촘촘한 인도·태평양 군수망 속 한일 ACSA 공백中 대만해협 봉쇄·北 양동작전 겹칠 때한일 ACSA 부재가 만드는 군수지원 병목언젠가 맺어야 한다는 현실적 필요성에도결단 없이 미룬 이명박·박근혜·윤석열한미일보다 다자안보 선호하는 이재명이재명의 국익 중심 실용주의는 응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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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지난달 19일 경북 안동시 한 호텔에서 한일 공동언론발표를 마치고 이동하는 모습. ⓒ뉴시스
한·일 상호군수지원협정(ACSA)은 중국의 군사적 팽창과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맞선 억제 구도를 실무에서 뒷받침하는 군수 인프라다. 한국에는 대만해협 위기와 한반도 유사시 연료·탄약·예비부품을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게 하는 통로이며 일본에는 미·일 동맹 하에 자위대가 한반도와 대만 방면 작전을 지원할 때 군수 부담을 줄이는 수단으로 꼽힌다.30일 정치권에 따르면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방위상은 지난달 싱가포르에서 열린 샹그릴라 대화를 계기로 한일 국방장관회담에서도 같은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28일 서울 한일 국방장관회담에서도 ACSA 체결을 재차 요청했다.
ACSA 교착에는 '국민 정서'만이 아니라 한미일 양자·삼자 안보협력보다 다자 틀을 선호하는 대통령의 안보 인식이 함께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8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ACSA에 대해 "현실적 필요성이 있지만 우리 국민 정서상 이것을 받아들이기가 현재로는 어렵다"며 "동북아 안보 문제는 복합적인 다자안보 체계로 가야 한다"고 밝혔다.◆日이 집요한 이유 … 전략 공백과 군수망한일 ACSA 체결에 대한 일본의 거듭된 요청은 외교적 수사가 아니라 '전략 구도'와 '군수망 재편'의 문제로 해석된다. 일본은 2022년 안보 3문서를 개정해 전수방위 기조에서 사실상 벗어나 '반격능력' 보유를 명시했으며 이후 자위대 전력의 광역 전개와 군수망 재편은 일본 안보 전략의 핵심 과제가 됐다.일본은 12식 지대함유도탄의 사거리를 기존 200㎞에서 1000㎞ 이상으로 개량해 올해부터 지상 배치에 들어갔으며 그때까지 전력 공백은 사거리 약 1600㎞의 토마호크 미사일 400기로 메우는 계획을 세웠다.그런데 일본은 당초 2026 회계연도로 잡은 토마호크 도입 시점을 1년 앞당겨 지난 3월 이지스 호위함 조카이의 개조와 승조원 훈련을 완료하고 일부 물량 인도를 시작했다.미국은 60년 넘게 유지해 온 주일미군 사령관과 제5공군 사령관의 겸임 체제를 지난 3월 공식적으로 분리하며 미·일 동맹의 작전 통합도 한층 강화했다.장거리 정밀 타격 능력까지 갖춘 일본 해군력이 유엔사 후방기지 7곳과 결합하면 한반도 유사시 억제력 구조는 일본을 중심으로 더욱 촘촘해진다. 일본은 이미 미국·영국·호주·프랑스·독일·인도 등과 ACSA를 체결한 상태다. 한국은 미국·태국·뉴질랜드·터키·필리핀·이스라엘·호주·캐나다·싱가포르·인도네시아·캄보디아·스페인·영국·몽골·독일·아랍에미리트(UAE) 등과 ACSA를 맺고 있다. 즉, 인도·태평양 군수지원망에서 한국만 '법적 공백'으로 남아 있는 셈이다.한반도 유사시 군수·후방지원 구조를 보면 그 공백이 어디에서 드러나는지 분명해진다.일본 본토의 요코스카(해군)·요코다(공군)·캠프 자마(육군)·사세보(해군)와 오키나와의 가데나(공군)·화이트비치(해군)·후텐마(해병대) 등 7개 유엔사 후방기지에는 약 5만 명 규모의 주일미군이 배치돼 있다.박영준 국방대 교수는 "일본 안에 소재한 유엔사 후방기지 7곳과 한반도 유사시 작전을 통제하게 될 유엔군사령부, 한미연합사령부의 전쟁 지휘에 불가결한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고 지적했다.권태환 한국국방외교협회 회장(예비역 육군준장)은 "한반도 유사시 한반도에 진입하는 미국 항공모함을 미 본토에서 호위하겠는가"라면서 "유엔 참전국 16개국도 마찬가지다. 긴박한 상황에서 논의하고 합의하는 데 쓸 시간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대만해협 위기에 한국이 연루를 피할 수 없는 이유대만해협 유사시 한국이 받는 타격을 호르무즈해협 위기와 비교하면 차원이 다르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중국의 대만 침공에 미국이 참전하는 최악의 시나리오에서 전 세계 경제에서 10조6000억 달러(약 1경5440조 원)가 증발하고 한국 국내총생산(GDP)의 23%가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대만(-40%) 다음으로 큰 피해이며 전쟁 당사국인 중국(-11%)이나 미국(약 -6.6%)보다도 훨씬 큰 수치다. 2022년 해군 추정치에 따르면 대만해협 유사시 한국의 하루 피해액은 4452억 원에 달한다.송승종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객원교수(전 국방부 미국정책과장·주제네바대표부 군축담당관)는 "대만 위기는 미국의 지원 요청, 중국의 보복 가능성, 북한의 위협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대만해협 위기는 물리적 충돌로 비화할 수 있으며 이 경우 미국 개입은 예정된 수순"이라고 설명했다.그러면서 "대만-한반도 분쟁은 분리 불가능하다"며 "미중 충돌 시 중국이 주한미군 공격을 회피하려 해도 일본 주둔 미군기지를 타격하기 위해서는 중국 미사일의 한반도 상공 통과는 어쩔 수 없다. 그러므로 중국은 주일미군 공격을 위해 반드시 주한미군 기지를 먼저 공격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후쿠에 히로아키 전 일본 항공총대 사령관(예비역 공군 중장)은 "한반도와 대만해협이라는 두 개의 정면(正面)에 전선이 생기고 북한의 양동 작전이 있을 수 있다"며 "'두 정면 작전'에서 나아가 '2.5 정면 작전'이 성립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한국이 원하든 원치 않든 이와 같은 복합 위기 앞에서 일본과의 군수 공조 문제는 이미 현실 의제가 됐다는 것이다. -
- ▲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가 지난 1월 28일 사우디에서 열리는 국제 방위산업 전시회(WDS)에 참가하기 위해 원주기지를 출발했다. 사진은 중간기착지인 일본 나하기지에 착륙한 C-130 수송기가 일본 항공자위대로부터 급유를 받는 모습. ⓒ공군 제공
◆한빛부대가 남긴 교훈ACSA 부재의 구조적 제약은 이미 실전에서 확인된 바 있다. 2013년 12월 남수단에서 내전이 재발하자 현지에 주둔하던 한빛부대는 탄약 부족 위기에 몰렸다.한빛부대가 사용하는 K-2 소총과 호환되는 5.56㎜ 탄약을 보유한 외국군은 미군과 일본 육상자위대뿐이었다. 그러나 양국은 한국과 ACSA를 맺지 않은 상태여서 유엔 평화유지활동(PKO) 지휘 체계와 양국 국내법을 억지로 끼워 맞춘 예외적·일회성 조치로 1만 발을 긴급 지원받아야 했다. 탄약 지원의 실효성보다 절차와 정치적 논란이 더 크게 부각됐다는 평가가 뒤따랐다.이와 관련해 박 교수는 "일본은 호주나 영국, 필리핀 등과의 안보 협력을 추진하면서 ACSA나 원활화협정(RAA)을 체결해 상대국 병력의 일본 주류나 군수 지원을 보장하는 법적 체제를 정비해 두고 있다"며 "우리도 한미일 협력을 추진하면서 필요한 국내법 정비와 관련 조약의 체결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권 회장은 "일본과도 RAA와 ACSA를 체결할 필요가 있다. 미군에 대한 모든 후방 군수 지원을 일본이 해야 하므로 한반도 유사시 일본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며 "실시간 후방지원을 위해 ACSA와 RAA 협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코다 요지 전 일본 자위함대사령관(예비역 해군 중장)도 "한일 양국이 ACSA를 체결하지 않으면 중국, 러시아, 북한, 이란 등의 국가들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인식을 갖고 협력을 진행해야 한다. 병사들의 목숨이 걸려 있다"고 설명했다.ACSA는 일본의 재무장을 돕거나 자위대의 한반도 진입을 허용하는 협정이 아니다. 이미 구축된 유엔사 후방기지 구조와 한미일 안보 협력 틀 속에서 군수·후방 지원 흐름에 한국이 제도적으로 편입될 수 있도록 하는 법적 인프라다.무엇보다 일본 국민은 한국이 우려하는 자위대의 한반도 진입에 반대해 왔다. 권 회장은 "자위대가 한반도에 진입하는 것은 일본 국민의 우려 사항 중 하나"라며 "일본 국민은 자국이 한반도 전쟁에 말려들어 가는 것을 가장 우려한다"고 부연했다.남수단 파병 당시 한빛부대가 겪은 탄약 지원 논란은 ACSA 부재가 현장에서 어떤 제약을 낳는지 드러낸다. 대만해협과 한반도에서 동시에 위기가 발생하면 그 부담은 남수단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질 수밖에 없다.역대 우리 정부는 모두 ACSA를 '언젠가 해야 할 협정'으로 인식하면서도 여론 부담과 정치 리스크를 이유로 결단을 미뤄 왔다. 이재명 정부도 예외가 아니다.정호섭 전 해군참모총장(예비역 해군 대장)은 "중국 시진핑이 제일 두려워하는 악몽은 한미일 이 세 나라와 동시에 싸우는 것"이라며 "우리가 동맹 체제까지는 못 가더라도 결속을 강화할수록 중국이 쉽게 도발하지 못한다. 한미일 군사 협력을 지금부터 가일층해야 한다"고 언급했다.권 회장은 "북한이 미사일을 쏘면 서울에는 2분 30초, 일본에는 7분 30초 만에 닿는다"며 "북한의 공격이 이뤄지고 나서야 공동 작전계획을 짤 것인가. 전쟁을 억제하려면 한미일 공동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준비 태세를 갖춰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이에 대해 한 외교 전문가는 "한·일 간 역사 문제와 일본 자위대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을 감안하면 설령 협정 내용을 최대한 실무·군수적 범위에 한정하더라도 '일본군의 한반도 진출을 제도화하는 첫 단추'라는 프레임을 피하기 어렵다"며 "결국 누군가 정치적 책임을 감수하고 결단을 내려야 하는 문제인데 '국익 중심 실용주의'를 표방한 이재명 정부가 답해야 할 차례"라고 설명했다.이명박·박근혜·윤석열 정부가 결단을 내리지 못했듯이 '국익 중심 실용주의'를 표방한 이재명 정부도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한 채 임기를 보낼 수 있다는 우려가 국방·외교가에서 확산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