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당 문건, 밀실 논란에 鄭 "유출자 색출하라"지선 전 합당 반발 커져도 '전 당원 투표' 강조단기 대표 아닌 총선 공천권 염두 둔 행보란 분석운동권 조국과 정치 입지 높이려 한다는 전망도당권 구도 유리한 세 결집에 '딴지 민심'은 자신감
  • ▲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해 11월 26일 국회에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를 접견하고 있는 모습. ⓒ이종현 기자
    ▲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해 11월 26일 국회에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를 접견하고 있는 모습. ⓒ이종현 기자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을 둘러싼 당 안팎의 거센 반발에도 '전 당원 투표'까지 거론하며 강행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정 대표의 정치적 계산과 여권의 권력 구도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6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정 대표가 합당 카드를 꺼내든 지 보름이 지나도록 공방이 이어지며 내홍에 빠져들고 있다. 특히 이날 오전에는 합당 절차 등을 구체적으로 정리한 대외비 문건 논란이 불거지며 그간 민주당과 조국당의 '합당 밀약설'에 힘이 실리는 형국이 전개됐다.

    이에 합당 반대론자들과 정 대표의 리더십에 눈총을 보내던 인사들의 불만이 공개적으로 분출하며 정 대표의 책임론마저 거론되고 있다.

    강득구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당장 대표의 해명이 필요하고 당장 문건을 공개해야 한다"며 "문건이 사실이라면 합당 밀약을 한 것이고, 전적으로 대표가 책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언주·강득구·황명선 최고위원 등 친명(친이재명)계 인사들은 문제의 본질이 합당 발표의 절차적 정당성 논란을 넘어선다고 주장했다. 이 최고위원은 여당이 합당 논쟁에 매몰되면서 정작 이재명 대통령의 임기 초반 국정 드라이브가 당권 이슈에 묻히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최고위원은 지난 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을 조국 대표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듯한 발언까지 나오고 있다"며 "벌써 특정인의 대권 놀이에 우리 민주당을 숙주로 이용하는 게 아니냐, 차기 알박기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고 비판했다.

    당 대표 연임을 위한 정 대표의 '자기 정치' 의혹과 조 대표의 대권가도 시나리오가 맞물리면서 여권 전반이 대통령 임기 초반부터 차기 권력을 둘러싼 암투로 빠져들고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전날 발표된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실시한 전국지표조사(NBS)에서도 민주당·조국당 합당에 '반대한다'는 응답이 44%로 '찬성' 응답 29%보다 오차범위 밖인 15%포인트 높았다.

    강 최고위원은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NBS 여론조사를 인용하며 "민주당 지지층 내 찬성과 반대가 엇갈리고 중도층은 반대가 51%로 찬성 25%보다 두 배 가까이 높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도층이 외면하는 합당으로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겠느냐"면서 "지금은 정청래의, 시간도 합당의 시간도 아닌 이 대통령의 시간이다. 원칙 없는 합당 추진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 ▲ 지난달 6일 김어준 씨(오른쪽)가 운영하는 유튜브 생방송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유튜브 캡처
    ▲ 지난달 6일 김어준 씨(오른쪽)가 운영하는 유튜브 생방송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유튜브 캡처
    하지만 정 대표가 큰 역풍에도 방향을 꺾을 기미를 보이지 않자 당 안팎에서는 정 대표의 '정치적 시간표'에 주목하고 있다.

    정 대표의 임기는 오는 8월까지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정 대표가 취임 전부터 차기 총선 공천권을 거머쥘 수 있는 당권에 다시 안착할 수 있는 밑그림을 그려 왔다는 분석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또 이른바 '명청(이재명·정청래) 대전'으로 불리는 여권의 갈등 구도에서 이 대통령이 김민석 국무총리를 견제구로 활용할 수 있다는 말도 거론되고 있다.

    이 때문에 김 총리 등 잠재적 경쟁자가 차기 당권 경쟁 구도에서 부상하면 정 대표가 1년짜리 대표에 그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에 문제를 제기했다. 또 "(당 대표는) 민주당에서 성장한 사람으로서 정치인이 갖는 로망"이라며 당권 도전을 시사했다.

    아울러 합당은 단순한 세력 결합을 넘어 당원 구성과 계파 지형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카드다. 이 때문에 정 대표가 지방선거를 앞둔 2~3월을 합당의 적기로 판단했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대해 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무리하게 밀어붙인다는 인상을 받는다"면서 "대표가 세 결집 의심을 왜 받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정 대표의 정치적 정체성도 거론되고 있다. 정 대표는 친명보다는 친문(친문재인)계 인사들과 가깝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 대표는 2018년 한 방송에 출연해 "이 지사(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가 이야기를 하면 항상 분란이 일어난다"면서 "이 지사가 그냥 싫다"고 발언한 적이 있다.

    이로 인해 이 대통령의 강성 지지층 사이에서는 '수박'이라는 의심을 받아왔고, 정 대표는 그간 '찐명(진짜 친이재명)'이라고 항변하는 모습이 자주 연출됐다.

    하지만 정 대표가 당내 숙의 과정 없이 합당을 도모하자 의심은 더욱 짙어지는 분위기다. 정 대표가 같은 진영에서 운동권의 상징성을 지니는 조 대표와의 결합을 통해 자신의 정치적 브랜드와 지지층 결집 효과를 극대화하려 한다는 견해도 대두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정 대표는 과거 '586 운동권 질서가 싫었다'고 고백하기도 했지만 운동권 '스타'에 대한 동경이 왜 없었겠나"라고 밝혔다.
  • ▲ 더불어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이 지난 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청래 대표의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제의의 의미와 향후 진행 과정에 대한 발언을 지켜보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 더불어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이 지난 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청래 대표의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제의의 의미와 향후 진행 과정에 대한 발언을 지켜보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나아가 당 안팎에서는 정 대표와 여권의 최대 스피커인 김어준 씨와의 유대 관계를 주시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전당대회에서 당시 박찬대 후보가 현역 의원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고, 명심(이 대통령의 의중)의 향배도 박 후보에게 향한다는 풍문이 돌았다.

    하지만 정 대표는 당원 비중이 가장 많은 호남에서 압도적 지지에 힘입어 당선됐다. 정 대표의 성공 비결로는 정 대표에게 비교적 우호적인 입장을 취한 김 씨의 방송이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정 대표는 지난해 11월 6일 초선의원 모임 '더민초' 워크숍 강연에서 "저는 10년 동안 (김 씨가 총수인 딴지일보 게시판에) 1500번 썼다"며 "평균 이틀에 한 번꼴"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딴지일보를 "민심의 바로미터"라고 평가했다. ([단독] 김어준 커뮤니티가 민심? … 정청래, 초선 모임 강연서 "딴지일보가 민심 바로미터" 기사 참조).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시대를 명분으로 추진해 가결된 '대의원·권리당원 1인 1표제'도 김어준 지지층의 민심을 등에 업은 정 대표가 자신감을 가졌기 때문이란 평가가 나온다.

    정 대표가 릴레이 간담회를 통해 합당에 대한 의견을 수렴한다 하면서도 '전 당원 투표'를 강조하는 것은 투표 절차가 자신에게 불리하지 않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 대표는 이날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절차가 자세히 적힌 문건 논란이 터지자 당내의 거친 반발에도 오히려 '유출 책임'을 묻겠다고 나섰다.

    정 대표는 이날 "정식 회의에 보고되지 않고 실행되지도 않은 실무자의 문건이 유출되는 일종의 사고가 있었다"며 "사무총장이 누가 유출했는지 엄정하게 조사해 주고 책임을 물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밀실 합의' 책임론이 자신을 향하자 문건 유출 경위에 대한 진상조사를 요구하는 방향으로 책임을 돌린 것이다.

    하지만 당에서는 의원총회 소집을 촉구하는 등 '합당 밀약' 논란에 대한 반발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한준호 민주당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정 대표가 합당 추진 전 과정의 경위를 당원과 국민 앞에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요청한다"며 "이 사안을 책임 있게 논의하기 위해 긴급 의원총회 소집을 공식적으로 요구한다"고 했다.

    이건태 민주당 의원은 입장문을 통해 "민주당이 정 대표의 사당이냐"면서 "선 합당 결론, 후 의견 수렴. 당원 주권에 대한 명백한 기만"이라고 날을 세웠다.

    한편 기사에 인용된 NBS 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