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교모 호남지부 등 5개 단체 성명"편향된 민주화 개념 고착시키려는 것""5·18 관련된 여러 의혹 밝혀지지 않아""국회가 계엄에 관한 전권 행사할 것"
  • ▲ 우원식 국회의장. ⓒ서성진 기자
    ▲ 우원식 국회의장. ⓒ서성진 기자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헌법 전문에 5·18민주화운동과 부마민주항쟁 정신을 명시하는 개헌안이 국회 표결대에 오르자 호남 지역을 비롯한 시민단체들이 "선거에 끼워 넣은 졸속 개헌"이라며 반발했다. 국민의힘을 제외한 여야 6당 의원 187명이 발의한 개헌안은 오는 10일까지 국회를 통과해야 지방선거와 동시에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다. 단체들은 39년 만의 헌법 개정이 국민적 합의보다 선거 일정에 맞춰 추진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4일 정치권에 따르면 사회정의를 바라는 전국교수 모임(정교모) 호남지부, 호남자유포럼(호자포), 국가수호국민연합(국수연), 정율성공원조성철폐범시민연대(정철연), 호남우파친구들(호우친) 등 5개 단체는 지난 1일 공동 성명을 내고 "6·3 지방선거에 꼼수로 집어넣은 졸속 개헌 시도에 결사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번 개헌안의 본질을 헌법 전문에 특정 역사 인식을 고정하는 문제로 규정했다. 단체들은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헌법 전문에 역사적 해석과 평가가 완결되지 않은 5·18민주화운동과 부마민주항쟁을 명시하려는 것"이라며 "편향된 민주화 개념을 헌법 전문에 영구적으로 고착시키려고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헌법 개정은 공개적인 논의도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개헌 추진 시점과 절차에 대해서도 "이 시점에서 헌법 전문을 왜 바꾸어야 하는지, 국가가 대내외적으로 전방위적 도전을 받고 있는 어려운 시기에 이런 개헌을 시도해야만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특히 5·18민주화운동 정신 명시에 대해선 "이른바 '5·18 민주화운동의 정신'이란 정확히 무엇인지 알 수 없고 아직도 5·18과 관련된 여러 의혹이 밝혀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1981년 대법원에서 '5·18은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이며 반정부 폭동'으로 판결됐다"며 "5·18 특별법 제정 이후 1997년 대법원에서 '5·18은 전두환 등 신군부가 12·12 군사반란을 통해 실질적인 권력을 장악했고 내란을 목적으로 광주 학살을 자행한 것'으로 뒤집힌 판결이 나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몇 차례 진상규명 조사가 있었지만 일방적으로 한쪽 입장만 반복될 뿐 풀어야 할 과제들이 여전히 남아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5·18민주화운동은 결단코 계엄군의 폭력적 진압에 저항한 광주 시민들의 평화적 시위만으로 서사가 될 수가 없는 사건"이라며 "카빈총과 M1, 계엄군에게서 탈취한 M16 소총까지 동원한 무력 시위는 도저히 정당화될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5·18 관련 처벌 조항도 쟁점으로 제시했다. 이들은 "2020년 말에 통과된 5·18 특별법 수정안에는 제8조가 추가되면서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허위의 사실을 유포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돼 있다"며 "5·18에 대한 어떠한 비판이나 부정적 견해는 물론 학술적 연구조차 어렵게 하고 있다"고 밝혔다.

    5·18 유공자 선정 문제도 거론했다. 단체들은 "5·18 유공자 수는 제7차 보상인 2018년까지 5807명"이라며 "이후에도 유공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지만 그 수가 정확히 얼마인지도 알 수 없다"고 했다. 이어 "국가유공자라면 당연히 국가보훈부에서 심사하고 선정해야 함에도 이를 광주광역시가 직접 선정 작업에 개입하고 있으며 명확한 명단이나 각 개인의 공적 조서가 전혀 공개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통령 계엄권 통제 강화 조항에 대해서는 "현행 87체제 헌법에서는 국회가 계엄령 해제를 의결해 대통령에게 건의하면 대통령이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해제를 선언하게 돼 있다"며 "그러나 개헌안에서는 이 절차마저 없애고 근본적으로 국회가 계엄에 관한 전권을 행사하게 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방분권 및 지역균형발전 의무 명시도 문제 삼았다. 이들은 "지역균형발전이라는 미명하에 대한민국의 체제를 변화시키려는 시도"라며 "2026년 3월 30일 마을주민자치회법이 통과돼 있는데 이제 이 지방 주민자치회를 헌법이 보장하게 함으로써 전국의 모든 마을을 북한식 '풀뿌리 인민민주주의'로 체제 변화를 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국민투표 절차와 선거 일정에 대해서도 "부정선거에 관한 방지 대책도 전혀 없이 사전선거를 그대로 밀어붙이며 6·3 지방선거에 이 개헌안을 슬쩍 끼워 넣어 국민투표를 추진하려는 것"이라며 "개헌안에 대한 국민투표의 의미를 왜곡할 뿐 아니라 국민투표의 결과를 대다수 국민이 전혀 신뢰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또 "아직도 역사적 평가가 완결되지 않은 5·18 민주화운동과 부마민주항쟁 정신을 헌법 전문에 명시하려는 개헌 시도를 당장 중단하라"며 "이번 졸속 개헌안을 즉각 폐기하고 권력 구조 개편을 포함한 개헌안으로 반드시 국민적 합의를 거쳐 추진하라"고 촉구했다. 국민의힘을 향해서는 "이번 개헌안에 대한 반대 당론을 분명히 선언하고 본회의 개헌안 의결에 전원 불참하라"고 요구했다.

    이번 개헌안은 지난달 3일 국민의힘을 제외한 여야 6당 원내대표 등 국회의원 187명이 공동 발의했다. 헌법 전문에 5·18민주화운동과 부마민주항쟁 정신을 명시하고 대통령 비상계엄 선포에 대한 국회 통제 권한을 강화하며 지방분권과 지역균형발전 의무를 헌법에 담는 내용이 골자다.

    6·3 지방선거와 동시에 개헌 국민투표를 치르려면 개헌안은 오는 10일까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야 한다. 우원식 국회의장과 더불어민주당은 오는 7일 본회의 표결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국회 통과 여부는 불투명하다. 헌법 개정안은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 최근 여야 광역단체장 출마자들의 의원직 사퇴로 재적 의원이 286명으로 줄면서 의결 정족수는 191명이 됐다. 발의 참여 의원은 187명으로, 국민의힘에서 최소 10명 이상의 찬성표가 나와야 가결이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개헌 자체가 아니라 6·3 지방선거와 연계한 '선거용 졸속 개헌'에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당 안팎에서는 7일 본회의 표결에 불참하는 방안도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호남 지역 시민단체들의 성명도 이 같은 정치 일정 속에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