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생산 차질 "회복 어려운 손해"작업시설 손상 및 웨이퍼 변질 방지 방해 금지
  • ▲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 ⓒ서성진 기자
    ▲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 ⓒ서성진 기자
    법원이 삼성전자 노조 2곳에 위법 쟁의행위 금지 결정 위반 시 하루에 1억 원씩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법 민사31부(부장판사 신우정)는 이날 삼성전자가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와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등 2개 노조를 상대로 낸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을 대부분 인용했다.

    재판부는 두 노조가 금지 결정을 위반할 경우 삼성전자에 하루 1억 원씩 지급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파업 과정에서 안전보호시설 운영과 작업시설 손상 방지, 웨이퍼 변질 방지 작업을 평상시 수준으로 유지하도록 한 결정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다.

    재판부는 "채무자들은 쟁의행위 기간 중 안전보호시설이 평상시와 동일한 정도의 인력, 가동시간, 가동규모, 주의의무로써 유지·운영되는 것을 정지·폐지 또는 방해하거나 소속 조합원들에게 그와 같은 행위를 하게 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아울러 초기업노조와 최승호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에 대해서는 시설 전부 또는 일부를 점거하거나 시설에 잠금장치를 설치하고 근로자의 출입을 방해하는 행위도 금지했다.

    이어 "노동조합법은 쟁의행위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을 최소화하고 쟁의행위가 종료되면 바로 업무에 복귀할 수 있도록 함을 입법 취지로 한다"며 보안 작업이 형식적으로 이뤄지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노동조합법 38조 2항은 "작업시설의 손상이나 원료·제품의 변질 또는 부패를 방지하기 위한 작업은 쟁의행위 기간에도 정상적으로 수행되어야 한다"고 규정한다.

    재판부는 노동조합법상 '정상적'의 의미를 평시와 같은 상태로 해석하며, "초정밀 미세장비에 해당하는 반도체 시설의 경우 설비가 한번 손상되면 수리를 거쳐 다시 재가동되는 데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면서 "쟁의행위 기간 중이라 해도 시설 손상 방지를 위한 작업은 평상시와 같은 정도로 수행될 필요가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시설 손상 및 원료 변질 내지 부패로 인한 생산 차질은 관련 산업의 생산 지연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 같은 손해나 위험은 사후적인 금전 배상 등을 통해 회복될 수 없는 현저한 손해 내지 급박한 위험에 해당한다"고 밝히며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비중도 판단 근거로 삼았다.

    다만 재판부는 삼성전자 측 신청 중 일부는 기각했다. 기각 항목은 ▲쟁의행위 참가를 호소하거나 설득하기 위해 협박을 사용하는 행위 금지 ▲삼성전자 소속 근로자·임직원에 대한 방해 금지 ▲전삼노 및 우하경 위원장에 대한 시설 점거 금지 등이다.

    이번 결정은 노조가 오는 21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18일간 약 5만 명이 참여하는 총파업을 예고한 가운데 나왔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달 16일 두 노조를 상대로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에 재판부는 지난달 29일과 지난 13일 두 차례 심문기일을 열고 양측 입장을 들었다.

    한편 삼성전자 노사는 이날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성과급 갈등을 둘러싼 총파업 전 마지막 협상을 진행했다. 

    노조 측은 성과급 상한 폐지와 영업이익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하는 지급안 명문화를 요구하고 있는 반면, 사측은 성과급 상한 폐지 제도화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