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립 지켜도 피격한 韓 '눈치 외교'의 민낯불참해도 피격 … 中 사드 교훈 잊은 대가자폭드론엔 사전 표적값 입력 … 우발 아냐MFC 불참, 북핵 확장억제 요구 명분 잃어불참 지속시 트럼프발 동맹 방기 청구서 직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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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4일 호르무즈 해협에서 일어난 한국 선박 화재 사건은 미상 비행체의 타격에서 비롯됐다고 정부가 밝혔다. 외교부는 10일 이러한 내용의 정부 합동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현장 조사단이 기록한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은 나무호 화재 현장의 모습. ⓒ외교부 제공
이재명 정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강조하면서도 호르무즈 해협에서 국제법상 통과통항권을 수호하기 위한 미국 주도의 해양자유연합(MFC) 참여에는 사실상 거리를 둔 채 미국과 이란 사이에서 신중론을 펴왔다.하지만 한국 선박인 HMM 나무호가 지난 4일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제 자폭드론으로 추정되는 비행체로부터 1분 간격으로 두 번 연달아 공격당하면서 불참·중립 기조가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고 안전을 수호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12일 정치권에 따르면 청와대는 전날 나무호 등 민간 선박에 대한 공격은 정당화되거나 용납될 수 없다며 이번 공격을 강력히 규탄한다는 입장을 밝혔다.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 "미상의 비행체 2기가 나무호 선미 외판을 약 1분 간격으로 두 차례 타격했고 진동을 동반한 화염과 연기가 발생했다"며 "사고 당시 해수면보다 1∼1.5m 상단 부분에 선박 파손이 있었다는 점이나 파손 패턴 등을 고려하면 기뢰나 어뢰에 의한 피격 가능성은 작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이와 관련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일반 상선에 대한 공격이 규탄의 대상이라는 것은 분명하지만 저희(정부)는 지금 공격의 주체를 특정하지 않고 있다. 특정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 단계"라며 "판단이 서는 대로 적절한 수위의 대처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정부 합동조사단은 선체 파손 양상 등을 근거로 기뢰나 어뢰에 의한 피격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했다. 이에 더해 군사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공격이 이란제 자폭 드론인 샤헤드 계열에 의해 의도적으로 가해졌을 개연성이 크다는 분석도 제기된다.비행체가 같은 지점을 두 차례 타격하는 '더블 탭' 전술은 자폭드론 편대 운용의 전형적 유형이다. 외판이 안쪽으로 꺾이고 바깥 철판이 외부로 벌어진 파손 형상은 외부에서 고폭탄이 터져 충격파가 내부로 밀고 들어간 흔적으로 해석된다.군사 전문가인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비행체가 선미 좌현으로 매우 낮은 각도에서 비행하듯이 접근해 약 1분 간격으로 같은 지점을 두 차례 타격했다. 일각에서는 샤헤드가 저고도 비행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이미 저고도 침투 능력을 입증해 왔다"며 "자폭 드론은 통상 단독이 아니라 둘 이상을 편대로 묶어 순차 타격을 가하는 방식으로 운용된다"고 설명했다. -
국방·외교가 일각에서는 30kg 안팎의 탄두를 탑재한 이란 고속정 코사르 대함미사일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한다. 양 연구위원은 "미사일이라면 선체를 꿰뚫고 들어가 내부에서 폭발하도록 설계돼 있어 손상 패턴이 다르고 대부분 100㎏을 훌쩍 넘는 중량 탄두를 탑재하는 만큼 이번과는 파괴 규모가 맞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 ▲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11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는 모습. ⓒ뉴시스
이번 공격을 '경고성 타격'이나 '우발적 접촉'으로 보는 시각도 있으나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샤헤드 계열 드론은 공격 전 표적값을 사전 입력하는 방식으로 운용된다.마린트래픽 등 선박 추적 사이트와 위성 정보, 선박자동식별장치(AIS) 정보를 활용하면 특정 해역의 선박 밀집 현황 파악은 기술적으로 어렵지 않다. 미국이 최근 이란의 드론·미사일 작전에 중국 위성·AI 기업들이 정보를 제공했다며 제재에 나선 정황까지 고려하면 이번 공격이 계산된 표적 선정의 결과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군 일각에서도 관찰–지향–결정–행동으로 이어지는 우다 루프(OODA loop)를 거친 의도된 표적 선정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군 관계자는 "샤헤드는 표적 주변 상공을 체공하다가 표적을 발견하면 공격한다. 호르무즈 해협에 선박이 다수 정박해 있는 상태에서 나무호의 국적기를 식별하고 한국 국적 선박임을 알고 공격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이란이 호르무즈 일대 선박 움직임을 상시 관찰하고 미국과 동맹국·파트너국 선박을 분류한 뒤 그중 하나로 한국 선박을 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물론 한국 선박만을 특정해 조준했다기보다는 혼잡한 정박 해역에서 특정 선박을 다른 선박으로 오인했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호르무즈 해협에 많은 선박이 정박해 있는 만큼 이란이 개별 선박의 국적과 선박 식별 정보를 사전에 정밀하게 인지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드론 전문가인 권희춘 한국인지과학산업협회장은 "긴장 고조 상황에서 AIS 등 식별 장비를 꺼 둔 선박이 많을 경우 위성 영상만으로 국적과 소속을 실시간으로 특정하기는 어렵다"면서도 "민간 상선이 밀집한 해역을 드론 표적으로 설정한 공격 의도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다"고 짚었다.이번 나무호 피격 사건이 한국 선박을 특정해 겨냥한 것인지 아니면 호르무즈를 지나는 모든 동맹·파트너국 선박에 공통으로 가해지는 압박인지는 추가 분석이 필요하다. 다만 자폭 드론을 동원한 공격으로 외국 민간 선박이 실질적인 피해를 입은 이상 이번 사건을 단순한 위협 시위가 아니라 의도된 무력 공격으로 보는 것이 국제 관행과 전장 현실에 부합한다고 볼 수 있다.한국은 북핵 대응을 위해 주한미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를 배치하는 주권적 결정을 내린 대가로 중국의 전방위 경제 보복을 감수해야 했지만 MFC 불참·중립 기조가 국민 안전을 보장한다는 명제를 정면으로 허물었다. 그러나 청와대는 피격 여부와 책임 주체에 대한 공식 판단을 뒤로 미룬 채 신중론을 거듭하면서 이미 피격 직후에 이를 이란 소행으로 전제하고 메시지를 낸 미국 측과의 온도 차가 표면화됐다.이에 대해 전직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이재명 정부는 '미국 측도 확실치 않은 상태에서 앞서간 것일 수 있다'는 식으로 거리를 두고 있다"며 "미국이든 이란이든 어느 쪽과도 깊게 엮이고 싶지 않은 정서"라고 분석했다.그러면서 정부가 조사와 발표를 여러 단계로 나눠 결론 도출을 뒤로 미루는 방식에 대해서는 "통과해야 할 시험지를 스스로 더 만드는 셈"이라며 "표면적으로는 신중한 접근으로 포장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당당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결정을 계속 늦추는 모습으로 비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MFC 참여와 군함 파견 요청을 이재명 정부가 '연루의 딜레마'로 규정하며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면 경제와 안보를 망라한 '동맹 방기 청구서'에 직면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미국의 핵우산(확장억제)에 북한 핵·미사일 대응을 일임하고 있는 비핵보유국인 한국이 향후 확장억제 강화를 요구한다면 거래적 동맹관을 가진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다른 전선에서 미국을 방기했다는 논리를 펼칠 가능성이 크다.특히 미국은 이란핵과 북한 핵을 동일 선상에 두고 보고 있는 현실에서 한국에 대한 방기 딜레마는 충분히 현실이 될 수 있다. 피트 헤그세스 미 전쟁부(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각) 미 연방 하원 군사위원회의 청문회에 출석해 "이란의 핵 야망은 지속되고 있다. 이건 북한의 전략"이라면서 "북한 전략은 재래식 미사일을 활용해 누구도 그들에게 도전하지 못하게 막음으로써 (핵)무기를 향해 (시간을 벌면서) 천천히 나아갈 수 있게 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북한이 재래식 전력을 확충해 외부 공격을 억제하는 동안 장기간에 걸쳐 비밀리에 핵무기를 개발했듯이 이란도 유사한 방식의 전략을 구사해 왔다면서 대(對)이란 군사작전인 '에픽 퓨리'가 불가피했다는 것이다.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국가의 존재 이유 중 가장 큰 것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이다. 우리가 하는 모든 국정이든 지방행정이든 사실 제일 먼저 챙겨야 될 것이 국민의 안전"이라며 "언제나 말씀드리는 것처럼 국가의 제1책무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라고 수차례 국민 안전과 생명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이 대통령의 그 명제가 호르무즈 해협에서도 유효하다면 지금 정부 앞에 놓인 선택지는 그리 많지 않다는 제언이 이어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