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도 비경제·비실용적 결론 낸 LEU 장주기 운전연료 교체 주기·전력 가용률이 빚는 운용 한계원자력협정 범위 넘는 별도 군사 목적 협정 필요美와 합의 없이 앞서나간 李 정부 핵잠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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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6일 경남 창원시 진해구에서 열린 '제1회 미래국방전략위원회'에서 핵추진잠수함 기본 계획 발표를 듣는 모습. ⓒ뉴시스
이재명 정부가 발표한 '대한민국 핵추진잠수함(원자력추진잠수함) 개발 기본계획'의 핵심은 농축도 20% 미만 저농축우라늄(LEU) 사용과 핵연료 교체를 최소화하는 장주기 운전이다. 국제 사례와 미국 해군의 자체 평가를 종합하면 이 두 요소를 동시에 내세우는 정부 설명은 기술적 난점과 운용 비용을 지나치게 단순화한 측면이 적지 않다.28일 국방·외교가에 따르면 국방부가 지난 26일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고한 이 기본계획은 한국 정부가 핵잠을 체계적으로 개발하기 위한 추진 방향을 국내·외에 최초로 제시하는 문서로, 핵잠 획득과 운용을 위한 추진 원칙, 국제사회에 대한 핵 비확산 의무 이행 약속, 핵잠 개발을 통한 자주국방 의지와 국가산업 발전 구상 등을 담았다.이 계획의 핵심은 LEU를 쓰면서도 HEU에 가까운 장주기 운용을 하겠다는 구상이다. LEU는 비확산 명분에서는 유리하지만 원자로 노심 수명·크기·출력 여유·정비 주기·전력 가용률 면에서는 분명한 불이익이 뒤따른다. 정부가 '핵잠 도입'이라는 상징을 앞세우며 그 이면의 핵연료 교체 현실과 유지비, 정비 공백 문제는 충분히 설명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1995년 미 해군 원자로실(Naval Reactors)이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는 HEU 대신 최대 20% LEU를 해군 원자로에 적용하면 해군에 기술적 이점을 주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기존 잠수함 설계를 그대로 유지한 채 핵연료를 LEU로만 바꾸면 노심 수명이 단축돼 함정 운용 기간 내 핵연료를 여러 차례 교체해야 한다. HEU를 핵연료로 사용할 때와 같은 수명을 유지하려면 LEU 연료를 쓰는 원자로 코어의 크기를 당시 기준으로 약 3배 키워야 하므로 잠수함 건조비도 약 26% 늘어난다.물론 이 보고서가 나온 이후 30여 년 동안 원자로 재료·연료·설계 기술이 발전했지만 농축도·노심 수명·부피·정비 비용 간의 기본적인 상관 관계와 구조적 트레이드오프 자체는 본질적으로 달라지지 않았다. HEU가 작은 노심으로도 장수명·고출력·넉넉한 반응도 여유를 확보하기 유리하고 LEU가 그만큼 노심 크기와 연료 교체에 따른 정비 부담을 키우는 방향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2016년 미 에너지부 산하 국가핵안보국(NNSA)이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버지니아급에 맞춰 설계된 HEU 노심에 LEU를 그대로 대체하면 33년 함정 수명 전체에 걸쳐 최대 세 차례 연료 재장전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 보고서에서 미 해군 원자로실은 19.75% 고밀도 LEU 연료 개발에 수십억 달러, 최소 25년의 R&D 투자가 필요하다고 추산했으며, LEU 잠수함 핵심 부품이 실제로 건조에 반영되는 시점을 빨라도 2047년으로 봤다. 당시 원자로실장이었던 제임스 콜드웰 제독은 서문에서 '현재 잠수함의 수명주기형 원자로를 LEU로 전환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한국이 목표로 하는 2030년대 중반 진수는 미국도 아직 실증하지 못한 기술을 전제로 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이유다.
반면 프랑스는 7~10년 주기의 연료 교체를 감수하고 LEU를 채택한 사례다. 프랑스 해군은 루비급·쉬프랑급 핵잠에서 대략 7% 이하 LEU를 연료로 쓰며 7~10년 주기의 장기 오버홀(overhaul·완전 분해 수리)에 맞춰 연료를 교체하는 구조를 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소 30년인 함정 설계 수명을 기준으로 하면 세대에 따라 수명 동안 2~3차례에서 많으면 4~5차례에 이르는 연료 교체가 불가피하다는 뜻이다.그러나 프랑스도 LEU를 쓰니 한국도 할 수 있다는 주장은 절반만 맞다. 프랑스는 핵보유국이자 HEU 활용 능력을 갖춘 상태에서 비확산·정치·산업 정책 차원에서 LEU를 선택한 경우다. 한국은 비핵보유국으로서 HEU 접근이 구조적으로 제한된 조건에서 LEU를 선택한 것이기 때문이다. 비핵보유국으로서 LEU 핵잠 개발을 추진 중인 브라질이 1970년대부터 수십년째 표류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 경로가 얼마나 고난도인지 방증한다.특히 한국의 선택지는 한미원자력협정이 크게 제약한다. 2015년 개정된 한미원자력협정에 따르면 한국이 20% 미만 LEU를 국내에서 농축하려면 한미 고위급 협의를 거쳐 미국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미국에서 20% 미만 LEU를 들여오는 경우에는 현행 협정과 미국 원자력법이 전제하는 '평화적 목적' 사용에 한해 추가적인 미 의회 승인 없이 공급이 가능하다. 반대로 핵잠 추진 등 군사적 목적으로 LEU를 들여오려면 현행 협정 범위를 넘어서는 별도 군사 목적 협정과 의회 승인 문제가 뒤따르게 된다.그럼에도 실무 협의는 지연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말 경주 APEC 계기 한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직접 한국 핵잠 연료 공급에 대한 결단을 요청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공감을 표했다. 외교부는 지난 20일에서야 핵잠 도입 관련 한미 실무협의체 킥오프 회의 개최 계획을 공개했고 첫 회의는 이르면 다음 달 중순쯤에 열릴 전망이다.정부와 여권, 일부 친정부 성향 전문가들은 대체로 세 갈래의 논리를 앞세운다. 우선 HEU는 한미 원자력협정과 미국 의회의 승인 구조상 애초에 선택지로 삼을 수 없다는 구조론이다. 농축도 20% 이하 LEU를 쓰더라도 디젤·공기불요추진(AIP) 잠수함과 비교하면 작전 범위와 잠항 지속시간, 기동성에서 압도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는 실용론을 펼치기도 한다. 핵추진 기술은 실제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축적해 나가는 것이라는 학습효과론도 내세운다.그러나 방산 전문가인 송방원 우리방산연구회장은 "5000톤이든 8000톤이든 잠수함 선체 자체는 국내 조선소 역량으로 건조가 가능하겠지만 원자로 설계와 추진 체계는 해본 적이 없다"며 "국내 원전 수준과 개발 중인 소형모듈원자로(SMR)를 응용해 비슷한 출력의 잠수함용 원자로를 만들겠지만 지상 원자로와 달리 잠수함 원자로는 소형 일체형 구조에 3차원 전술기동에 따른 급격한 출력 변화, 저소음 운전과 안전성까지 모두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설령 그런 원자로를 개발한다 해도 이를 충분히 검증할 시험 역량이 없다"며 "개발보다 더 어려운 게 시험 기술이고 결코 우라늄만 확보된다고 될 일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원자로를 실제로 다뤄 본 원자력공학자들의 시각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통상적으로 핵잠에는 HEU를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그런 고농축 연료를 써본 경험조차 없는 나라가 곧바로 LEU로 핵잠 체계를 안정적으로 운용할 수 있겠느냐"면서 "국가 안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프로젝트라면 그만큼 더 치밀한 검증과 설계, 국민을 향한 충분한 설명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정부가 너무 앞서갔다"며 "핵잠 국내 건조를 못 박아놓고 미국에 내놓은 계획인데 LEU를 쓰되 장주기로 운용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LEU 노심은 제논-135 축적에 따른 이른바 '제논 포이즈닝'(Xenon Poisoning)에도 더 민감하다는 지적이 있다. 강력한 중성자 흡수체인 제논이 축적되면 연쇄반응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작용해 출력 운전의 여유를 깎아먹기 때문이다. HEU 원자로는 연료 농축도가 높아 같은 출력을 내더라도 초기 반응도에 여유가 크므로 제논이 다소 쌓이더라도 이를 흡수하며 운전할 수 있는 폭이 넓지만 반대로 LEU 원자로의 구조적 제약은 더 크다. 제논이 비슷한 수준으로 축적되면 그만큼 출력 운전과 기동성에 제약이 더 빨리 걸릴 수밖에 없다. 특히 급가속·급감속, 비상 정지 후 재가동이 반복될 경우 이 제약은 단순한 원자로 물리 현상을 넘어 작전 유연성과 직결되는 변수다. 제논 포이즈닝이 LEU를 원천 봉쇄하는 장벽은 아니지만 LEU 기반 핵잠 설계·운용의 구조적 제약 요소라는 사실은 무시할 수 없는 한계로 꼽힌다.연료 교체와 가용률 문제도 가볍지 않다. LEU를 쓰는 핵잠이 7~10년 주기의 연료 교체를 피하기 어렵다면 핵잠 한 척이 연료를 교체하는 과정에 들어갈 때마다 장기간 조선소에 묶여 선체 절개, 원자로 구획 정비, 노심 교체에 준하는 작업과 각종 재시험을 거쳐야 한다. 이는 단순 정비가 아니라 사실상 대규모 오버홀에 가깝다. 핵잠을 3~4척 도입한다고 가정하더라도 실제로 바다에 나가 움직일 수 있는 전력은 제한적이다. 잠수함 운용은 작전·정비·훈련을 분리하는 '3직제' 구조로 돌아가기 때문에 3척을 만들면 하나는 작전, 하나는 정비, 하나는 훈련에 투입된다.물론 비용과 기간은 설계 방식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프랑스 쉬프랑급처럼 설계 단계에서부터 핵연료 재장전을 염두에 둔 해치를 반영하면 10년 주기 정기 오버홀 기간에 연료 교체를 함께 처리할 수 있어 추가 작전 공백이 최소화된다. 반면 미국처럼 잠수함 수명 전체에 걸쳐 한 번 장전한 핵연료로 버티는 '수명주기형 노심' 개념을 따르다가 LEU 제약으로 연료 재장전이 불가피해질 경우에는 매번 선체를 절단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오버홀 기간은 2~3년, 비용은 척당 6억~8억 달러(약 8000억~1조1000억 원)에 달하지만 국방부가 발표한 기본계획은 어떤 설계 방식을 선택할지 언급조차 없다.HEU 기반 해군 원자로가 핵잠의 완성형으로 불리는 데는 타당한 이유가 있다. 같은 크기의 노심에 더 많은 핵분열성 물질을 채울 수 있어 원자로를 작게 만들면서도 수명은 길게, 출력은 높이기가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미국과 영국이 사실상 잠수함의 운용 기간 전체를 원자로나 핵연료 교체 없이 버티는 체계를 운용할 수 있었던 비결도 이런 특성 덕분이다. 반대로 LEU는 비확산 측면과 외교·정치적 명분에서는 유리하지만 HEU와 같은 수준의 성능을 내려면 노심을 키워야 하고 연료 교체 빈도를 높여야 하며 그만큼 더 낮은 가용률을 감수해야 한다.결국 쟁점은 핵잠을 도입할 것이냐 말 것이냐는 이분법이 아니다. 정부가 어떤 연료를 쓰고, 어떤 기술 난제를 감수하며 얼마의 비용과 정비 공백을 받아들일 것인지 국민에게 정확하고 투명하게 설명하느냐다. 즉, '장주기'가 실제로 몇 년을 뜻하는지, LEU 채택 시 예상되는 실제 연료 교체 주기와 창정비 기간은 얼마인지, 국내 시험·인증 인프라를 어떤 순서로 구축할 것인지, 3~4척 규모의 핵잠 전력으로 실제 가용률을 얼마나 보장할 수 있는지를 답하지 못한다면 장보고-N은 새로운 국가전력의 출발점이 아니라 또 하나의 상징사업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