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미동맹 흔든 '자주파' 정동영의 입美, 鄭 '구성' 발언 포함 4~5건 문제 제기美 의원 54명, 강경화에 이례적 직격 서한트럼프 측근 매카시 "韓, 잘못된 길" 경고靑, 본질 외면하고 '유출자 찾기'에 매달려ISR 공유 막히면 전작권 전환 시계도 영향동맹파 컨트롤타워 교체 시 한미동맹 파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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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로 들어서는 모습. 이날 정 장관은 '북한 구성시 핵시설' 발언과 관련해 입장을 밝혔다. ⓒ뉴시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비행금지구역 재설정을 골자로 한 9·19 남북군사합의 일부 복원, 비무장지대(DMZ) 출입 승인권을 둘러싼 이른바 'DMZ법' 추진 등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행보는 곳곳에서 한미 간 파열음을 키워 왔다.이번에는 북한 '구성' 우라늄 농축시설을 둘러싼 발언으로 한미 '연합비밀' 관리 원칙마저 흔들며 동맹 신뢰에 균열을 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주파' 노선으로 인해 노무현 정부 시절 한미동맹이 깊은 진통을 겪은 경험을 고려하면 동맹 관리에 무게를 둬 온 '실무형 동맹파'인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의 역할이 지금 국면에서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지낸 위 실장은 주미대사관 정무공사,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주러시아 대사를 거치며 북핵과 4강 외교의 주요 현장에서 한미 정책을 조율해 온 대표적 '동맹파' 외교관이다.반면 정 장관은 노무현 정부 시절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장을 겸임하며 이른바 '자주파' 노선의 선봉에 섰던 인물로, 남북 관계를 최우선시 하는 접근법을 공개적으로 견지해 왔다. 외교가에서는 '구성' 사태를 계기로 이 두 노선의 긴장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24일 보도에 따르면 정 장관은 전날 기자들과 만나 "그 지명(구성)이 무슨 기밀이냐"면서 "'문제를 일으킨 사람들'의 의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문제를 일으킨 사람들'에 대해서는 "미국일 수도 있고 우리 내부일 수도 있다"며 "자꾸 논란을 키우는 것이 재미는 있을지 모르지만 국익을 해치는 것"이라고 했다.앞서 정 장관이 제시한 출처가 모두 근거로서 성립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나자 자신의 '구성' 발언으로 미국의 정보 공유가 제한된 사실이 외부로 알려진 경위를 문제 삼으며 '동맹파'를 겨냥하는 방향으로 프레임을 바꾼 것이다.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최근 기조연설 당시 '구성'을 언급하지 않았고, 2016년 미국 민간 싱크탱크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보고서는 가능성을 제기했을 뿐 사실로 단정하지 않았다. 또 다른 미국 민간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국 석좌는 "CSIS는 구성 핵시설 보고서를 단 한 번도 작성한 적 없다"고 직접 반박했다.미국은 이달 초 한국 측에 대북 정보 공유 일부 제한 방침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정 장관의 '구성 우라늄 농축시설' 발언을 포함해 4~5건의 사안을 문제로 제기한 것으로 전해진다.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미국 측이 맨 먼저 언급한 사안은 지난 2월 주한미군 서해 공중 훈련 당시 미중 전투기 대치 상황과 관련해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한국군 당국에 '사과했다'는 국내 언론 보도였다.이어 유엔군사령부가 행사해 온 DMZ 출입 승인 권한을 통일부가 일부 행사하도록 하는 이른바 'DMZ법' 추진, 미중 전투기 대치 상황과 관련한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주한미군에 항의한 점 등을 차례로 거론한 뒤 마지막으로 정 장관의 '구성' 발언을 언급했다는 것이다.미국 측이 공식 채널에서 주한미군이 서해상 단독 공중훈련을 해야 했던 상황 자체를 문제 삼았다고 알려진 바는 없지만 그 배경에는 결코 가볍지 않은 사정이 깔려 있다. 지난 2월 이재명 정부가 미국의 한미일 연합훈련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실제로 주한미군의 서해 단독 공중훈련과 미일 공동훈련만 진행됐기 때문이다.
한미 연례 연합훈련인 3월 '자유의 방패'(FS)는 컴퓨터 시뮬레이션 기반 지휘소연습(CPX)에 방점이 찍힌 반면, 실제 병력과 장비를 전개하는 야외기동훈련(FTX) '워리어 실드'(WS)는 지난해 51건에서 올해 절반 이하 수준인 22건으로 축소됐다. 전면전 시나리오에서도 방어 단계 위주로만 연습이 이뤄지고 군사분계선을 넘어가는 반격 단계와 대규모 FTX가 빠지면서 한미 연합태세와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에 필요한 한국군 핵심 군사 능력의 실전 검증이 어려워졌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
- ▲ 지난해 8월 25일(현지시각) 당시 내정자 신분이던 강경화 주미대사가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 김용범 청와대정책실장과 참석한 모습. ⓒ뉴시스
안보 현장을 중심으로 쌓여온 이 균열은 외교 언어에도 이미 흔적을 남기고 있다. 정상들이 마주 앉는 외교 무대에서 오가는 언어는 대개 완곡하다. 특히 서로의 이해가 첨예하게 갈리는 사안일수록 향후 일종의 '외교적 빚'이 될 수 있는 직접적인 표현 대신 정제된 표현이 쓰인다. 공개 문서에는 '우려', '관심', '충분한 협의'와 같은 중립적인 단어가 담긴다. 그런 기준에서 보면 미국 연방 하원 공화당 의원들의 최대 모임(코커스)으로 꼽히는 '공화당 연구위원회'(RSC) 소속 의원 54명이 지난 21일(현지시각) 강경화 주미대사에게 보낸 서한에 담긴 문구는 이례적이다.서한에서 의원들은 "한국 정부가 미국 기업을 대상으로 차별적이고 정치적 의도가 담긴 조치를 하고 있다"고 규정했다. 한국이 최근 미국과의 무역 합의에서 한국 정부가 미국 기업을 차별하거나 불이익을 주지 않기로 합의했지만 "한국 정부가 약속을 무시하고 미국 기업에 계속 불이익을 주고 있다. 이는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고 직설적으로 비판했다.이어 "애플, 구글, 메타, 쿠팡 같은 미국 기업들을 체계적으로 겨냥하는 것이 특히 우려스럽다"며 "쿠팡이 지난 10년간 미국의 한국 대상 외국인직접투자(FDI)의 최대 원천이었으며 현재 매년 수십억 달러 상당의 미국산 상품과 농산물을 한국 소비자들에게 판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그러면서 영업정지 검토·서울 사무소 압수수색·징벌적 과징금·세무조사 등 쿠팡에 대한 이재명 정부의 조치를 일일이 열거하며 "안타깝게도 한국 정부는 민감도가 낮은(low-sensitivity) 정보 유출 사건을 구실로 쿠팡에 범정부적 공격을 가했다"고 지적했다.RSC 의장인 어거스트 플루거 의원은 "한국은 중요한 동맹국이며 우리는 그들이 파트너십의 의무를 다하기를 기대한다"며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적 조치가 "한미 경제 관계를 훼손하고 중국에 주도권을 내줄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외교 무대에서 통상 쓰이는 완곡한 수사와 비교하면 이런 표현들은 동맹을 향한 내부 비공개 메시지가 아니라 동맹의 신뢰를 의심하는 워싱턴 보수 진영의 적나라한 시각을 그대로 드러낸 것에 가깝다. RSC는 트럼프 행정부의 공식 외교 채널은 아니지만 워싱턴DC에서 의회 보수 강경파의 공개 서한은 행정부가 직접 말하기 어려운 불만을 대신 표출하는 기능을 해왔다는 점에서 이번 서한의 수위는 오히려 더 무겁게 읽힌다. -
- ▲ 지난해 12월 17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 남쪽 정원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케빈 매카시 전 하원의장(왼쪽), 케이시 와서먼 LA 2028 올림픽 조직위원장과 함께 마린원 헬기에 탑승하기 위해 이동하는 모습. ⓒAP·뉴시스
현재 트럼프 행정부에서 공식 직책은 없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측근 네트워크의 대외 메신저 역할을 해온 케빈 매카시 전 연방 하원의장도 지난 22일 보수 성향 정치 전략가인 스콧 제닝스가 진행하는 팟캐스트에 출연해 "한국은 훌륭한 동맹이지만 정부가 좀 더 좌파 성향으로 기울어지면서(left- leaning) 잘못된 길로 가고 있다"며 JD 밴스 부통령을 비롯한 트럼프 정부 인사들이 "미국 기업(애플·쿠팡)이 (이런 식으로) 대우받는 것에 매우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그러면서 "우리는 한국과 긴밀한 우정을 유지하고 있지만 그들이 미국보다 중국을 우대하려 든다면 양국 관계에 변화가 있을 것임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며 "워싱턴은 가만히 지켜보고 있지만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매카시 전 하원의장이 직접 전한 트럼프 정부 인사들의 반응은 행정부의 공식 입장과는 구별되지만 트럼프 측근 네트워크 안에서 한국을 바라보는 시선이 어떠한지 가늠하게 해준다는 점에서 무게가 가볍지 않다. 워싱턴 보수·우파 진영 일각에서 현 한국 정부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한미동맹을 둘러싼 인식의 균열이 어디까지 번져 있는지 단적으로 드러내기 때문이다.미국이 이번에 문제 삼은 정 장관의 '구성' 언급은 그 자체가 유일한 원인이라기보다는 그간 쌓여 온 한미 간 이견과 불신이 한꺼번에 드러난 방아쇠에 가깝다는 평가도 나온다. -
- ▲ 2024년 6월 19일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이 국회에서 열린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한 긴급 간담회에서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 등 '자주파 6인회' 인사들과 기념 촬영을 하는 모습. 왼쪽부터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이종석 국정원장·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문정인 전 외교안보특보. ⓒ뉴시스
그럼에도 정작 청와대와 여권 일각은 정 장관의 '구성 우라늄 농축시설' 발언 배경과 정보 출처를 둘러싼 '보안조사'와 '유출자 찾기'에 무게를 두고 있는 분위기다. 이에 어느 라인이 어떤 경로를 통해 정보를 전했는지가 권력 내부의 거취와 맞물려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더욱이 국가안보실은 구조적으로 각 부처에서 파견 나온 인원들로 채워지는 조직이다. 국가안보실장이 직접 데려온 참모는 극소수에 불과하고, 통일부·외교부·국방부·국가정보원 등 부처에서 들어온 파견자가 대부분을 이룬다. 이 때문에 각 부처로 이어지는 파이프라인에서 정보가 흘러 나갔을 가능성이 있다는 추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이에 대해 전직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뉴데일리에 "이번 사안의 본질은 정보가 어디서 흘렀느냐가 아니다. 대북 정책을 책임지는 장관이 공식 석상에서 연합비밀 관리 원칙을 스스로 허물었느냐이다"라며 "언론과 해외 연구기관이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쓰는 것과 장관이 생중계되는 회의장에서 '지금 영변과 구성, 강선에 우라늄 농축시설이 있다'고 단정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행위"라고 짚었다.이어 "장관의 입에서 나온 말이 한미가 수십 년 관리해 온 연합비밀의 암묵적 규칙을 스스로 깨뜨렸다는 점이 훨씬 큰 문제"라며 "사실상 이른바 '동맹파'를 겨냥한 노선 싸움이 벌어지고 한미 간 신뢰 회복이 뒷전으로 밀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또 다른 전직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미국보다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우선시하는 자주파 노선이 안보 컨트롤타워를 장악하면 한미 간 대북·대중 정책 조율은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거칠게 흔들릴 것이고 그간 누적돼 온 불신이 한 번에 폭발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단순한 권력 암투가 아니라 한미동맹의 향배를 가를 선택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이어 "동맹의 균열이 실제 안보·경제 비용으로 체감되기 전까지는 국내 정치가 한미 관계를 소모적으로 다루는 관성이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며 "주한미군·미국의 대북정보 공유·미국 시장 접근 등 우리가 당연하게 누려온 것들이 하나씩 흔들리는 과정을 눈으로 확인해야 비로소 동맹의 가치를 다시 깨닫게 된다"고 개탄했다.한미 관계에 정통한 외교·안보 전문가는 "워싱턴에서는 '구성 우라늄 농축시설' 정보가 누구 입에서 나왔느냐보다 장관의 공적 발언 그 자체가 한미 연합비밀 관리 원칙을 흔들었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며 "그런데 청와대가 국내 정치 차원에서 '범인 찾기'에 매달리면 동맹 신뢰 회복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그러면서 "이럴 때일수록 워싱턴의 언어와 관행을 잘 아는 동맹파 컨트롤타워가 중요하다. 자주파 진영에 외교·안보 전권을 넘기는 순간 이 대통령이 아무리 '국익 중심 실용주의'를 강조해도 실제 정책은 자주파가 원하는 방향으로 끌려갈 수 있다"며 "동맹파가 중심을 잡고 이 누적된 갈등을 어떻게 수습할지 냉정히 판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군 당국에서는 정 장관의 발언으로 미국이 '한국에 넘긴 정보가 언제든 밖으로 새 나간다'고 인식하게 되면 국방부·합동참모본부와의 민감한 정보 공유가 제한되고 특히 북한 핵·미사일 핵심 정보는 처음부터 공유 대상에서 빠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군 관계자는 "실질적인 손해는 정보 의존도가 높은 우리 몫"이라며 "전작권 전환 조건 가운데서도 가장 부족하고 시간이 많이 걸리는 분야가 ISR(정보·감시·정찰) 능력 확보인데 미국이 '그럼 한국이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나오면 전작권 전환 시계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