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광장에 12일 준공…오세훈 "참전국 희생에 보답"정원오 "용산 이전 검토"·권영국 "극우 표심" 비판에 유공자 반발참전유공자회 "우리까지 극우냐…기억 공간 줄일 게 아니라 늘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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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감사의정원은 12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준공식을 열고 시민들에게 공개됐다. ⓒ서울시
서울 광화문광장에 설치된 '감사의정원'을 둘러싼 정치권 갈등이 6·25 참전용사 예우 논란으로 번지는 양상이다.6·25 참전국과 참전용사의 희생을 기리기 위해 조성된 감사의정원을 두고 진보진영에서 "선거를 앞둔 극우 구애용 정치 사업"이라는 비판과 함께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서울시장 교체 시 용산 전쟁기념관 이전을 검토하겠다는 발언을 하면서 논란에 불을 지피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6·25 참전용사들 사이에서는 "참전용사를 기리는 공간까지 이념 공세의 대상으로 삼느냐"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시민들조차 감사의정원 존치 여부가 정치 쟁점으로 번지는 데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
- ▲ 12일 김성보 서울시장 권한대행과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등 '감사의 정원 준공식' 참석자들이 묵념을 하고 있다.ⓒ서울시
◆ '감사의정원' 놓고 엇갈린 시선…"희생 보답" vs "극우 구애"감사의정원은 12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준공식을 열고 시민들에게 공개됐다. 6·25전쟁 참전국과 참전용사의 희생을 기리기 위해 조성된 공간으로 지상에는 대한민국을 포함한 참전 23개국을 상징하는 6.25m 높이의 석재 조형물 23개가 설치됐다. 지하에는 참전용사들의 이름과 증언, 자유와 평화의 의미를 영상으로 담은 전시 공간이 마련됐다.이날 준공식에는 참전국 주한대사와 참전용사 등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는 "감사의 정원이야말로 대한민국이 참전국의 희생에 보답하는 가장 품격 있는 방식이라고 생각한다"며 "참전국 용사들이 수호하려던 자유민주주의와 평화는 우리 헌법이 지향하는 핵심 가치이자 오늘의 대한민국을 떠받치는 가장 중요한 정체성"이라고 말했다.준공 전부터 감사의정원 사업을 비판해온 야권과 진보진영 인사들은 준공식 당일에도 공세를 이어갔다.정원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는 "감사의 정원에 200억원이 넘는 시민 세금이 들어갔다"며 "참전국에 대한 감사 의도가 아니라 선거용 사업이었다는 점을 오 후보 스스로 드러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광화문 광장은 시민 모두의 공간으로 특정 메시지나 이념을 일방적으로 투영해선 안 된다"며 "추후 시민들의 뜻을 물어 용산 전쟁기념관 등의 장소로 이전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권영국 정의당 서울시장 후보도 이날 감사의정원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며 준공식 강행에 반발했다. 권 후보는 "오 후보가 선거를 앞두고 치적을 쌓고 극우 표심을 잡기 위해 수많은 반대에도 공사를 조급하게 밀어붙였다"고 주장했다. -
- ▲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시민단체 관계자들과 광화문광장에서 '감사의정원' 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원오 후보 캠프 제공
◆ "극우 구애용이라니"…감사의정원 비판에 참전유공자 반발문제는 진보진영의 "감사의정원은 극우 구애용"이라는 비판이 준공식 현장에 있던 참전유공자들에 전해지며 불거졌다. 감사의정원 반대 목소리가 준공식 옆에서 이어지자 일부 참전유공자들은 "나라를 지킨 기억의 공간을 왜 이념 문제로 몰고 가느냐"며 불쾌감을 드러냈다.준공식에 참석한 한 참전유공자는 "우리를 위한 공간이 마련됐다고 해서 고마운 마음으로 왔는데 바로 옆에서 마치 해서는 안 될 일을 한 것처럼 반대하는 모습을 보니 착잡했다"고 말했다.또 다른 참전유공자는 "예산이 너무 많이 쓰였다거나 조형물 모양으로만 문제 삼는 줄 알았다"며 "그런데 극우 표심을 잡기 위한 사업이라고 하면 나라를 지킨 우리까지 극우라는 말이냐"고 말했다.류재식 6·25참전유공자회 서울시지부 대표는 이후 본보와의 통화에서 "감사의정원을 극우 구애용 정치사업이라고 하는데 나라를 지키기 위해 희생한 사람들을 기리는 사업이 극우를 위한 것이냐"며 분노를 표했다.그는 진보진영에서 주장하는 '감사의정원 용산 전쟁기념관 이전 검토'에 대해서도 "요즘 6·25전쟁에 관심 갖는 사람이 얼마나 되느냐"며 "광화문처럼 시민들이 많이 오가는 곳에 이런 공간이 생겨야 오래 기억될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그러면서 "정치인들이 평소에는 전쟁기념관이나 현충원을 얼마나 찾느냐"며 "기념일이나 행사가 있을 때만 찾아와 사진을 찍고 정작 6·25의 의미를 알리고 참전용사를 예우하는 일에는 관심이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감사의정원 조형물을 본 시민들조차 정치권 문제로 확산되는 것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현장에서 만난 직장인 A씨는 "뉴스로 볼 때는 광장 한복판에 엄청난 구조물이 들어서는 줄 알았다"며 "막상 와서 보니 일반 빌딩 앞에 있는 조형물이나 기념물 여러 개가 함께 있는 정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 정도 시설을 두고 정치권과 언론에서 엄청난 문제처럼 다뤘다는 게 오히려 이상하게 느껴졌다"고 했다.40대 B씨 역시 "광화문광장 한가운데 만드는 줄 알았더니 측면에 있어서 무심코 지나가면 뭔지도 모를 뻔 했다"며 "6.25m 높이도 인근 세종문화회관 등 대형 건축물 사이에 위치해서인지 상대적으로 왜소해 보인다"고 말했다. -
- ▲ 류재식 6.25 참전유공자회 서울시지부 대표가 12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감사의 정원 준공식'에서 지하 공간에 마련된 미디어홀에서 아트월 체험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감사의정원 논란, 예우 문제로 확산…정원오 캠프 "참전용사 폄훼의도는 없었다"류재식 6·25참전유공자회 서울시지부 대표는 감사의정원 논란을 계기로 참전용사 예우 문제가 적극적으로 논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6·25전쟁은 우리나라의 자유를 지키기 위한 전쟁이었다"며 "그런데 정작 참전국 가운데 우리나라만큼 참전유공자 예우에 박한 나라가 어디 있느냐"고 말했다.류 대표는 "6·25참전유공자회 사무실을 전쟁기념관 안에 둘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해도 임대료를 내고 들어와야 한다는 말을 듣는다"며 "나라를 지키기 위해 싸운 사람들을 기억하겠다고 하면서 정작 참전유공자 단체가 활동할 공간 하나 마련하는 데도 인색한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정치권을 향해서도 "국가 행사 때만 전쟁기념관이나 현충원을 찾을 게 아니라 평소 시민들이 참전유공자를 기억할 수 있는 공간을 더 마련해야 한다"며 "광화문에 감사의정원이 생긴 만큼 강남권 등 시민 접근성이 높은 곳에도 참전유공자를 기억할 수 있는 공간이 더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한편 정원오 후보 캠프 측은 감사의정원을 둘러싼 비판이 참전용사나 참전국의 희생을 폄훼하려는 취지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정 후보 캠프 관계자는 "극우 논쟁을 전면에 내세울 생각은 아니었다"며 "선거를 앞두고 감사의정원 준공을 빠르게 강행했어야 했는지, 꼭 광화문광장에 설치했어야 했는지에 대한 문제 제기였다"고 밝혔다.이 관계자는 "광화문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상징 거리이고 상징 거리에는 자랑스러운 역사를 내세우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며 "그래서 세종대왕이나 이순신 장군 동상이 세워진 것"이라고 말했다.이어 "6·25전쟁 당시 다른 나라의 도움을 받은 것은 감사한 일이지만 그렇다고 이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메인 거리에 설치하는 것이 맞느냐는 의문이 있다"며 "설치하더라도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거쳤어야 한다는 문제 제기"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