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재명 대통령이 12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토교통부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재명 대통령이 12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토교통부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상 첫 생중계방식으로 진행된 정부부처 업무보고가 숱한 논란을 남긴채 마무리 수순에 들어갔다. 업무보고 기간내내 이재명 대통령은 특정기관·인사들을 공개적으로 저격했고 그때마다 대통령의 정제되지 않은 '거친 말'이 세간에 회자됐다.

    이 같은 언사를 두고 혹자는 '사이다 발언이다', '역시 일 잘하는 대통령'이라고 후한 평가를 준 반면 다른 한쪽은 '정치적 쇼다', '거친언사로 논란을 자초한다'며 지적하기도 했다. 

    물론 공공기관이 방만경영을 일삼고 관행적 복지부동과 부패에 빠져 있다면 전국민 앞에서 공개적인 비난을 받아도 마땅하다.

    하지만 지난 12일 국토교통부 업무보고에서 나온 "LH 호구" 발언은 번지수를 한참 잘못 짚었다.

    이날 이 대통령은 이상욱 LH 사장 직무대행에게 "건설사들이 1억원짜리 집을 지어 LH에 1억2000만원에 판다는 소문이 있다"며 "저도 얘기를 들을 정도니까 꽤 유명한 사례인데 그런 것을 조사해 본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LH를 소위 말해 '호구' 삼는다는 얘기가 있다"며 "대규모 조사를 해보면 좋겠다"고 했다.

    쉽게 말해 LH가 국민혈세로 민간주택을 비싸게 사들여 공급가격을 높이고 건설사들의 배만 불렸다는 지적이다.

    이 대통령이 언급한 사례는 LH 매입임대주택이다. 2023년 LH는 미분양상태로 남아있던 서울 강북구 '칸타빌 수유팰리스'를 매입임대로 사들인 뒤 청년 등 주거취약계층에 공급했다. 이 과정에서 LH가 해당주택을 시세보다 비싸게 샀다며 고가매입 논란이 일었다.

    결국 당시 논란과 대통령 발언 등을 종합해보면 LH는 서울이라는 우수입지내 주택을 민간으로부터 최대한 저렴하게 사들인 뒤 적기에 공급하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미션'을 수행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매입임대는 LH가 민간이 지은 주택을 '적정가격'을 주고 사들이는 방식이다. 권위주의 정권처럼 국가가 민간주택이나 토지를 헐값에 강제수용하거나 몰수하는 개념이 아니다.

    즉 시장이 원하는 가격과 인센티브를 민간에 제시해야 거래가 성사되고 매입물량을 채울 수 있다.

    입지가 열악한 지방 미분양단지라면 대통령 지적대로 저렴한 가격에 매입할 수 있지만 서울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더군다나 매입임대 경우 감정평가방식으로 가격이 산정되기 때문에 평균시세가 비싼 서울에선 무작정 가격을 낮출 수 없는 구조다.

    민간건설사 입장에서도 LH가 제시한 희망가격이 분양가보다 너무 낮으면 굳이 손해를 보며 매각할 이유가 없다. 적어도 서울에선 굳이 정부 손을 빌리지 않더라도 할인분양 등을 통해 충분히 잔여물량을 털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시장논리에 따라 매입가격이 조정되는 구조임에도 대통령으로부터 호구라는 힐난을 들었으니 LH로선 충분히 억울할만하다.

    더욱이 이재명 정부의 정책목표가 '민간과의 협력을 통한 고품질 공공주택 공급'을 지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이 대통령의 지적은 더욱 모순적이다.

    주거에 가성비란 없다. 정부 계획대로 고품질 공공주택을 공급하겠다면 그만큼의 비용투자가 수반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부가 제공하는 공공주택 품질은 저하되고 입주민 삶의 질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