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 역대 교육사령관 직능 단위 실명 성명"중령급 합동작전 교육 위한 통합은 본말전도"국방대 이전 실패처럼 "전남 장성 이전은 만행""정부, 자문위 '태릉 통합 교육' 권고 뒤집어"靑 "반영하고 감안해서 대처해 나갈 것" 원론非육사 비율을 성과로 내세운 李 정부 인사 기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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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 5월 27일 서울 노원구 육군사관학교를 찾아 교수 및 훈육관과 간담회를 갖고 있는 모습. ⓒ국방부 제공
역대 육군 교육사령관 12명이 지난 3일 정부의 육·해·공 사관학교 통폐합과 육군사관학교 지방 이전 방침에 대해 원점 재검토를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육사 총동창회, 역대 육군참모총장 13명, 역대 육군사관학교장 일동에 이은 네 번째 집단 반발이다. 육군의 교육훈련 체계를 총괄 지휘했던 역대 교육사령관들이 직능 단위로 실명으로 집단 성명을 낸 사례는 전례를 찾기 어렵다. 졸속 추진 논란을 낳은 사관학교 통폐합에 대한 예비역 사회의 반발이 동문 조직과 최고위직을 넘어 생도 교육 전문가 집단으로 확산하고 있어 논란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5일 정치권에 따르면 청와대의 반응은 원론적인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성명 발표 당일인 3일 브리핑에서 역대 교육사령관 성명과 졸속 추진 논란에 대한 질의에 "여러 의견들이 있는 이슈인 걸 잘 알고 있다"며 "그러한 전반 의견들을 주목하고 모니터하고 있다. 그러한 것들을 반영하고 감안해서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답했다. 어떠한 의견을 어떻게 반영하겠다는 것인지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육군 교육사령관 출신인 강건작 국가안보실 1차장이 소속된 안보실이 내놓은 답변이라는 점에서 정부가 군 교육 체계의 실무 경험을 정책 검토에 반영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
- ▲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10일 경남 창원시 진해 해군사관학교를 방문해 생도들과 오찬을 하는 모습. ⓒ국방부 제공
◆"합동작전은 중령급 임무 … 생도 통합은 걸음마 아이에게 마라톤 가르치는 격"최평욱·오영우·박용득·김승광·이영계·한기호·박성규·황인무·김종배·윤의철·박상근·이규준 전 교육사령관은 성명에서 사관학교를 "정예장교를 길러내는 산실"로 규정하고 "일반 대학과 분명히 다르고, 투철한 애국심을 바탕으로 전인교육을 목표로 지·덕·체를 연마하는 과정을 거쳐서 군의 중추가 될 장교를 키워내는 곳"이라고 전제한 뒤, 정부가 통합의 명분으로 내세운 합동성 논리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들은 "국방부의 사관학교 교육개혁안을 보면서 잘못 진단한 심각한 오판과 방향에 대해서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통합 또는 합동작전은 고급 사령부급 임무로서 군에서도 중령급에서 교육하고 있다. 생도 때부터 합동성을 위한 통합을 한다는 것은 걸음마를 배우는 어린아이에게 마라톤을 가르치겠다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통합의 근거로 언급해 온 입학 성적 저하 논리에 대해서는 "사관생도의 질이 저하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통합 교육을 하고 서울의 육사를 전남 장성으로 이전한다는 것은 추위에 저체온증이 걸린 사람에게 입고 있는 외투마저 빼앗는 만행"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작금의 군 인사가 희망이 없고 근무 환경이 열악하다는 것이 중론인데 통합하는 것과 상관관계는 오히려 불리하다"면서 지원율 하락의 원인이 처우와 인사 불안에 있는데 처방은 '지방 이전'으로 내놓았다고 지적했다.이들이 실증 사례로 제시한 것은 국방대학교의 충남 이전이다. 성명서는 "국방대학교를 충남 지역으로 이전한 후 교수도 정원을 채우지 못하고 학생은 입학을 꺼리며 각종 세미나도 서울에서 개최하고 있는 기형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우수한 교수를 확보하기 위해서 전남 장성으로 간다면 모든 국민이 웃을 것"이라고 했다.서울 태릉 교정에 대해서는 국가 공인 현충시설 12개가 자리하고 있으며 6·25 전쟁 당시 생도 1·2기가 총을 들고 전선으로 나가 213명의 전사·전상자를 낸 전적지이자 추모 공간이라는 사실을 들면서 "대한민국의 안보를 위한 정신적 공간으로 보존돼야 할 곳"이라고 호소했다. -
- ▲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15일 공군사관학교를 방문해 공군사관생도들을 격려하는 모습. ⓒ국방부 제공
◆교육사령관 출신들의 집단 성명이번 성명이 주목되는 것은 발신 주체의 성격 때문이다. 앞서 성명을 낸 역대 육군 참모총장들이 군 최고 지휘부인 대장급(4성 장군)의 지위에서 우려를 표명했다면 교육사령관은 육군의 장교·부사관·병 양성 교육과 교리 발전을 실무로 총괄하는 중장급(3성 장군)이다. 장교들에게 어느 단계에서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지를 직접 설계하고 운영해 본 이들이 정부안의 전제를 반박하고 나선 것이다. 역대 교육사령관들이 장교 양성 체계의 실무 총괄자라는 전문성을 근거로 나섰다는 점에서 이번 성명을 '기득권' 수호 차원으로 치부하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성명은 예비역 사회 내부의 요구에서 시작됐다. 육군 제5군단장·교육사령관을 지낸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예비역 중장·4선)은 뉴데일리에 "참모총장들 성명이 나가고 역대 육사 교장들이 나서니 선후배들이 '교육에 관한 한 가장 전문가인 교육사령관들은 왜 가만히 있느냐'고 했다"며 "역대 교육사령관들의 단체 대화방에 제안을 올리고 초안을 보내 전원에게 동의 여부를 물었다. 찬성하는 사람, 반대하는 사람, 아예 대답하지 않는 사람이 있었고, 12명이 찬성해 찬성한 사람만 이름을 넣었다"고 밝혔다.한 의원에 따르면 이 대화방에는 강건작 국가안보실 1차장을 비롯한 역대 교육사령관 22명이 참여하고 있다. 과반이 실명 성명에 동의한 것이다. 성명에 이름을 올린 12명 가운데 개별적으로 공개 발언에 나선 이는 많지 않다. 성명에 참여한 한 예비역 장성은 "아직도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당연히 부담스러워한다"고 말했다.문재인 정부 이후 진급과 보직에서 기회를 얻었던 인사 중에는 성명 제안에 아예 답하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육사 출신이 아닌 3사관학교·학사장교 출신 교육사령관들 사이에서는 이번 사안을 육사 동문 사회의 문제로 거리를 두려는 기류가 감지됐으며 특정 지역 출신 사이에서는 관여를 꺼리는 기류가 있었다고 한다.◆결론 정해 놓은 '답정너' 추진 과정성명이 요구한 원점 재검토의 배경에는 누적된 절차 논란이 있다. 뉴데일리가 지난 4월 13일 단독 보도한 대로 국방부와 한국국방연구원(KIDA)은 그달 통합을 기정사실로 전제한 정책 연구를 비공개 토론회 형식으로 공개했다. 통합 당사자인 해사 생도는 참석조차 하지 못했다. KIDA가 통폐합의 근거로 제시한 생도 설문조사는 모집단 통제나 변수 관리, 신뢰성 검증 등 기본적인 조사 방법론은커녕 설문조사 링크만 누르면 동일인이 반복 응답까지 가능한 방식이어서 오염 가능성까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나아가 국방부는 지난 4월 22일 훈령으로 '국군사관학교창설추진팀(TF)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정'을 제정해 놓고도 정책 연구가 진행 중인 단계라고 설명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안 장관은 KIDA 정책용역 결과가 나오기도 전인 지난 4월 8일 '2+2년제' 통합 방침을 발표하는가 하면, 지난달 육사생도 간담회에서는 "지방 가면 더 좋은 면도 있다"는 모호한 답변으로 생도들의 우려를 불식시키려 했다.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오른 사관학교 통폐합 중단 청원은 5일 10시 기준 12만866명, 안 장관 탄핵소추 청원은 28만5311명이 동의해 상임위 회부 요건을 충족했다. 이에 대해 한기호 의원은 "2024년 신원식 당시 국방부 장관에 대한 탄핵 청원은 5만5000명 수준이었다"며 "실명을 공개하고 동의하는 청원에 28만 명이 참여했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정권이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 ▲ 국토교통부가 지난 1월 29일 도심 내 공공 부지 활용(4만3500가구), 신규 공공주택지구 조성(6300가구), 노후청사 복합개발(9900가구) 등으로 약 6만 가구를 공급한다는 내용의 '도심 주택공급 확대 및 신속화 방안'을 발표했다. ⓒ뉴시스
◆자문위의 태릉 존치 권고는 배제 … 남는 것은 부동산 의혹정책의 순수성에 대한 의구심도 해소되지 않고 있다. 사관학교 교육개혁분과위원회 내 전문가들은 지원자 수준 저하를 우려해 육사 태릉 캠퍼스 존치를 전제로 한 개편안을 제시했으나 정부는 내용이 약하다며 지방 이전 검토를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한 의원은 "사관학교 교육개혁분과가 건의한 것은 육·해·공사 생도의 1·2학년 과정을 서울 태릉 화랑대에서 통합 교육하자는 것이었다"며 "경남 진해에 있는 해사의 입학 성적 부진을 타개하려면 서울에서 교육한다는 것 자체가 메리트가 있다는 취지였는데 육사를 전남 장성으로 보낸다는 것은 최초 의도와 전혀 다른 방향"이라고 말했다. 자문위 참여 전문가들은 지금도 같은 판단이며 권고안이 정반대로 변질된 데 대해 상당히 격앙돼 있다고 한 의원은 전했다.해사와 공사는 진해·청주의 현 부지를 유지하는 반면 육사만 태릉 교정을 폐교하고 전남 장성으로 이전하는 방안이 검토되는 가운데 국토교통부는 지난 1월 29일 육사와 담장을 맞댄 태릉골프장 부지를 활용한 주택 공급 계획을 발표했다.한 의원은 정책 결정의 주체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내가 알기로 청와대에서 이 사안을 주도하는 것은 위 실장이 아니라 김용범 정책실장"이라며 "태릉 지역에 아파트를 짓는 문제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위 실장에게 물어봐야 소용이 없다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했다.◆'육사=내란' 프레임이 정책화 … 사법 책임과 제도 개편의 혼동정부가 예비역 사회의 누적된 반발에도 통폐합을 밀어붙이는 동력은 결국 12·3 비상계엄 단죄에서 나온다. 계엄에 육사 출신 지휘부 일부가 가담한 만큼 육사 중심의 장교 양성 구조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논리이며 사관학교 통폐합이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 오른 배경이기도 하다.이는 정부가 내세울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명분이지만 이 논리는 사법적 책임과 제도의 문제를 혼동하고 있다. 계엄 가담은 특정 지휘부 개인들의 위법 행위로서 파면·해임 등 중징계와 형사 절차를 통해 책임을 묻는 사안이지 교육기관의 학제나 입지가 만들어낸 결과가 아니다. 가담자 처벌이 이미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양성 체계 전체를 재설계하는 것은 개인의 죄를 제도에 물리는 격이며 계엄과 무관한 생도들과 미래 지원자들이 그 비용을 치르게 된다. 임종득 국민의힘 의원이 한기호·유용원 의원, 육·해·공사총동창회와 함께 지난 4월 17일 주최한 포럼에서 이번 개편을 "해체 수준의 징벌적 개편"으로 규정한 것도 이 지점을 겨냥한 것이다.이러한 전제가 이미 인사에서 정책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정황은 정부의 인사 발표 보도자료에서도 확인된다. 국방부는 지난 1월 9일 자 장성급 인사에서 "육군 소장 진급자는 비육사 출신이 이전 진급심사 시 20%에서 41%로, 육군 준장 진급자는 비육사 출신이 25%에서 43%로, 공군 준장 진급자 중 비조종 병과 비율은 25%에서 45% 수준까지 확대됐다"고 명시했다. 그러면서 이를 인사의 성과로 제시하며 "'일하는 인재'를 발탁하기 위해 출신, 병과, 특기 등에 구애됨 없이 다양한 영역에서 인재들을 선발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1월 13일자 중장 인사에서도 "비육사 출신 진급 인원은 최근 10년 내에 가장 많은 인원"이라는 점을 별도로 부각했다. 이는 출신 구성비가 국방부의 공식 성과 지표가 됐다는 뜻이며 사관학교 통폐합은 이러한 인사 기조를 양성 단계까지 소급해 제도화하는 수순으로 읽힌다.이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자 지난달 5일자 인사에서는 육사 출신인 윤한일 소장이 중장으로 진급하는 등 육사 출신의 진급과 요직 보직 인사도 나오고 있어 이를 일률적인 배제로 규정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문제는 개별 인사가 아니라 장교의 '출신'이 능력과 별개의 정책 변수가 되는 현실이다. 정부가 진급 심사마다 출신 비율을 발표하는 조직에서 출신의 원천인 사관학교를 통합해 그 구분 자체를 지우는 개편이 교육적 판단인지 정치적 판단인지에 대한 물음은 피할 수 없게 된다.물론 예비역들 사이에서도 사관학교 개혁 자체의 필요성을 부정하는 목소리는 크지 않다. 그러나 교육 혁신이라는 출발점에 공감하는 예비역 군인들이 '원점 재검토'를 요구하는 것은 방향뿐 아니라 진단과 절차의 문제이기도 하다. 초급 장교의 90% 이상을 배출하는 학군·학사·3사 등 전체 양성 체계는 그대로 둔 채 전체 장교의 10%대를 차지하는 사관학교만 개편 대상으로 삼는 구조로는 정부가 내세운 목적 자체가 달성되기 어렵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교육사령관들이 성명에서 "걱정하는 국민들의 애국심을 헤아려서 좀 더 심도 있고 정밀한 접근을 위하여 원점에서 다시 재검토되기를 바란다"고 호소한 이유다. 국방부는 이르면 이달 중 사관학교 통폐합 최종안을 발표할 것으로 전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