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작사·해작사 3개월째 공석, 전방은 '지휘 진공'전방 군단장엔 비작전 병과 줄세우기, 군심 이반전작권 검증 신뢰성 타격, 한미 연합태세 균열
-
- ▲ 주성운 지상작전사령관이 지난해 10월 21일 용인시 지상작전사령부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경례하는 모습. ⓒ뉴시스
지난 3월 진행된 '자유의 방패'(FS)는 육군 병력의 75%를 지휘하는 지상작전사령관(지작사령관·대장)이 없는 상태로 치러진 최초의 한미 연합연습이 됐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12·3 비상계엄 모의를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음에도 '계엄을 적극적으로 제지하지 않은 책임'이라는 명목으로 주성운 지작사령관이 직무에서 배제된 탓이다. '내란 단죄'라는 정치의 논리가 안보 현장에서 한미 연합 지휘 체계의 직접적인 균열로 발현된 것이다. -
- ▲ 진영승 합참의장이 지난 3월 16일 육군 제2작전사령부를 방문해 2026년 자유의 방패(FS) 연습 상황을 보고 받는 모습. ⓒ합참 제공
◆지작사령관 없는 FS … 전작권 검증 신뢰성 흔들해군작전사령관(해작사령관)까지 부재한 군 지휘부의 진공 상태는 이재명 정부가 야심 차게 추진 중인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을 위한 평가와 검증(IOC·FOC·FMC)의 신뢰성마저 뒤흔들고 있다. 전작권 전환의 본질이 한국군 대장의 연합군 지휘 능력 검증에 있는 만큼 FOC 검증의 핵심 기회였던 이번 FS 훈련을 지작사령관 없이 치렀다는 것은 한국군 스스로 검증의 신뢰성에 흠집을 낸 것이나 다름없다.이에 대해 전직 국방부 고위 당국자는 "지작사령관이 없는 상태에서 FOC 검증 평가가 제대로 이뤄질 리 있겠느냐"면서 "직접 훈련을 주도하고 평가받아야 하는 지작사령관 자리가 비어 있다면 검증의 신뢰성 자체가 흔들린다"고 말했다.지작사령관이 관할하는 부대와 지역은 한반도 방위의 핵심축이다. 수도군단을 포함해 1·2·3·5·7기동군단 등 6개 전방 군단이 그의 명령 아래 움직이고, 2025년 국정감사 자료 기준 예하 병력은 약 24만5000명으로 육군 전체의 75%에 달한다. 전작권이 전환되면 지작사령관은 한국군과 주한미군 지상군을 통합 지휘하는 연합지상군구성군사령부의 사령관을 겸임하게 된다. 전작권 전환을 앞둔 이 시점에 지작사령관 직무 배제가 연합 태세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대행'으로는 결심 불가 … 군령권의 공백물론 지작사령관 임무를 대행할 부사령관이 있다. 그러나 군정권(軍政權)과 군령권(軍令權)이 구분된 현 체제에서 군령권의 핵심인 작전 지휘권을 '대행'에 맡겨두는 것은 지휘 결심의 마비를 자초하는 일이다. 참모총장은 군 편제·인사·정책을 관장하는 군정권의 주체지만 실질적으로 병력을 움직이는 군령권은 작전사령관에게 집중된다. 유사시 두 권한의 차이는 결정적이다.전직 군 고위 당국자는 "지휘관의 경륜과 결심의 무게감은 대행 체제가 결코 대체할 수 없는 영역"이라며 "대장(4성 장군)급 지휘관이 갖는 상징성과 실질적 장악력이 거세된 상태에서는 전방의 긴박한 상황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기는 불가능하다"고 단언했다.군 관계자는 "지휘관은 그 부대를 대표하고 부대의 얼굴인데 부대 얼굴이 없어진 셈이다. 25만 명이나 되는 부하들이 어떻게 보겠느냐"며 "지휘관이 없으면 부대가 흔들리고 각종 사고가 발생하게 된다"고 경고했다.주한미군에서 복무한 박기철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방문연구원(예비역 육군 대령)도 "지작사령관은 전시 한미 연합작전에서 지상구성군사령관 역할을 수행하는 핵심 보직"이라며 "미국 측 파트너는 정식 임명된 대장급 지휘관인데 우리 측은 임시 대행 체제가 길어지는 것은 연합 방위 태세에 균열을 일으키는 요소"라고 진단했다. -
- ▲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6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준장 진급 장성 삼정검 수여식에서 진급 장성과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뉴시스
◆'싸우는 군대'의 해체 … 관리형 군대로 질적 공동화지휘부의 양적 진공 상태만큼 치명적인 것은 야전 역량의 질적 공동화(空洞化)다. 이재명 정부의 평화체제 추진 기조가 군의 야전성(野戰性) 희석과 맞물리며 군을 유사시 승리하는 조직이 아닌 '현상 유지'에 급급한 관리형 군대로 변질시키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그 징후는 최근 단행된 장성 인사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적과 직접 맞닿는 전방 군단장 및 사단장 보직 인사에 이재명 정부 들어 "육사·보병·작전·장군·영남 출신을 배제하는 이른바 '5적폐' 원칙이 적용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말이 공공연히 돈다"는 것이 군 내부의 전언이다. 실제로 군단장 보직에는 전력·인사·군수 등 비(非)작전·지원 병과 출신들이 이례적으로 대거 기용됐으며, 장교의 70%가 작전 직능에 해당하는데도 보병·작전 병과 장교는 단 한 명도 없다. 전방 사단장급 인사마저도 이 같은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군 관계자는 "군대의 본질은 유사시 싸워 이기는 것인데 '관리형 군대'를 표방하는 듯한 현행 인사 구조로는 유사시 전방 군단이 전투 지휘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 심각한 의문이 든다"고 토로했다.물론 군 인사의 다양성을 높이고 특정 병과의 과도한 독점을 깨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전직 국방부 고위 당국자는 "지원 병과 출신이 군단장을 맡는 것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이 아니다"라며 "문제는 작전 능력이 아닌 계엄 연루 여부와 정치적 온도로 전방 군단장 인사가 재편되고 있다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인사 원칙의 왜곡은 현장 장병들의 사기로 직결된다. 박 연구원은 "대장 인사가 단행돼야 중장, 소장으로 이어지는 군 인사의 선순환이 이뤄진다"며 "윗물이 막히고 인사 원칙이 왜곡되면 전방에서 목숨을 걸고 복무하는 장병들의 사기와 군심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경고했다.이 같은 인사 기조가 굳어지면 우수 인재의 군 유입 구조 자체가 흔들린다는 우려도 나온다. 군 관계자는 "작전 직능이 배제되는 인사가 반복되면 누가 작전 직능을 선택하겠느냐"며 "4년간 특화된 교육과정을 통해 키워낸 전투 전문가들이 인사에서 조직적으로 배제되고 초급간부 지원율마저 바닥을 치는 상황이 계속되면 결국 전투 지휘 역량을 제대로 갖춘 장교 자체가 씨가 마른다"고 경고했다.실제로 육사 자퇴율이 늘어나고 있고 5년 차 전역도 급증하고 있다. 작전 직능을 선택해도 인사에서 철저히 외면받는 기조하에서는 우수 인재들이 장교 지원 자체를 기피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머지않아 안보라는 국가의 핵심 영역에서 정예 인재를 찾아보기 어렵게 될 것이라는 경고가 과장으로 들리지 않는 이유다. -
- ▲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서 열린 KF-21 양산 1호기 출고식에서 안규백 국방부 장관, 손석락 공군참모총장과 대화하는 모습. ⓒ뉴시스
◆北 위협 고조되는데 FS 반격훈련·경고사격 생략이러한 지휘 공백이 가장 위험한 까닭은 북한의 위협이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지난달 초부터 군사분계선(MDL) 인근에서 철조망 설치와 남북 연결 도로·철도 단절 등 '국경화 작업'을 재개하며 수시로 MDL을 넘어오고 있다.박 연구원은 "지작사는 후방의 제2작전사령부와 달리 적과 직접 맞닿는 전방 군단들을 지휘하는 실전 부대"라며 "직무대행 체제는 현상 유지에 급급할 뿐 전략적 결단이나 대규모 작전 계획의 수정·보완에는 한계가 명확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북한의 국지도발 시 1분 1초를 다투는 긴박한 상황에서 '대행'이라는 꼬리표는 예하 부대에 대한 장악력을 떨어뜨린다"며 "책임자가 없는 상태에서 과감한 대응이나 유연한 작전 전개가 가능할 리 만무하다"고 강조했다.복수의 군 관계자에 따르면 이러한 기조는 실제 작전 현장으로도 번지고 있다. 북한군이 MDL을 수시로 침범해도 경고사격 자제 분위기가 감지된 데 이어 이번 FS 연습에서 한미 연합훈련의 핵심인 반격 훈련을 생략하는 등 현장의 교전 의지를 꺾는 정무적 판단이 안보의 근간을 침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단호한 배제, 지지부진한 수사 … 책임은 '현장'으로 전가그럼에도 국방부의 시계는 거꾸로 가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에 위헌성이 있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상명하복'의 원칙을 따라야 하는 군인의 관점에서 계엄령은 통수권자와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내려온 명령 체계의 산물이었다. 사전 의견 수렴 과정을 생략하고 계엄을 단행한 통수권자의 결정에 대해 현장 지휘관들에게 '말리지 못한 책임'을 묻는 것은 군의 생리를 무시한 가혹한 처사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왜곡된 상벌 체계는 더 근본적인 문제를 야기한다. 유사시 지휘관들이 국가 안위보다 '정치적 생존'을 우선하게 만드는 도덕적 해이다.군 관계자는 "비상계엄 당시 직속상관의 명령을 수행했던 지휘관들은 '내란 가담'의 멍에를 쓴 반면, 근무 태만으로 비상소집에 응하지 못해 결과적으로 계엄에 가담하지 않은 이들은 오히려 '참군인'이라고 평가받고 있다"며 "언론에 보도된 내용과 다른 사실이 많다"고 토로했다. 전직 고위 당국자도 "술에 취해 소집 전화를 받지 못한 자는 영전하고 군령에 따라 부대를 지킨 자는 파면되는 구조가 군에 어떤 메시지를 주겠는가"라고 반문했다.또 다른 전직 국방부 고위 당국자는 "단죄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이 아니다"라며 "명확한 혐의와 사법적 판단이 나오기 전 추측과 의혹만으로 지휘관을 직무 배제하고 그 공백을 석 달째 방치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혐의가 확정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지휘체계를 흔드는 방식으로 인사를 운용하면 군은 정치·헌정 정리의 도구로 전락한다"고 강조했다.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지난 2월 12일 "계엄 관련 의혹을 식별해 금일부로 직무를 배제하고 수사를 의뢰했다"고 단호하게 밝혔다. 그러나 수사 의뢰 후 두 달이 넘도록 이렇다 할 결론이 나오지 않고 있다.전직 군 고위 당국자는 "만약 수사 결과 무혐의로 판명돼 복귀하더라도 이미 훼손된 지휘관의 권위와 명예는 회복이 불가능하다"며 "이처럼 정무적인 선제 조치는 군 조직 전체에 회복하기 어려운 상흔을 남긴다"고 개탄했다. 단호한 배제와 지지부진한 수사 사이의 간극이 길어질수록 지휘 공백의 책임은 고스란히 안보 현장으로 전가된다.비상계엄의 단죄는 사법부가 할 일이고 군의 지휘체계를 지키는 것은 국방부 장관이 할 일이다. 그 두 가지는 동시에 가능하다. 안 장관에게 지금 결단이 필요한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