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대형마트 규제 고심 … "상생 방안 논의"국힘 주춤하는 사이 … 민주, 정책 스펙트럼 넓혀
  • ▲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3일 국회에서 열린 코리아 프리미엄 K-자본시장 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모습. ⓒ이종현 기자
    ▲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3일 국회에서 열린 코리아 프리미엄 K-자본시장 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모습. ⓒ이종현 기자
    정부·여당이 전통적으로 우파 진영의 영역으로 분류돼 온 규제 완화와 세제 개편 등 정책을 테이블 위에 올리며 정책 스펙트럼을 넓히는 모습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생 분야에서 본연의 우파 정책마저 뚜렷하게 제시하지 못한 채 민주당의 지형 안에서 사법·정치 공세에 머물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6일 정치권에 따르면 당·정·청은 지난 4일 수출입은행에서 비공개 실무 협의회를 통해 대형마트 영업시간 규제를 담은 유통산업발전법 개정 등을 포함, 온·오프라인 시장에 대한 상생 방안 마련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파악됐다.

    문금주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당 정책조정회의 직후 취재진과 만나 "당정 회의는 온·오프라인 시장에 대한 상생 방안 마련을 위해 정부안을 보고받는 시간이었다"고 밝혔다.

    대형마트의 영업시간을 제한하는 유통산업발전법 12조의2 조항은 2012년 도입돼 올해로 14년째 시행 중이다. 0시부터 오전 10시까지 심야 영업을 제한하고 매월 이틀을 대형마트의 의무 휴업일로 지정하도록 했다.

    하지만 최근 정치권과 재계에서 해당 법안이 쿠팡과 같은 전자상거래 업체가 급성장하는 원동력은 됐으나 전통시장 및 중소업체 보호라는 본래의 취지는 크게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는 자성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에 당정은 전자상거래를 위한 영업행위는 허용하도록 하는 예외조항을 두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민주당은 "중소벤처기업부 중심으로 산업통상부와 함께 상생 방안에 대해 보고했고 당은 그 보고를 청취한 수준"이라며 신중론을 펼쳤다.

    문 원내대변인은 "대형마트 심야 영업 허용이 주된 내용이 아니었다"며 "실무당정 회의 결과가 취재 과정에서 너무 앞서 나간 것 아니냐는 얘기가 있었다"며 전했다.

    다만 "오프라인 시장의 침체 등 여러 가지 규제 균형이 안 맞는다. 그래서 온·오프라인 시장에 대한 상생 방안을 조만간 마련하게 될 텐데 그것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고 밝혔다.

    대형마트 새벽 배송 관련 규제 완화 방안에 대해 정부가 보고하고 당은 청취하는 수준의 내용이었다며 신중론을 취했으나 여권이 '대형마트 옥죄기'로 지적받았던 규제에 대해 부분적이나마 전향적인 검토를 한다는 것은 부인하지 않고 있다.

    문 원내대변인은 "관련 법안을 준비하고 계신 분들이 있다. 상생 방안이 마련되고 관련 법안들도 발의되거나 처리돼야 한다는 입장을 가진 분들이 있다"며 "정부가 상생 방안을 마련하고 지금 설득하는 과정에 있다. 관련 협회 또는 관련자 분들을 설득하는 과정이 있기에 좀 기다려주면 좋을 것"이라고 전했다.

    당내에서는 최근 쿠팡에 대한 민주당의 과도한 대응이 미국의 '기습 관세 인상'과 무관하지 않다는 여론의 지적을 의식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해부터 새벽 배송 제한 검토에 이어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대해 연루 의혹이 불거진 중국 국적 직원보다 '쿠팡 때리기'에 치중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통화에서 "여론의 눈에는 쿠팡 때리기로 비춰질 수 있다는 비판을 우리 당이 모르지 않다"라며 "소 뒷걸음치다 쥐 잡은 격일 수 있지만 쿠팡을 대체할 플랫폼이 많지 않기에 유통 구조 왜곡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방법을 튼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전통시장 살리기 등을 목적으로 도입된 유통산업발전법이 현실적으로는 쿠팡 등 플랫폼 기업에만 유리하게 작용해 오프라인 유통업체 역차별로 이어졌다는 지적을 민주당이 일부 수용했고, 부분적이나마 규제 완화로 이어지도록 나름의 전략을 택한 것이라는 평가다.
  • ▲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1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1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이와 함께 당정은 그간 우파 진영과 재계의 숙원이던 '상속세 개편'으로도 눈을 돌리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배우자의 상속세 공제 한도를 현행 10억 원에서 18억 원까지 확대해 상속세 부담을 줄이도록 세제 개편을 서두르겠다고 공언했다.

    또한 정부에서는 상속세 최고 세율 인하, 가업상속공제 확대 등을 중심으로 한 상속세 개편도 폭넓게 검토하고 있다.

    다만 전통적인 여권 지지층의 '부자 감세' 반발이 커서 상속세 개편에 속도를 낼지는 미지수다. 복수의 민주당 소속 재경위원에 따르면 "최근 당과 민주당 재경위원 내에서는 논의된 바는 없다"면서도 "우리는 여당이고 모든 것을 다 열어놓고 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정부·여당이 전통적으로는 국민의힘이 주도했어야 할 '우파 어젠다'에 전향적인 태도를 취하는 데 주목하고 있다.

    규제 완화와 세 부담 경감 등 시장의 효율성 제고에 관한 정책은 우파 정당의 핵심 키워드였지만, 민주당이 도리어 이를 선점하면서 정책 프레임을 모두 주도하고 있다는 평가다.

    국민의힘 김성원 의원이 새벽 배송 제한과 대형마트 영업시간 규제를 완화하는 법안을 발의하기는 했다. 하지만 당 지도부 차원에서 당정에 제안할 수 있는 정책 패키지로는 이어지지 못했다는 자성도 나온다.

    지난 4일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취임 후 첫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 나섰으나 민생에 직결된 우파 경제 정책보다 선거연령 하향 조정 같은 과거 민주당·정의당이 선점한 정책 발표가 더 부각됐다.

    그 결과 정부와 민주당이 정책을 논의하고 처리하는 그림이 반복되고,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형성하는 '정치 지형' 안에서 민생과 무관한 사법·정치 이슈에만 사후적 공세로 일관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의 한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우리 국민의힘이 지향하는 보수의 가치와 정책이 청년층의 고용률 해결과 국민의 실질적인 민생에 도움된다는 비전을 자신감 있게 내놓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의 한 관계자도 "현 정부가 기존의 '탈원전 방침'을 뒤집고 신규 원전 건설을 추진하는 정책으로 유턴한 점을 우리 당은 뼈 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우리 당이 하나의 큰 어젠다의 주도권을 뺏긴 것이나 다름없다. 지엽적인 정치 이슈에 매몰되기보다 큰 담론을 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