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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사가 다시 협상테이블에 앉았지만 서로의 입장을 좁히지 못했다. 예상된 결과다. 양측 입장의 간극이 컸다. 창사 이래 첫 파업에 놓인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우려했던 막대한 손실을 떠안게 됐다.

    노조는 1인당 3000만원 격려금 지급, 평균 14% 임금 인상, 영업이익 20% 성과급 배분 등을 요구했다. 반면 회사측은 임금 6.2% 인상안을 제시한 상태다. 여기에 더해 노조는 신규 채용과 인사고과, 인수합병(M&A) 등 핵심 경영 사안과 관련해 사전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까지 포함시켰다. 노조의 경영권 침해가 아니냐는 논란이 촉발된 부분이다. 

    전면 파업 첫날인 지난 1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총파업 전 3일간 진행된 부분파업과 생산일정 조정에 따른 손실 규모를 약 1500억원으로 추산했다. 파업이 계속 진행될 경우 생산 설비 가동 차질에 따른 손실 규모가 약 64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올해 1분기 매출 1조2571억원의 절반 수준이다.

    업계는 이번 파업을 두고 단기적 손실보다 글로벌 CDMO(위탁개발생산) 기업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직면할 신뢰도 저하에 더 심각성을 우려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1조원 규모 이상의 계약을 3건 체결하는 등 연간 수주액 6조원을 돌파했다. 창립 이래 누적 수주는 CMO(위탁생산) 112건, CDO(위탁개발) 169건을 기록했다. 누적 수주 총액은 214억 달러(한화 약 31조6000억원)에 달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지속 성장 비결은 고객사와의 관계에 있다. GSK·일라이릴리·로슈·화이자·노바티스 등 내로라하는 글로벌 빅파마를 고객사로 확보한 것은 물론, 이들은 계약을 지속적으로 증액하며 삼성바이오로직스와의 파트너십을 지속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위탁생산 계약은 최소구매물량보전(MTOP) 방식으로 진행돼 계약 이후 고객사의 요구에 따라 계약 금액과 물량이 확대되는 경우가 많다. 다시 말해 대규모 수주가 가능했던 이유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그간 쌓아온 파트너사와의 신뢰가 절대적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노동자들의 역할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K-바이오를 이끄는 핵심인재이고, 그들의 노하우가 쌓여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미래를 견인할 것이다.

    그럼에도 바이오업계 유례없는 파업 카드를 꺼내든 그들의 명분이 얼마나 설득력 있는지는 의문이다.

    CDMO 사업은 생산능력뿐만 아니라 납기 준수와 공급 안정성이 핵심경쟁력으로 꼽힌다. 파업으로 인한 생산 차질이 현실화할 경우 고객사 신뢰 저하로 이어질 수 있고, 이는 곧 수주경쟁력 약화로 연결된다. 

    특히 바이오의약품은 살아있는 세포를 기반으로 생산되는 만큼 24시간 연속 공정 운영이 필수다. 공정이 단 한 번이라도 중단될 경우 해당 배치는 물론 연쇄적인 생산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긴급히 가용 인력을 활용한 비상 대응에 나섰지만 일부 배치의 생산을 불가피하게 중단할 수 밖에 없었다. 해당 배치에는 항암제,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 치료제 등 환자 생명에 직접적 영향을 주는 제품도 포함됐다.

    더구나 지금 글로벌 CDMO 시장은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는 생물보안법 시행으로 경쟁이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 글로벌 경쟁사인 론자, 후지필름 등이 수주싸움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약점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파업의 결과가 우려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