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9일~7월 6일 대구 전역 개최…7개국 34개 작품 119회 공연배성혁 집행위원장 "전 세계 뮤지컬이 모이고 다시 퍼져 나가는 글로벌 플랫폼"토니상 주역 키워낸 20년 "이제는 '국립뮤지컬콤플렉스' 숙제 풀 때"
  • ▲ 뮤지컬 '투란도트' 공연 사진.ⓒDIMF
    ▲ 뮤지컬 '투란도트' 공연 사진.ⓒDIMF
    대구를 '뮤지컬의 도시'로 각인시킨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이하 딤프)이 지난 19일 개막하며 18일간의 대장정에 돌입했다.

    2006년 프레(Pre) 축제로 첫 발을 내딘 딤프는 지난 20년간 누적 관람객 250만 명을 모으며 한국 창작 뮤지컬의 든든한 산실 역할을 해왔다. 특히 관람객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2020년 5182명에 불과했던 관람객은 2022년 3만2617명으로 무려 6배 이상 급증했다. 2024년 3만1841명을 거쳐 2025년에는 3만7449명을 기록하는 등 지속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스무 살 성년을 맞은 딤프는 이제 지역 축제의 틀을 벗고, 글로벌 뮤지컬 산업의 허브이자 K-뮤지컬의 핵심 브랜드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오는 7월 6일까지 대구 주요 공연장과 시내 전역에서 열리며, 역대 최대 규모인 미국·영국·프랑스·중국·일본 등 7개국 34개 작품(119회 공연)이 관객과 만난다.

    이번 축제는 특정 작품에만 주목도가 쏠리는 주목도를 분산하고, 전체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기 위해 '공동 개·폐막작' 체제를 도입했다. 축제의 포문은 딤프의 자체 제작 뮤지컬이자 한국 뮤지컬 최초로 동유럽 라이선스 수출 성과를 거둔 '투란도트'가 열었다. 오는 27일까지 대구문화예술회관 팔공홀에서 공연되는 '투란도트'는 자코모 푸치니의 동명 오페라를 재해석했다.

    작품은 바닷속 왕국 오카레오마레를 배경으로, 얼음공주 '투란도트'가 망국의 왕자 '칼라프'의 진정한 사랑으로 어둠의 저주를 푸는 이야기를 그린다. 슬로바키아 버전을 완성했던 헝가리 출신의 연출가 로버트 알폴디와의 협업을 통해 7년 만에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했다. 남자 주인공이 찢어진 청바지를 입고 등장하며, 투란도트 공주 역시 화려한 고전 드레스 대신 모던하고 현대적인 의상을 선보인다. 내년 11월에는 중국 상하이 진출이 가시화돼 있으며, 이와 함께 전국 순회공연을 계획하고 있다.

    배성혁 딤프 집행위원장은 "10여 년 전 뮤지컬 '투란도트'를 처음 기획할 때 지역의 역사성과 무관한 외국 소재라는 이유로 현지의 반대 여론이 거셌다. 하지만 뮤지컬은 결국 해외 무대를 겨냥해야 한다고 확신했다"며 "미국의 세계적인 뮤지컬 '아이다'가 오페라 원작에 엘튼 존의 음악을 더해 성공을 거둔 것처럼, 전례가 없던 '투란도트'의 뮤지컬화를 통해 글로벌 시장을 개척하고자 이 도전을 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 ▲ 제20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공동 폐막작으로 선정된 '투인투 더 우즈'.ⓒDIMF
    ▲ 제20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공동 폐막작으로 선정된 '투인투 더 우즈'.ⓒDIMF
    공동 폐막작은 세계적인 거장 스티븐 손드하임의 명작 '인투 더 우즈'(미국)와 중국 고전 홍루몽을 세련된 미학으로 재해석하여 글로벌 팬덤을 이끌고 있는 '보옥'(중국)이 대미를 장식하며 동서양 뮤지컬의 정수를 선보인다. 이 외에도 일본 극단 사계의 '고스트&레이디' 실황 상영·'레 비르튀오즈'(프랑스)·'바버숍페라'(영국) 등 해외 초청작과 '셰익스피스'·'피아노의 숲' 등 탄탄한 국내 라인업이 관객을 맞이한다.

    단순한 작품 관람을 넘어 '창작 뮤지컬 생태계의 중심지' 역할을 해왔다는 점은 딤프의 가장 큰 자부심이다. 지난해 브로드웨이 토니상 6관왕을 차지하며 K-뮤지컬의 신화를 쓴 '어쩌면 해피엔딩'의 윌 애런슨 작곡가와 박천휴 작가 콤비도 과거 딤프의 창작지원사업을 통해 처음 호흡을 맞추며 글로벌 아티스트로 발돋움했다.

    재공연 지원사업도 신설했다. 작품성은 뛰어나지만 제작 여건상 사장됐었던 우수 창작 뮤지컬을 재발굴하는 사업으로, 올해는 '희재'(과거 '국화꽃향기')가 10년 만에 공연된다. 15:1의 경쟁률을 뚫고 선정된 5편의 신작 창작지원작 중 우수작 1편은 뉴욕 쇼케이스 무대에 오르는 기회를 얻는다. 대학생뮤지컬페스티벌의 학교당 지원금을 기존 1000만 원에서 1500만 원으로 증액하는 등 인재 양성 규모를 크게 늘렸다.

    박병성 공연 칼럼니스트는 "딤프는 기존의 영미권을 넘어 중국·대만·슬로바키아·러시아·프랑스 등 전 세계 뮤지컬 시장과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성공적으로 구축해 왔다. 이를 통해 K-뮤지컬의 해외 진출을 견인하고, 국제 교류의 견고한 토대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출범 초기부터 창작지원사업을 지속하며 '프리다', '유앤잇', '시지프스' 등 다수의 우수작을 발굴·육성했다. 또 '뮤지컬스타'와 'DIMF 뮤지컬아카데미'를 통해 역량 있는 창작자와 배우를 배출하는 등 전문 인재 양성에도 앞장서고 있다"며 "이처럼 딤프는 작품 발굴과 인재 육성을 아우르는 다각적인 노력을 통해 한국 뮤지컬 산업의 양적·질적 성장을 이끄는 핵심 동력으로 자리매김했다"고 덧붙였다.

    축제의 눈부신 양적·질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명실상부한 세계적 뮤지컬 도시로 도약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인프라 숙제도 명확하다. 대구는 타 도시에 비해 공연장 확보가 용이하다는 강력한 강점이 있지만, 정작 장기 공연을 유치할 수 있는 '뮤지컬 전용 극장'이 없다. 이로 인해 2020년 이후 전용관을 갖춘 부산에 밀려 대구의 시장 규모가 일부 하락하는 등 산업 경쟁력 약화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 ▲ 지난 20일 코오롱야외음악당에서 진행된  '딤프' 20주년 개막 세리머니.ⓒDIMF
    ▲ 지난 20일 코오롱야외음악당에서 진행된 '딤프' 20주년 개막 세리머니.ⓒDIMF
    이에 따라 대선 공약이자 국정 과제인 '국립뮤지컬콤플렉스(대구 산격청사 부지 조성 예정)'의 원안 추진 필요성이 강력하게 대두되고 있다. 현재 관계 부처 간의 예비타당성조사 심사 등에서 난항을 겪고 있으나, 대구시는 올해 하반기 문체부와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20년 동안 딤프 이사와 심사위원을 맡아 축제의 기틀을 다지고 발전을 선도해 온 원종원 순천향대학교 교수는 "우리는 흔히 문화산업이 만들어낸 화려한 결과물에 열광하지만, 정작 중요한 본질은 씨를 뿌리고 밭을 가꾸는 기초 토대를 다지는 일이다. 웰메이드 뮤지컬은 결국 건강한 생태계 속에서 자연스럽게 맺히는 결실에 불과하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딤프의 진가는 바로 이러한 인프라를 구축하고 인재를 육성하는 데 있다. 이를 20년간 한결같이 지속해 왔다는 것 자체가 경이로운 기록이자 미래를 기대하게 만드는 원동력"이라며 "딤프는 한국 뮤지컬의 초석이자 창작 작품을 단련하는 첫 관문으로서 확고한 수문장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 교수는 "지역 사회가 단순히 서울과 수도권 공급작의 소비 시장에 머무는 것은 국가적 낭비"라고 지적했다. 끝으로 "지역에서 작품을 제작하고 검증한 뒤, 서울에서 상업적 성공을 거두고, 나아가 해외 시장으로 뻗어 나가는 선순환 구조를 확립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20주년 딤프는 축제의 위상에 걸맞게 홍보대사로 딤프 신인상 출신의 정선아와 김호영을 위촉했다. 아울러 거리 공연 '딤프린지', 배우와 관객이 자유롭게 소통하는 '뮤지컬 펍', 글로벌 심포지엄 및 아트마켓 등 다채로운 부대행사를 통해 대구 전역을 축제의 열기로 가득 채운다.

    배성혁 집행위원장은 "20년 동안 축제를 지켜온 가장 큰 힘은 대구 시민들의 사랑이었다"며 "딤프는 단순히 흥행작을 소비하는 곳이 아니라, 전 세계의 뮤지컬이 모이고 다시 퍼져 나가는 글로벌 테스트베드이자 플랫폼으로 확고히 자리 잡을 것"이라고 포부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