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원 투표 꺼낸 장동혁 … 친한계는 "계산 정치"4개월이면 복귀인데 … 금배지 앞에 멈춘 친한계
  • ▲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국민의힘 지도부의 제명 결정에 관한 입장 발표를 마치고 밖으로 나서는 모습. ⓒ뉴시스
    ▲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국민의힘 지도부의 제명 결정에 관한 입장 발표를 마치고 밖으로 나서는 모습. ⓒ뉴시스
    사퇴 압박을 받던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6일을 사퇴·재신임 요구 시한으로 못 박으며 배수진을 쳤다. 자신에 대한 불만이 있다면 숨어서 공격하지 말고 정식으로 사퇴를 요구하라는 취지의 '정면 돌파' 선언이다. 

    이에 친한(친한동훈)계는 장 대표의 초강수에 "협박·비민주적"이라며 격양된 반응을 쏟아냈다. 하지만 정작 '의원직 상실'이라는 정치적 생명을 걸어야 하는 상황에서는 나서는 이가 없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장 대표는 이날 제주 서귀포시 하례감귤거점유통센터를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재신임을 요구하거나 직을 걸고 사퇴를 요구한 분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공식적으로 들은 바 없다"고 밝혔다. 이어 장 대표의 승부수에 대한 친한계의 반발에 대해 "어제 제 입장을 밝혔다"면서 "비판할 것이 아니라 직을 걸면 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소장파 모임 '대안과 미래'의 권영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장 대표는) 누구라도 6일까지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걸고 재신임이라든지 사퇴를 요구한다면 전 당원 투표를 실시하겠다고 했다. 민주 정당의 지도자의 입에서 나왔다고 도저히 믿기지 않는 조폭식 공갈 협박"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장 대표는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을 흔든 소장파와 친한계를 향해 '최후 통첩'을 날렸다. 그는 "내일까지 누구라도 사퇴·재신임을 요구한다면 전 당원 투표를 통해 뜻을 묻겠다"며 "당원들이 물러나라면 대표직은 물론 의원직에서도 사퇴하겠다"고 배수의 진을 쳤다.

    다만 장 대표는 '책임의 균등'을 전제로 걸었다. "사퇴를 요구하는 인사들도 (당원 투표 결과 사퇴안이) 관철되지 않는다면 정치적 책임을 각오하라"고 쐐기를 박은 것이다. 

    이는 사실상 친한계 의원들에게 '한 전 대표를 향한 충성심을 증명하고 싶다면 배지를 걸고 나오라'는 판을 깔아준 것이다. 장 대표의 사퇴를 이끌어내는 것이야말로 한동훈 체제의 정당성을 지키는 가장 강력한 정치 행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 대표가 시한을 설정하자마자 친한계의 결기는 비판에 머물렀다. 겉으로는 "협박"이라며 날을 세우면서도 정작 사퇴 요구서에 이름을 올리겠다는 의원은 없는 상태다.

    이에 대해 친한계인 한지아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사퇴하지 않기 위한 조건을 만든 것에 불과하다"며 "결과가 뻔한 판을 깔아 놓고 '당원이 결정한다'는 건 책임 정치가 아닌 계산 정치"라고 지적했다. 

    우재준 의원도 "의원직을 걸라는 식의 답변은 부적절하다"고 반박했다. 신지호 전 전략기획부총장은 "공갈 협박이자 민주주의 파괴 행위"라고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가세했다. 오 시장은 "정치적 생명을 걸라니 참 실망스럽다"며 "자리를 걸라고 하는 건 공인으로서의 자세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오 시장도 장 대표에게 사퇴를 요구할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친한계가 비판의 수위는 높이면서도 행동은 주저하는 배경에는 철저한 '정치적 셈법'이 숨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무엇보다 의원직 상실이라는 실질적 리스크가 그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내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가 6월 3일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진다는 점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분석도 있다. 설령 장 대표에게 사퇴를 요구해 의원직을 내려놓더라도, 4개월 뒤 재선에 성공하면 여의도로 화려하게 복귀할 수 있는 안전장치가 이미 마련돼 있기 때문이다. 명분과 실리를 모두 챙길 수 있는 완벽한 시나리오 앞에서 친한계는 침묵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친한계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사퇴는 투표에 올릴 것이 아니라 그냥 하면 되는 것"이라면서도 "저는 그만 싸우고 싶다. 사퇴 요구는 제가 할 일이 아니다"라고 거리를 뒀다.

    장 대표에게 사퇴를 요구한 또 다른 의원도 "장 대표의 기자간담회 관련해서는 할 말이 없다"며 "제가 할 수 있는 말이 없다"고 했다. 

    결국 한동훈 체제의 수혜를 입고 목소리를 높인 의원들조차 자신의 '금배지'가 걸린 승부 앞에서는 몸을 사리고 있는 셈이다. '한동훈 제명'에 분개하며 지도부를 성토하던 결기는 배지의 무게 앞에 가벼워졌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권력의 그늘에 있을 땐 충성 경쟁에 혈안이더니 책임질 순간이 오니 뒷걸음질만 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는 친한계의 허약한 결속력을 증명함과 동시에 당 밖으로 밀려난 한 전 대표가 당내에서 얼마나 고립된 처지에 놓였는지 역설적으로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박민영 국민의힘 미디어 대변인은 전날 페이스북에 "시끄러운 소수가 뒤에서 구시렁댄다고 거짓이 진실이 되지도 없던 여론이 만들어지지도 않는다"며 "당원들 앞에 당당하게 평가를 구할 자신이 없다면 뒤에서 남 일처럼 품평하는 전파 낭비, 평론질 그만하고 제대로 된 정치가 무엇인지 고민하는 시간부터 가져보길 권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