거부가 장기화할 경우 독일 사례와 마찬가지로 주한미군 철수와 관세인상 등 '동맹 방기 청구서'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트럼프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에 "이란은 '해방 프로젝트' 작전과 관련한 선박 이동 문제와 관련해 한국의 화물선 등 무관한 국가들을 향해 몇 차례 발포했다"며 "한국도 이 작전(프로젝트 프리덤)에 합류할 때가 된 것 같다"고 밝혔다. 지난달 14일에도 소셜미디어를 통해 중국·프랑스·일본·한국·영국 등에 호르무즈 해협에 군함을 파견할 것을 공개적으로 요청한 바 있다.화재의 원인이 이란의 공격인지는 현재로서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란과의 관계 관리를 '국익 중심 실용외교'의 성과로 내세웠던 이재명 정부에 한국 선박 피격 의혹은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고 있다. 자국 선박에서 화재가 발생하면서 자국민 보호에 실패한 만큼 국제법상 통과통항권(Transit passage), 즉 '항행의 자유'의 회복을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미 '대서양 동맹'인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탈퇴를 "강력 검토 중"(strongly considering)이라 밝히고, 스페인·이탈리아·폴란드에 이어 한국까지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발언으로 묶으면서 워싱턴에서는 한국이 동맹 이탈 국가 목록에 사실상 편입된 것 아니냐는 신호가 발신됐다. 마르코 루비오 국무부 장관은 "우리가 필요할 때 주둔권을 거부하는 것이라면 그다지 좋은 합의가 아니다"라고 했고, 피트 헤그세스 전쟁부(국방부) 장관도 "동맹들이 미국을 위해 무엇을 할 의지가 있는지가 세상에 드러났다"고 했다.독일의 선례는 이 압박이 엄포가 아님을 보여준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동 전쟁을 비판한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를 향해 주독 미군 약 5000명을 6~12개월 안에 철수하고 EU산 자동차 관세를 15%에서 25%로 인상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메르츠 총리는 3일 방송 인터뷰에서 "미국이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파트너라는 확신은 바뀌지 않는다"며 수습에 나섰지만, 미군 철수로 생길 공백을 독일 연방군이 메울 준비가 갖춰지지 않았다는 점은 인정했다.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도 4일 아르메니아 예레반에서 "유럽 국가들은 모든 양자 간 기지 사용 협정이 이행되도록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밝히며 동맹 이탈 국가들의 복귀를 확인했다.'4월 종전설'로 가치를 상실해 가는 듯했던 군함 파견 카드는 종전 가능성이 현실과 멀어지며 다시 협상 레버리지로 재부상하고 있다. 원자력추진잠수함(핵추진잠수함) 조기 건조 승인, 한미 원자력협정 조기 개정, 무역법 301조 관세 조사 면제 등이 군함 파견 카드로 얻어낼 수 있는 반대급부로 거론돼 왔다.파병 반대론의 두 핵심 논거도 현실이 이미 앞질러 가고 있다. 군함을 보내지 않아도 호르무즈에 묶인 한국 선박 26척은 이란의 사정권 안에 놓여 있다. '파병하면 표적이 된다'는 주장이 성립하려면 '파병하지 않으면 안전하다'는 전제가 먼저 성립해야 하는데, 화재 원인과 무관하게 26척이 이미 이란의 사정권 안에 있다는 현실 앞에서 그 전제는 유효하지 않다.이재명 정부가 군함 파견 카드를 자제하고 있는 가운데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등과 한미 전략적 투자 예비협의를 위해 6일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한다. 관세 협상 후속 조치인 대미투자특별법 이행을 위한 행보다. 군함은 보내지 않으면서 통상 실리는 챙기겠다는 셈법으로, 군사적 부담은 지지 않고 경제적 과실은 취하겠다는 이재명 정부의 '선택적 실용외교'의 단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이재명 정부의 공식 메시지는 확인도 부인도 않는(NCND) 모호한 방식으로 일관된다. 홍익표 청와대 정무수석은 지난달 24일 CBS 라디오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SNS로 요청했을 뿐 미국 정부로부터 공식적인 요청은 없었으므로 우리가 먼저 관련된 입장을 내놓을 이유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조현 외교부 장관도 국회에서 "요청이라고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고 그런 상황"이라며 모호한 메시지를 발신했다.한국 선박 피격 의혹으로 이제 상황은 달라졌다. 이재명 정부가 파병의 명분으로 삼을 수 있는 고리가 생겼다는 의미다. 실용외교의 이름으로 버텨온 정부가 자국민 보호 실패 사태 앞에서도 같은 논리를 유지할 수 있을지, 아니면 군함 파견으로 돌아설지가 향후 한미관계의 분기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트럼프가 파병 비협조를 '동맹 의무 불이행'으로 규정하는 한, 한국의 거부는 주한미군 감축·철수와 관세 압박이라는 동맹 방기 책임에 대한 사후 청구서로 돌아올 수 있다. 실용외교가 한국을 미국과 이란 양쪽 모두로부터 압박받는 구조를 만들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