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사, DMZ법·분할관리 사실상 반대반복된 신호 관리 실패로 동맹 경고음'더러운 평화론'의 동맹 관리 비용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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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콧 윈터 유엔군사령부 부사령관이 지난 23일 서울 용산구 드래곤 힐 랏지 호텔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하는 모습. ⓒ연합뉴스
유엔군사령부가 최근 "이미 잘 작동하는 검증된 체계가 있다면 그것을 바꿀 수 있는 어떤 조치에도 매우 신중해야 한다"며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주도로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비무장지대의 평화적 이용에 관한 법률'(DMZ법)과 국방부의 DMZ 분할 관리 제안에 대해 사실상 반대를 표명했다.유엔군사령관을 겸직하는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정 장관의 북한 핵시설 발언을 문제 삼으며 대북 정보 공유 일부 제한 방침을 통보하면서 DMZ법 추진과 서해 공중훈련 논란까지 함께 지적한 직후 나온 유엔사의 이번 입장은 한미 간에 누적된 균열의 표출로 분석된다. 이번 파열음을 두고 개별 장관의 반복되는 실수 차원을 넘어 이재명 정부 고유의 대북 유화 기조에서 비롯된 구조적 패턴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한미 정보 공유 제한 사태와 유엔사 경고가 현재진행형인 27일 이재명 대통령은 판문점선언 8주년 기념식 축사에서 "전쟁과 대결은 공존이 아닌 공멸"이라며 "북측의 체제를 존중하며 흡수 통일을 추구하지 않으며 일체의 적대 행위를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재천명했다.이 대통령이 "아무리 비싸고 더러운 평화도 이긴 전쟁보다는 낫다"는 이른바 '더러운 평화론'을 일관적인 대북관으로 주창해 온 만큼 동맹 경고음이 울리는 가운데서도 그 기조가 바뀌지 않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 ▲ 홍익표(왼쪽) 청와대 정무수석과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4.27 판문점선언 8주년 기념식에서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정 장관은 지난달 6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영변과 구성, 강선에 우라늄 농축시설이 있다"며 "이란의 농축 우라늄은 60%인 데 비해 북은 90% 무기급 우라늄을 만든다"고 발언했다.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직후 안규백 국방부 장관을 찾아 대북 정보공유 제한 방침을 통보했다. 보도에 따르면 브런슨 사령관은 국방부 청사를 직접 방문했으나 안 장관의 다른 일정으로 인해 먼저 국방부 고위 당국자에게 해당 방침을 전달하고 이후 안 장관에게 재차 통보했다.이재명 정부의 반론은 두 축으로 구성된다. 하나는 '구성'이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의 최근 기조연설, 그리고 미국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와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보고서 등 해외 민간 연구기관 자료에서 거론됐으므로 이미 공개된 사실이라는 것이다.이 대통령은 지난 20일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정 장관 '구성 핵시설' 발언 이전에 구성 핵시설 존재 사실은 각종 논문과 언론 보도로 이미 전 세계에 널리 알려져 있었던 점은 명백한 팩트"라며 "정 장관이 미국이 알려준 기밀을 누설했음을 전제한 모든 주장과 행동은 잘못"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다른 하나는 자체 보안 조사 결과 정 장관의 발언이 미국이 제공한 정보와 무관하다는 결론이다.그러나 그로시 사무총장은 해당 연설 당시 '구성'을 언급하지 않았고 ISIS 보고서는 가능성을 제기했을 뿐 사실로 단정하지 않았으며 CSIS의 빅터 차 한국 석좌는 "CSIS는 구성 핵시설 보고서를 단 한 번도 작성한 적 없다"고 직접 반박하면서 첫 번째 축은 무너졌다.두 번째 축도 IAEA 사찰단이 2009년 이후 북한 핵시설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고 위성사진으로는 원심분리기 내부의 농축도를 파악할 수 없는 현실을 고려하면 "90% 무기급"이라는 농축 수치의 출처가 기밀 수집 외에 나올 경로가 없다는 점에서 성립하기 어렵다.이재명 정부는 '정 장관의 발언은 미국으로부터 온 정보와 무관하다'는 결론을 냈지만 미국은 여전히 공유 정보가 공개됐다고 판단하고 있어 양측의 인식 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정부 일각에서 미국에 대한 '상응 조치'를 검토하자는 목소리까지 나온 것은 정부가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
- ▲ 유엔사 장병들이 2020년 11월 4일 경기도 파주시 판문점 자유의 집에서 비무장 상태로 경계 근무를 서고 있는 모습. ⓒ뉴시스
특히 정 장관의 구성·90% 농축 수치 발언이 터지기 전부터 한미 간에 균열은 쌓이고 있었다. 정 장관은 지난해 12월 국회 DMZ법 입법 공청회에서 유엔사가 김현종 국가안보실 1차장의 DMZ 출입을 불허했다는 사실을 공개했고 유엔사는 불쾌감을 표명했다.이에 유엔사는 지난 1월 이례적으로 공개 기자간담회를 열고 "대한민국이 DMZ 출입 승인 권한을 갖는 것은 정전협정에 정면 충돌하는 것으로 유엔군사령관 권한을 과도하게 훼손하는 것"이며 "그 법안이 통과되면 이는 한국 정부가 정전협정에서 빠지겠다고 선언하는 것"이라고 밝혔다.유엔사가 이례적으로 간담회 발언 전문을 웹사이트에 게재하겠다고까지 밝힌 것은 일시적 갈등이 아닌 구조적 문제로 공식화하겠다는 신호로 풀이됐다.정 장관은 지난 1월 28일 국회에 출석해 "이들 입법안은 유엔군과 사전 협의를 거치게 규정하고 있으므로 정전협정과 충돌하지 않는다"며 "유엔사가 얘기한 건 유엔사의 입장인 것이고 국회가 법을 제정하는 것은 입법부의 고유 입법 권한"이라고 주장했다.그러나 국제법 전문가인 심상민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법을 바꾼다고 해서 국제 조약인 정전협정의 의무가 사라지는 것이 아님을 간과하고 있다"며 "국내 입법으로 정전협정의 취지를 훼손하고 이행 불능 상태를 만드는 것은 '조약법에 관한 비엔나 협약' 위반이므로 대한민국에 국가 책임을 발생시키게 되고 이는 국가 위신과 평판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실제로 지난달 23일 경기도 연천 접경지역 산불 진화 작업에 투입된 육군 헬기 수리온이 유엔사의 사전 승인 없이 우발적으로 DMZ에 진입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는 유엔사 승인 절차의 현실적 중요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DMZ법이 그 절차를 형해화하면 초래될 혼란을 예고했다고 볼 수 있다.윈터 부사령관이 지난 26일 자로 공개된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유엔사의 임무는 젊은 한국군 병사들이 명확한 목적을 가지고 임무를 수행하도록 지원하는 것"이라며 "정전협정은 세계 위험지역 중 한 곳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한국 병사를 안전하게 보호하는 틀"이라고 재확인한 것도 이 연장선에 있다.유엔사 18개 회원국이 다자적 억제의 상징으로 기능하는 현실에서 그동안 정전체제를 지탱해 온 유엔사 권한을 실질적으로 잠식할 우려가 있는 DMZ법으로 인해 한국이 치러야 할 외교적 비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것이 외교가의 중론이다.지난 2월에는 다른 방향에서 파열음이 터졌다. 주한미군이 대규모 서해 공중훈련에 나선 것에 대해 안 장관이 브런슨 사령관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훈련 상황을 공유하지 않은 데 항의했다는 사실이 한 언론의 단독 보도 형식으로 공개됐다.이 과정에서 브런슨 사령관이 사과의 뜻을 전했다는 취지의 보도가 나오자 브런슨 사령관은 심야 입장문을 내고 "우리는 대비 태세 유지를 두고 사과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주한미군사령관이 이례적으로 심야 입장문을 낸 것은 한미 간 신뢰 관리 메커니즘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신호로 읽혔다.미국이 이번 정보 공유 제한 방침을 통보하면서 구성 발언과 함께 DMZ법, 서해훈련 논란을 동시에 거론한 것은 세 사안이 미국의 눈에 하나의 패턴으로 인식되고 있음을 시사한다.이 세 개의 파열음을 관통하는 구조적 배경으로 이 대통령의 대북 인식이 거론된다. 이 대통령은 지난 1월 21일 신년 기자회견 모두발언에서 "평화가 뒷받침하는 안정적 성장을 통해 우리 경제가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도록 평화 공존과 공동 성장의 미래를 향해 흔들림 없이 나아가겠다"며 9·19 군사합의 복원을 재천명했다.한미 갈등이 누적되는 국면에서도 대북 정책의 방향이 바뀌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를 일시적 마찰로 축소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물론 2006년 한미 합의 이래 한국 정부가 꾸준히 확대 압박을 받아온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 문제, 오는 11월 3일 미국 중간선거를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국내 정치 변수 등 외부 요인도 이번 갈등을 증폭시키는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하지만 세 개의 파열음이 터진 시점과 경위를 돌이켜보면 외부 변수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이재명 정부 고유의 패턴이 확인된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역대 진보·좌파 정부가 취해 온 대북 유화 기조라는 이상론은 이미 한국에 안보 비용으로 돌아왔다.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 따르면 북한은 9·19 군사합의 체결 이후 5년간 서해 완충구역 내 포사격 위반이 110여 회, 해안포 포문 폐쇄 조치 위반이 3400여 회 등 약 3600여 차례에 걸쳐 합의를 위반했다.북한은 합의 파기 3개월 만에 GP를 재가동했지만 한국은 완전히 폭파한 GP를 복구해야 하는 상황이었으나 이재명 정부의 9·19 복원 방침에 따라 복구 계획마저 백지화할 공산이 커졌다. 문재인 정부가 유엔사와 갈등을 빚은 뒤 유엔사에 파견됐던 한국군 영관급 장교 40여 명이 유엔사에 돌아오지 못한 채 그 자리는 지금도 복원되지 않았다는 점도 같은 맥락에서 재조명된다.원자력추진잠수함(핵잠) 건조, 우라늄 농축·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대를 골자로 한 한미 원자력협정 조기 개정 등에 대한 한미 조인트팩트시트 후속 협상은 아직 본궤도에 오르지 못한 상태다.미국이 이재명 정부 출범 전인 지난해 1월 한국을 '민감국가'로 지정해 에너지 기술 협력 문턱을 높인 것도 해소되지 않은 채 새로운 갈등이 더해지는 모양새다.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 당시 유일한 전략실무 배석자로서 합의문을 직접 작성했던 김천식 전 통일연구원장(전 통일부 차관)이 "남북 관계가 단절된 것은 어느 정권의 탓이 아니다. 근본 원인은 북한 내부의 구조적 문제에 있다. 북한은 남북이 자유롭게 소통하고 개방되는 것을 체제 위협으로 인식한다. 남북 교류가 북한 정권 유지에 불리하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진단했듯이 평화 제스처가 평화를 담보한다는 전제 자체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동맹 관리 비용만 커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균열은 군사·안보 채널에 국한되지 않았다. 미국 공화당 연구위원회(RSC) 소속 의원 54명은 지난 21일(현지시각) 강경화 주미대사에게 서한을 보내 "한국 정부가 미국 기업을 대상으로 차별적이고 정치적 의도가 담긴 조치를 하고 있다"고 직격했다. RSC 의장인 어거스트 플루거 의원은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적 조치가 "한미 경제 관계를 훼손하고 중국에 주도권을 내줄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RSC는 트럼프 행정부의 공식 외교 채널이 아니지만 의회 보수 강경파의 공개 서한은 행정부가 직접 말하기 어려운 불만을 대신 표출하는 기능을 해왔다는 점에서 이번 서한과 발언의 수위는 가볍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트럼프 대통령 측근 네트워크의 대외 메신저 역할을 해온 케빈 매카시 전 연방 하원의장도 지난 22일 팟캐스트에서 "한국 정부가 좀 더 좌파 성향으로 기울어지면서 잘못된 길로 가고 있다"며 "한국이 미국보다 중국을 우대하려 든다면 양국 관계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윈터 부사령관은 "유엔사는 한국에 매우 훌륭한 보험"이라며 "다자주의가 억제의 핵심 요소라는 점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그 다자주의의 토대가 되는 한미 신뢰가 지금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는 해소되지 않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