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미 월드컵 참패로 축구협회 개혁 추진 동력 얻어축구계, 정치권에서도 강한 개혁 목소리변화가 아니라 뿌리 뽑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 ▲ 북중미 월드컵에서 참패한 대한축구협회는 개혁을 피할 수 없게 됐다.ⓒ연합뉴스 제공
    ▲ 북중미 월드컵에서 참패한 대한축구협회는 개혁을 피할 수 없게 됐다.ⓒ연합뉴스 제공
    2026 북중미 월드컵은 참패 그 자체였다. 다른 어떤 단어로도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참혹하다. 

    이 참패를 주도한 두 인물 홍명보 감독과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홍 감독은 사퇴했고, 정 회장은 사퇴를 예고한 상태다. 

    모든 빛에는 그림자가 있다. 반대로 모든 그림자에도 빛이 있다. 북중미 월드컵 참패를 교훈삼아 한국 축구는 새로운 희망으로 반전시켜야 한다. 

    감독과 회장이 물러났다. 여기서 끝나면 안 된다. 도돌이표다. 대한축구협회(축구협회) 집행부 모두 사퇴해야 함은 마땅하다. 한국 축구를 후퇴시킨 무능한 행정도 뒤엎어야 한다. 기존 시스템을 모두 갈아엎고 새로운 시스템을 시작해야 한다. 

    모두가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축구협회의 개혁이 필요하다고. 개혁을 요구하는 힘은 역대 최고다. 북중미 월드컵 참패가 역대 최고의 힘을 선사한 것이다. 이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개혁의 목소리

    이재명 대통령이 목소리를 냈다. 대통령이 한국 축구, 축구협회, 대표팀 감독을 질타한 이례적 상황이다. 그만큼 심각하다는 의미다. 

    이 대통령은 한국의 32강 탈락이 확정된 후 SNS를 통해 "이번 월드컵 본선 진출 실패는 조직과 인사의 실패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 능력보다 네 편 내 편을 더 중시해 무능한 사람을 지휘관으로 선발하면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 공사구별을 못 하고 공익보다 사익을 앞세우는 엉터리 인사가 가능한 것은 인사권자에 대한 감시, 견제, 문책이 불가능하거나 어렵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체육 행정 개혁을 신속하게 추진하겠다. 월드컵 출전에도 많은 국민 혈세와 국가적 지원역량이 투입되는 만큼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이번 사태의 정확한 상황, 원인 분석, 재발 방지와 개선을 위한 대책을 꼼꼼하게 챙겨 주시기를 바란다"고 주문했다.

    그러자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장관이 나섰다. 최 장관은 문체부를 통해 "온 국민의 희망과 자부심이 다시 살아날 수 있도록 뼈를 깎는 각오로 축구 행정 전반에 대한 대대적인 쇄신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답했다. 

    이어 최 장관은 "위원회를 구성해 철저하게 조사하고, 그 과정에 드러나는 무능과 부실에 대해서는 그에 합당한 책임을 엄중히 묻도록 하겠다. 축구협회가 앞으로는 축구인들에 의해 투명하고 공정하게 운영되어 본연의 역할과 기능에 충실할 수 있도록 행정지도를 철저히 하고 공공의 감시 및 견제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약속했다. 

    축구협회 개혁에는 여야가 따로 없었다. 축구협회가 정치 통합을 이뤄낸 셈이다.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SNS를 통해 "한국 축구, 리모델링이 아니라 재건축이 필요하다는 전형을 보여줬다"고 비판했고, 같은 당 송영길 의원 역시 "지금 대한민국 축구에 가장 필요한 것은 감독 한 사람의 교체가 아니라 축구협회의 쇄신이다. 대변혁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진종오 국민의힘 의원은 "비정상을 정상화하기 위해 감내해야 할 혼란의 시간이 길어지더라도 축구협회의 완전한 해체와 뼈를 깎는 재건만이 유일한 해답"이라고 강조했고, 같은 당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도 "축구협회는 이번 실패에 대한 책임을 분명히 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문가들도 목소리를 냈다. 신문선 명지대 교수는 여러 방송에 출연해 "한국 축구가 아시아 3류 수준으로 떨어졌다. 꽃만 시든 게 아니라 뿌리까지 썩었다. 축구협회는 카르텔로 묵여있다. 대대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문성 해설위원 역시 방송을 통해 "정몽규 회장 하나 바뀐다고 해결될 수 없다. 정몽규 사단은 공동 책임져야 한다. 다 물러나고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외 국가대표팀 출신 박지성, 이영표, 이천수, 안정환 등이 대대적인 축구협회 개혁을 요구했다. 

  • ▲ 정몽규 회장과 홍명보 감독이 물러나고, 한국 축구는 새로운 리더를 기다리고 있다.ⓒ연합뉴스 제공
    ▲ 정몽규 회장과 홍명보 감독이 물러나고, 한국 축구는 새로운 리더를 기다리고 있다.ⓒ연합뉴스 제공
    ◇뿌리 뽑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

    축구협회의 개혁. 변화가 아니라 악의 뿌리를 뽑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축구협회 해체 수준의 엄중한 개혁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제2의 정몽규'를 막는 일이다. 지금은 선거 제도라면 '제2의 정몽규'가 등장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지금 축구협회장 선거는 일명 '체육관 선거'로 불리는 간선제다. 지난 55대 축구협회장 선거에서는 선거인단 200여 명이 한국 축구의 수장을 결정했다. 각 시도 협회장, 프로축구, 여자축구를 비롯한 산하 연맹 대표 등이 선거인단에 포함됐다. 

    200명으로 한국 축구를 대표하기에는 상당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왔다. 특히 이들은 정 회장의 권력 아래 있는 자들이다. 등록 선수와 심판, 팬들까지 선거에 참여할 수 있도록 구도를 바꾸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 

    현재 정부와 대한체육회가 직선제 선거를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시기다. 정관상 정 회장이 사퇴서를 제출한 뒤 60일 이내 새로운 회장을 선출해야 한다. 그렇다면 오는 9월 새로운 회장 선거가 열려야 한다. 간선제에서 직선제로 틀을 바꾸기에는 부족한 시간이다. 

    간선제로 또 치러진다면 정몽규의 사람이 차기 회장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각종 실책에도 지난 55대 선거에서 선거인단은 85.7%의 압도적 득표율을 정 회장에게 선물했다. 

    이런 사태는 반드시 막아야 한다. 그대로 두면 개혁은 없다. 개혁의 힘도 사라진다.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축구협회는 대한체육회 산하 단체라, 선거 제도를 바꾸려면 체육회 정관부터 손봐야 한다. 이에 정부와 체육회는 일단 60일 이내 선출 정관을 바꾸고, 시간을 확보한 뒤 직선제를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지금은 빨리 하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제대로, 확실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새로운 축구협회장 선출을 급하게 진행할 이유는 없다. 제대로 된 인물을 뽑기 위한 시간과 인내, 그리고 제대로 된 검증과 제도가 필요하다. 

    새로운 회장 아래 새로운 시스템을 정착해야 한다. 정몽규 회장의 무능으로 만든 감독 선발 시스템, 유소년 발전 시스템, 예산 시스템 등 축구협회의 운영 시스템을 전부 갈아엎어야 한다.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이른 시일 내에 성과를 낼 수 없다. 그런 기적은 없다. 제대로 된 시스템이 정착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림과 인내가 필요하다. 다가오는 2027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이 중요한 게 아니다. 빨리 새로운 대표팀 감독을 뽑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축구협회의 체질 개선이 더 중요하다. 

    그리고 해답도 없다. 많은 이들이 머리를 맞대 고민하고, 한국 축구를 위한 진정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이 정답을 찾을 수 있는 창의적, 도전적 리더가 필요하다. 

    옆 나라 일본을 참고할 수 있다. 일본은 30년에서 40년 이상 장기 프로젝트를 꾸려왔다. 유소년부터 A대표팀까지 하나로 이어지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지금 세계적 주목을 받는 일본 축구를 등장시켰다. 

    한국 축구가 일본 축구에 뒤처진다는 현실을 인정하는 것이 먼저다. 한국 축구에 대한 자존심은 나중에 되찾아도 늦지 않다. 

    무조건 따라 하자는 게 아니다. 무조건 따라 한다면 실패할 확률이 더 높다. 잘하는 건 본받아야 한다. 장점을 배우면서 한국 축구의 환경과 문화에 맞게 최적화시켜야 한다. 비전을 제시하고, 차근차근 밟고 올라가야 한다. 노력의 시간은 절대 배신하지 않는다.  

    한국 축구의 '전설' 박지성은 한국이 32강 탈락을 확정하자 JTBC를 통해 이렇게 말했다. 

    "한국 축구가 제대로 된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서는 10년 이상이 걸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