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건 수사 허용·플리바게닝 권한 부여이미 1심 선고된 사건까지 수사 대상법조계 "수사기관이 국선 변호인 전락""맞춤형 방탄 입법에 삼권분립 파괴 우려"
  • ▲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 사건 진상 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전체회의. ⓒ이종현 기자
    ▲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 사건 진상 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전체회의. ⓒ이종현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지난달 30일 발의한 '조작기소 특검법'을 두고 검찰의 불법적인 조작 수사 관행을 엄단하겠다는 명분과 달리, 법안을 들여다보면 자기모순과 법리적 무리수가 가득하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민주당은 그동안 검찰의 '별건 수사'와 피의자 진술 회유를 위한 '형량 거래'를 대표적인 수사 악습으로 규정해 왔다. 다만 정작 이번 법안에는 이 같은 권한들을 특검의 합법적 수사 수단으로 명문화했다.

    특검 수사 대상에 이재명 대통령의 파기환송심 사건과 항소심 사건이 포함된 점을 두고도 논란이 인다. 이미 1심 선고를 거친 사건까지 특검 대상에 포함하면서 공소취소 제도의 절차적 한계를 우회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에 '진실 규명'이라는 특검 본연의 취지는 퇴색된 채 특정인의 재판을 흔들기 위해 국가 형사사법 체계의 근간까지 건드리는 입법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 ▲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 사건 진상 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전체회의. ⓒ이종현 기자
    ▲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 사건 진상 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전체회의. ⓒ이종현 기자
    ◆ 비판하던 '수사 악습' 명문화 … 1심 끝난 사건도 무리하게 포함

    앞서 민주당은 국정조사와 당 회의 과정에서 검찰의 수사 관행을 강도 높게 비판하며 조작기소의 핵심 근거로 제시해 왔다. 

    특히 본래 혐의와 무관한 별도의 사건으로 압박하는 '별건 수사'와 피의자나 참고인에게 수사 협조를 대가로 구형량을 깎아주는 '형량 거래 및 진술 회유'에 대해 "단순한 의혹을 넘어 검찰권 남용의 실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정작 민주당이 발의한 특검법안에는 해당 조항들이 포함됐다. 법안은 특검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을 수사할 수 있도록 해 사실상 '별건 수사'를 허용했다. 또한 수사 협조 시 형량을 깎아주는 '형량 거래' 조항을 명문화했다.

    민주당이 국정조사 내내 '검찰의 조작 수사 및 회유 방식'이라며 맹폭했던 수사 기법들을 오히려 특검의 권한으로 쥐여준 셈이다.

    이처럼 이례적인 권한이 포함된 특검의 수사 대상에 특정인과 관련된 재판들이 대거 포함되면서 입법 취지에 대한 의문도 커지고 있다.

    법안에는 당초 국정조사에서 다루지 않았던 이 대통령 관련 사건 5개가 새롭게 추가됐다. 그중에는 대법원이 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한 '선거법 위반 사건'과 2심 재판 도중 중단된 '위증 교사 사건'도 포함된다.

    한편 현행 형사소송법 제255조는 검사의 공소취소 시기를 '1심 판결의 선고 전까지'로 제한한다. 특검 대상에 포함된 파기환송심이나 항소심 사건은 현행법상 공소를 취소할 수 없는 것이다.

    이에 민주당 전용기 의원은 "공소취소권은 논의하고 있지 않다"며 "공소를 유지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의논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이 같은 설명을 두고 "형사 재판의 근간인 '당사자 대립 구조'를 스스로 파괴하는 궤변"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검이 수사 명분인 '조작 기소'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법정에서 검사로서 피고인의 유죄를 다투는 대신 스스로 '무죄'를 구형하거나 기존 검찰의 증거를 탄핵해야 하기 때문이다. 수사기관인 특검이 사실상 '국선 변호인'으로 전락해 피고인의 방어권을 국가 권력으로 대행해 주는 양상이 되는 것이다.

    이번 특검법이 진행 중인 재판을 멈춰 세우기 위한 '지연 전술' 내지는 사법부의 기존 판단을 흠집 내기 위한 장치에 불과하다는 비판에 더욱 힘이 실린다.

  • ▲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 사건 진상 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전체회의. ⓒ이종현 기자
    ▲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 사건 진상 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전체회의. ⓒ이종현 기자
    ◆ "공소취소권 사실상 배제 안 해 … 법리 무시한 사기극"

    학계에서는 이번 특검법이 법리적으로 치밀하게 설계된 '특정인 구하기용 장치'라는 더 구체적인 분석이 나온다. 

    황도수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번 법안의 핵심 독소조항으로 제8조 제7항과 제2조 제6호를 꼽았다.

    제8조 제7항은 특검이 사건의 '공소유지(공소유지 여부의 결정을 포함한다)' 업무를 수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민주당은 공소취소권을 부여한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황 교수는 이를 두고 "국민을 기만하는 사기극"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황 교수는 "법안에 '공소유지 여부의 결정을 포함한다'고 명시한 것은 사실상 공소취소권을 부여한 것과 다름없다"며 "정말 권한을 주지 않으려 했다면 공소취소는 제외한다고 명시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결국 공소유지 여부를 결정한다는 것 자체가 공소를 취소할 수 있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나아가 황 교수는 제2조 제6호가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을 특검 대상으로 끌어들이는 핵심 통로라고 분석했다. 

    해당 조항은 기존 사건 중 기소되어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까지 수사 대상에 포함하고 있다. 

    황 교수는 "제4호와 5호가 별건 수사의 근거라면, 제6호는 이 대통령 사건을 타깃으로 삼아 공소취소를 노리는 근거"라며 "입법부가 진행 중인 사건에 관여하는 구조 자체가 명백한 삼권분립 위반"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특검이 청구한 영장만을 전담하는 법관을 별도로 두도록 한 제13조에 대해서도 "평등의 원칙을 위반한 차별적 조항"이라고 비판했다. 

    야당이 '검찰 악습'이라 공격했던 플리바게닝 조항이 포함된 것에 대해서도 "무죄나 공소취소를 비롯한 특정 결론을 끌어내기 위해 형량 거래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작동할 우려가 크다"고 경고했다.

    결국 이번 특검법이 실체적 진실 규명이라는 본연의 취지를 넘어, 진행 중인 재판을 멈춰 세우고 사법부의 기존 판단을 입법 권력으로 무력화하려는 '방탄 장치'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법조계와 학계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