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정책기획관실' 업무 범위 넘어선 통합 추진통폐합 근거라는 '사관생도 설문조사' 부실 논란도
  • ▲ 2024년 2월 26일 서울 노원구 육군사관학교 화랑 연병장에서 제80기 졸업 및 임관식 2부 '화랑대의 별' 행사가 진행되는 모습. ⓒ뉴시스
    ▲ 2024년 2월 26일 서울 노원구 육군사관학교 화랑 연병장에서 제80기 졸업 및 임관식 2부 '화랑대의 별' 행사가 진행되는 모습. ⓒ뉴시스
    국방부와 한국국방연구원(KIDA)이 최근 육해공사관학교 통합을 기정사실로 전제한 정책연구 결과를 비공개 토론회 형식으로 공개했다. 이에 결론을 먼저 정해 놓고 의견 수렴 절차만 밟았다는 비판이 군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13일 뉴데일리 취재에 따르면 국방부와 KIDA는 지난 10일 서울 용산구 국방컨벤션에서 '미래 국방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사관학교 통합 추진 방안'을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비공개로 개최했다. 국방부 정책기획관인 우경석 소장, 각 군 인사참모부 대령급 이상, 육·해·공사 생도대장 등 준장급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국방부는 이날 보도자료에서 "이번 토론회는 국방부 요청으로 수행 중인 정책연구 과제 내용을 일부 공유하고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자리"라며 "참석자들은 현행 사관학교 체계 개편의 필요성에 깊이 공감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토론회는 정작 통합 당사자인 생도 중 해군사관학교 소속은 참석이 이뤄지지 않은 채 육군사관학교·공군사관학교 생도 일부만 자리를 채웠다. 결론을 먼저 정해 놓고 "의견을 다 수렴했다"는 명분만 만들려는 절차적 요식 행위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 ▲ 예비역 육군소령으로 유튜브 채널 '코리아세진'을 운영하고 있는 김세진 씨(육사 67기)가 지난 10일 서울 용산구 국방컨벤션 앞에서 사관학교 통합 비공개 토론회에 반대하는 1인 시위를 벌이는 모습. ⓒ김세진 씨 페이스북
    ▲ 예비역 육군소령으로 유튜브 채널 '코리아세진'을 운영하고 있는 김세진 씨(육사 67기)가 지난 10일 서울 용산구 국방컨벤션 앞에서 사관학교 통합 비공개 토론회에 반대하는 1인 시위를 벌이는 모습. ⓒ김세진 씨 페이스북
    예비역 육군 소령으로 유튜브 채널 '코리아세진'을 운영하고 있는 김세진 씨(육사 67기)는 토론회가 비공개로 진행된다는 사실을 접하고 행사 당일 국방컨벤션 앞에서 1인 시위에 나섰다. 장광현 전 육군항공작전사령관(육사 39기)과 합동참모본부 출신인 정경운 한국전략문제연구소 전문연구위원(육사 46기) 등 육사 출신 인사들도 현장에 나타났다.

    김 씨는 "정작 사관생도는 배제되거나 일부 학교에서 1명만 앉혀 놓는 수준이라니 이게 과연 토론인가"라며 "방향과 답을 이미 정해 놓고 '의견 다 수렴했다'는 명분만 만들려는 절차적 요식 행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대한 사안을 밀실에서 처리하는 건 정상적인 정책 결정 과정이라고 보기 어렵고 정당성이 없음을 스스로 증명하는 꼴"이라며 "한국군의 뿌리를 뒤엎는 문제를 이론적 근거도 효과성 검증도 실증 사례도 제도적 검토도 숙의 과정도 없이 이렇게 졸속으로 찍어 내려서는 안 된다. 공개 토론할 자신이 없다면 애초에 추진할 자격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통합 찬성 입장에서 토론에 나선 참석자들 사이에서도 사관학교 통합이 현재 국방부 담당 부서인 정책기획관실의 업무 범위를 초과한다는 우려가 제기됐다고 한다.

    전문가 지정 토론에 나선 이남우 전 국방부 인사복지실장과 이동윤 KIDA 연구위원은 "정책실뿐 아니라 인사복지실 등 관련 유관 부서 구성원들이 함께 모여 의견을 조율하고 연구 결과에 반영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반대론자는 애초에 초청조차 되지 않은 자리에서 찬성론자들마저 추진 체계의 한계를 자인한 것이다.

    연구 설계 자체의 부실함도 도마에 올랐다. KIDA가 통폐합의 근거로 제시한 사관생도 대상 설문조사 자체가 모집단 통제나 변수 관리, 신뢰성 검증 등 기본적인 조사 방법론조차 지키지 않은 졸속 조사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 씨는 "링크만 있으면 누구나 답변할 수 있었고 동일인이 수십 번 반복 입력하는 것조차 자유로웠다"며 "조사 방법론의 기본이 지켜지지 않았다면 설문 자체가 오염됐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자료를 정책 결정의 근거로 삼는 건 무책임하다"고 꼬집었다.

    이번 연구의 더 근본적인 문제는 '사관학교 통합'이라는 결론의 당위성을 따지지 않고 처음부터 전제로 두고 시작했다는 점이다. 인구 절벽과 미래 전장 환경 변화를 통합의 근거로 제시하면서도 그 환경 변화가 기존 합동군제로는 대응이 불가능한 것인지, 구체적으로 사관학교 통합과 어떠한 논리적 연관성을 갖는지에 대한 실증적 검토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불거졌다. '언젠가는 필요할 수 있다'는 막연한 전제를 검증 없이 '지금 당장'으로 못 박은 채 연구를 시작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제기됐다.

    결국 이번 토론회에서 일부 공유된 정책연구 과제 내용은 이달 마감 기한에 맞춰 대략적인 안을 낸 수준에 그쳤다. 교육 과정 통합, 입시 체계 재편, 육사 입지 선정 등 실무적 현안에 대한 구체적 논의가 빠졌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특히 1·2학년 통합, 3·4학년 분리라는 이른바 '2+2 네트워크형 통합' 방식이 왜 최적안인지에 대한 비교 검토도 사실상 이뤄지지 않았다. 이 '2+2 구조' 자체는 군 장교의 실제 경력 현실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소위로 임관해 대령으로 전역하기까지 약 30년의 복무 기간 중 자군 부대에서 근무하는 비율이 95%에 달하며 합참, 한미연합사령부 등 합동부대에 근무하는 비율은 약 5%에 불과하다.

    장교 경력의 5%에 해당하는 합동성을 위해 사관학교 교육의 절반을 통합 과정으로 채우는 것은 우선 순위가 완전히 뒤집힌 구조로, 초급 장교 단계에서 가장 긴요한 자군 기초 전문성을 갉아먹을 수 있다. 기초가 부실한 상태에서 조기 통합 교육은 전문성의 하향 평준화로 직결돼 합동작전에서 각 군의 역량이 제대로 결합되기 어렵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육사 출신 예비역 장성은 뉴데일리에 "지금이라도 미래 국방을 책임질 인재를 키워낸다는 각오로 사관학교 통합 문제를 정치적 논리가 아닌 국가 안보 차원에서 풀어나가야 한다"며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으니 너는 대답만 하면 된다는 뜻)식의 정책 결정이 우리 국민에게 얼마나 많은 피해를 줬는지 다시 한번 상기할 때"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