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파병 비협조국 미군 재배치' 압박韓, GOP 병력 2만2000명→6000명 감축日, 美 토마호크 도입 앞당겨 전력화 가속다카이치, 투트랙으로 트럼프 불만 관리주일미군, 60년 만에 지휘체계 분리·격상GOP 감축·주한미군 압박 겹치면 이중 공백트럼프, 전후 방위비 인상 등 요구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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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6일(현지시각) 백악관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 중 저격용 총을 겨누는 시늉을 하는 모습. ⓒAP·뉴시스
트럼프 행정부가 호르무즈 해협 파병에 비협조적인 동맹국의 주둔 미군을 빼내 재배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 가운데 한국은 자체 전방 병력까지 대폭 줄이는 계획을 동시에 추진하면서 '이중 억제력 공백' 우려가 제기된다. 호르무즈 전쟁으로 소모된 미군 전력을 재충당하는 비용과 부담을 동맹국에 분담시키려는 움직임이 본격화할 경우 주한미군 전력과 방위비 분담 구조 전반이 재조정 압력에 직면할 수 있다.이재명 정부가 이란 전쟁 국면에서 파병 카드를 소진해 온 끝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을 "도움이 되지 않았다"(not helpful)고 공개 지목한 직후라는 점에서 이번 움직임은 사실상 동맹 방기에 대한 1차 청구서에서 더 나아간 '최후 독촉장'에 해당한다는 평도 나온다.월스트리트저널(WSJ)은 8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 당국자들을 인용해 미국이 대이란 군사작전에 협조적이지 않았다고 판단되는 일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을 제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제재 방안은 도움을 주지 않은 회원국의 주둔 미군을 빼서 이란 전쟁을 지지했던 국가에 재배치하는 것이 골자다. 유럽 국가 중 적어도 한 곳의 미군 기지를 폐쇄하는 시나리오까지 함께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스페인 등 일부 회원국이 미 항공기의 영공 통과를 거부하고 군함 파견 요청에 응하지 않은 사례가 대표적 비협조 사례로 지목됐다.WSJ 보도 자체에는 한국이 명시돼 있지 않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연일 한국을 콕 집어 "도움이 되지 않았다"며 주한미군 병력 규모까지 과장해 언급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이 별도의 압박 축에 올라와 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합동참모본부 출신의 한 예비역 장성은 뉴데일리에 "이번 전쟁으로 미군 전력이 상당히 소모된 이상 그 충당 비용과 공백을 동맹에 분담시키려는 압박은 예견된 수순"이라며 "인도·태평양 전력을 포함해 미군 전체 태세가 재배치되는 과정에서 주한미군도 영향받을 수밖에 없고 한국으로서는 그 영향을 얼마나 최소화하느냐가 관건"이라고 진단했다. -
- ▲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9일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 기소 의혹 사건 진상 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뉴시스
문제는 외부 압박에 그치지 않는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지난 7일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최전방 일반전초(GOP)에는 2만2000명 정도의 경계 병력이 있는데 인공지능(AI) 기반 과학화 시스템으로 경계 병력을 6000명 정도로 줄이고 나머지 1만6000명은 후방 기지로 재배치할 것"이라며 AI 기반 감시체계 도입을 전제로 한 전방 병력 대폭 감축 계획을 공식화했다. 주한미군이라는 외부 압박과 한국군 자체 전방 병력 축소가 동시에 진행되는 구도다.이에 대해 전직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미군이 호르무즈에 묶여 있는 상황에서 동북아에서까지 긴장이 높아지면 현재 구조상 미국이 두 전구에서 동시에 전쟁을 수행하기는 사실상 어렵다"며 "그런데도 한국은 전방 병력을 줄이면서 미국을 달랠 카드도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채 이중 리스크를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
- ▲ 다카이치 사나에(왼쪽) 일본 총리가 지난달 19일(현지시각) 백악관 국빈 만찬장에서 열린 만찬에 참석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볼을 맞대며 인사를 나누는 모습. ⓒAP·뉴시스
한일 양국 모두 호르무즈 파병 요청에 소극적으로 대응했다는 점에서 출발점은 같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6일 "미국은 원유수입의 1% 미만을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들여오지만 어떤 국가는 그보다 훨씬 많은 양을 조달한다"며 "이들 국가가 나서서 해협 문제를 도와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은 95%, 중국은 90%를 (호르무즈 해협에서) 들여오고 여러 유럽 국가도 상당한 양을 수입한다. 한국은 35% 정도를 들여온다"고 밝혔다. 사흘 뒤인 19일 미일 정상회담에서 그는 "일본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주길 기대한다(step up)"면서도 군함 파병 같은 구체적인 지원 방식은 언급하지 않으며 수위 조절에 나섰다.일본은 해상자위대 소해정 파견 등 파병 방안을 검토하는 한편 대미 투자·에너지 협력을 내세워 트럼프의 불만을 관리하는 투트랙 전략을 구사했다. 현지 언론에서는 "파병이냐 불참이냐의 이분법에서 '동맹에 기여'로 프레임을 이동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반면 한국 정부는 "공식 파병 요청은 없었다"는 원론적 입장을 반복하는 데 그쳤다. 한 예비역 장성은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할 수 있는 만큼 도우려는 의지를 보여주지 않은 것이 문제"라며 "워싱턴에서는 한국이 이번 사태에서 사실상 아무 도움을 주지 않았다는 인식이 이미 자리잡고 있다"고 꼬집었다.앞서 미국이 오키나와 주둔 제31해병원정대(31MEU)와 주한미군 사드(THAAD)·패트리엇(PAC-3) 일부를 중동으로 차출해 대북 억제력이 눈에 띄게 약해진 상황에서 한국은 파병도 외교도 애매한 태도로 일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우리가 험지에, 핵 무력 바로 옆에 4만5000명(실제 2만8500명)의 군인을 두고 있는데도 (한국은) 우리에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며 주한미군을 직접 거론해 한국을 따로 압박했다. 이처럼 같은 출발선에서 다른 전략을 택한 한·일의 대비는 이후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동맹 운용이 어느 쪽에 더 기울어질지를 가늠하게 하는 단초가 된다. -
- ▲ 주일미군 기지 현황. ⓒ일본 외무성
최근 주일미군 지휘 체계 변화는 이에 대한 예고편이라고 볼 수 있다. 미군은 60년 넘게 유지해 온 주일미군(USFJ) 사령관과 제5공군 사령관의 겸임 체제를 지난달 24일 공식 분리했다. 이는 육상·해상·항공 자위대의 모든 작전을 통합 지휘하는 통합작전사령부 창설(지난해 3월)에 맞춰 미일 동맹의 실질적 작전 통합을 강화하려는 포석이다. 앞서 미군은 USFJ를 단순 행정·연락(command liaison) 중심에서 위기 시 합동군급 작전 지휘가 가능한 합동군사령부로 업그레이드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미국이 일본과는 동맹 심화를 추진하는 동안 한국에 대해서는 '전략적 유연성'이라는 명분으로 주한미군 재배치 압박 카드를 유지하는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미국·일본이 동중국해와 남중국해를 하나의 전구로 묶는 '원 시어터'(one theater) 구상을 검토하며 인도·태평양 안보망을 재편해 왔다. 이 구상에서 소외된 채 주한미군 재배치 압박만 받는 구조가 심화하면 한국의 전략적 고립 우려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
일본의 미국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전력화도 이런 흐름을 뒷받침한다. 일본은 당초 2026 회계연도부터로 잡았던 미국 토마호크 400기 도입 시점을 1년 앞당겨 2025 회계연도부터 도입하기로 한 뒤 올해 3월 이지스 호위함 조카이의 개조와 승조원 훈련을 먼저 완료하고 일부 물량 인도를 시작했다. 방위성 발표에 따르면 일본은 총 400기 도입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나머지 이지스함에 대한 개조와 잔여 물량 인도는 이미 착수된 상태로 2020년대 후반까지 순차적으로 전력화될 예정이다. 장거리 정밀 타격 능력까지 갖춘 일본 해군력이 유엔사 후방기지 7곳과 결합하면 한반도 유사시 병력과 장비의 집결·수송 속도와 억제력 구조는 일본을 중심으로 한층 더 촘촘해질 수밖에 없다.
- ▲ 지난 2월 28일 '에픽 퓨리'(Epic Fury) 작전을 지원하기 위해 토마호크 지상 공격 미사일(TLAM)을 발사하는 알레이버크급 유도미사일 구축함 프랭크 E. 피터슨 주니어함(DDG 121)의 모습. ⓒ미 해군 제공·AP
이러한 지정학적 현실에서 안 장관의 'AI 감시체계로 GOP 공백을 메운다'는 논리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지상작전사령관(대장)과 해상작전사령관(대장) 직위가 동시에 공석인 지휘 공백 상황에서 AI 기반 경계 체계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을지 실효성 자체가 의문이기 때문이다. 군은 AI 기반 경계 체계를 통해 전방 인력을 줄이는 대신 탐지·식별을 자동화하고 상황 발생 시 후방 기동부대와 원격 무기 체계를 연계해 대응하는 '감시+기동' 구조를 지향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GOP 인원을 급감시키면서도 예비전력·기동부대·지휘체계 보강 방안은 제시하지 않아 '센서(sensor)만 늘리고 슈터(shooter)는 줄이는 격'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
- ▲ 이재명 대통령이 9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파병 불응을 동맹 관리로 수습하지 못한 지금의 구도는 미국의 동맹국임에도 사드 3불 1한으로 전략적 모호성을 택했다가 미·중 양쪽 모두의 신뢰를 잃은 전례와 닮아 있다. 무엇보다 그때는 외교·정책 차원의 혼선에 그쳤다면, 지금은 파병 불응으로 주한미군 자체의 역할과 규모가 도마에 오른 것도 모자라 전방 병력 감축론까지 겹치는 국면이라는 점에서 동맹 위기는 한층 더 심각하다.트럼프의 청구서는 나토에 이미 제시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마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의 회동 직후 트루스소셜에 "나토는 우리가 그들을 필요로 할 때 없었고 다음에 필요할 때도 없을 것"이라며 동맹의 비협조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비협조 회원국 주둔 미군 재배치와 기지 폐쇄 시나리오까지 테이블에 올린 것 자체가 동맹 방기 보복 청구서의 '2막' 격인 독촉장이다. 트럼프가 나토와 한국·일본을 묶어 이 논리를 반복해 온 만큼 다음 타깃은 한국이 될 수 있다. 2026년 미국 국방전략서(NDS)가 한국을 "강한 군사력·높은 국방비·방산 역량·징병제를 기반으로 북한 억제의 일차 책임을 질 수 있는 동맹"으로 규정했다. 엘브리지 콜비 미 전쟁부 정책차관이 지난 1월 세종연구소 초청 연설에서 한국을 "모범 동맹"(model ally)으로 치켜세운 지 불과 석 달 만에 한국의 호르무즈 파병 불응과 전방 병력 감축이라는 정반대 신호로 전달되고 있는 셈이다.파병 카드가 사실상 이미 소진된 지금 트럼프 대통령의 거래적 동맹관 앞에서 한국이 동맹국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 수단은 제한적이다. 미국산 무기·물자 추가 구매, 국제법상 국제 해협에 해당하는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항행의 자유(통과통항권) 수호를 위한 정보·감시 지원 및 선박 호송·호위 참여 확대, 에너지·인프라 분야 대미 투자 패키지 등은 한국이 실질적 기여를 입증할 수단으로 꼽힌다. 이를 입증하지 못하면 올 하반기 한미안보협의회의(SCM)에서 주한미군 전력·태세 조정 논의가 이뤄질 때 한국은 방위비분담금 특별협정(SMA)을 이미 체결한 당사국임에도 방위비·주둔 구조 재조정 요구를 방어할 명분과 카드가 부족해질 공산이 크다.12차 SMA가 다년 합의로 체결돼 있다고 해서 안심할 수도 없다. 트럼프 대통령의 거래적 논리 앞에서는 다년 합의 자체가 동맹 안보 기여가 부족하다는 판단이 서는 순간 추가 증액과 주한미군 감축을 연계한 재조정 요구의 빌미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 트럼프 1기 행정부 때의 경험이다. 파병도 외교도 애매하게 처리한 청구서는 언제나 가장 불리한 순간에 날아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