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전 부진 뒤 SNS 댓글창 초토화…대표팀 가족 욕설에 저주성 글까지 등장모욕·명예훼손 처벌 대상…온라인 응원 문화 심각소속사 "건설적 비판은 환영, 인신공격은 별개"
  • ▲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에 나선 태극전사들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에 나선 태극전사들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너 때문에 졌다. 제발 꺼져라"는 등의 악성 댓글로 초토화됐다. ⓒ설영우 SNS 캡쳐
    "성적이 부진하면 애국자가 아니라 범죄자인가?"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에 나선 태극전사들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너 때문에 졌다. 제발 꺼져라"는 악성 댓글로 초토화됐다. 

    "오늘이 마지막 국가대표 경기"라는 조롱에는 '좋아요'만 2000개 넘게 달리고 "당신의 애미애비가 O졌습니다/할아버지 죽이기·할머니 죽이기"라는 가짜 오류창까지 만들어지자 설영우(즈베즈다)의 소속사가 강경 대응을 예고하고 나섰다. 

    25일 설영우 소속사 스포티 프로젝트는 공식 인스타그램을 통해 "최근 일부 댓글 및 메시지 중에는 욕설, 인신공격, 명예훼손, 허위사실 유포 등 건전한 의견 표현의 범위를 명백히 벗어난 사례들이 확인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악의적인 비방, 인신공격, 허위사실 유포 등 위법 행위에 대해서는 선처 없이 강경 대응할 예정"이라며 모니터링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다만 경기력에 대한 평가와 건설적인 비판은 건강한 스포츠 문화의 일부라며 비판 자체를 막으려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악플이 가장 거세게 쏠린 선수는 설영우였다. 왼쪽 윙백으로 나선 그는 공격에서 기대에 못 미쳤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부진은 팀 전체의 문제였지만 비난은 유독 설영우에게 쏠렸다. 분데스리가 묀헨글라트바흐에서 뛰는 옌스 카스트로프가 설영우에게 밀려 체코전과 멕시코전에 모두 나서지 못했다는 일부 팬의 불만이 비난을 키웠다. "옌스 좀 넣어라"는 댓글이 그의 SNS를 뒤덮었다.
  • ▲ 25일 설영우 소속사 스포티 프로젝트는 공식 인스타그램을 통해
    ▲ 25일 설영우 소속사 스포티 프로젝트는 공식 인스타그램을 통해 "최근 일부 댓글 및 메시지 중에는 욕설, 인신공격, 명예훼손, 허위사실 유포 등 건전한 의견 표현의 범위를 명백히 벗어난 사례들이 확인되고 있다"고 밝혔다. ⓒ설영우 SNS 캡쳐
    더 큰 문제는 비난이 선수를 넘어 가족에게까지 번졌다는 점이다. 멕시코전에서 결승골을 내준 골키퍼 김승규(FC도쿄)의 아내인 모델 김진경이 대표적이다. 

    김진경은 유튜브를 통해 남편이 월드컵으로 자리를 비운 사이 홀로 출산하는 과정을 영상으로 공개한 바 있다. 그런데 축하가 오가야 할 공간이 "패배는 김승규 탓"이라는 취지의 악플들로 오염됐다. 결국 김진경은 개인 SNS 댓글창을 닫았고 유튜브 영상도 구독자만 댓글을 달 수 있도록 바꿨다.

    보다 못한 다수 누리꾼이 "선수와 가족을 건드리지 말라"며 악플러를 성토하기도 했다.

    악플이 폭발한 시점은 멕시코전 직후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19일(한국시간) 멕시코 과달라하라에서 열린 조별리그 A조 2차전에서 멕시코에 0-1로 졌다. 6월 12일 체코전을 2-1로 잡고 출발이 좋았던 터라 충격은 더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김승규가 높게 뜬 공을 잡으려 뛰어나오다 수비수 이기혁(강원)과 부딪혔고 흘러나온 공을 멕시코 주장 루이스 로모가 밀어 넣었다. 경기 뒤 김승규는 "그 하나를 조금 더 집중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며 책임을 자신에게 돌리며 후배를 안았다. 

    그러나 김승규는 이번 대회 한국 선수 가운데 가장 안정적이었다. 조별리그 세 경기 270분을 모두 소화하며 매 경기 유효슈팅 4개 가운데 3개씩 막아 선방률은 세 번 모두 정확히 75%였다. 세 경기를 더하면 유효슈팅 12개 중 9개로 합산 선방률 역시 75%였고, 실점은 경기당 하나씩 모두 3골이었다. SofaScore 평점은 체코전 7.3으로 가장 높았고 멕시코전과 남아공전은 각각 6.5였다. 그런 그에게도 "너 때문에 졌다"는 댓글이 날아들었다.
  • ▲ 영화 '늑대의 유혹'으로 데뷔한 배우 이기혁의 SNS에는
    ▲ 영화 '늑대의 유혹'으로 데뷔한 배우 이기혁의 SNS에는 "김승규 왜 막았냐", "축구 진짜 못하네" 같은 댓글이 줄을 이었다. ⓒ배우 이기혁 SNS 캡쳐
    악플은 번지다 못해 엉뚱한 동명이인에게 옮겨붙기도 했다. 멕시코전 실점의 빌미가 됐다는 이유로 비난을 받던 수비수 이기혁이 SNS를 비공개로 돌리자 같은 이름을 쓰는 배우 이기혁의 계정으로 비난이 옮겨갔다. 영화 '늑대의 유혹'으로 데뷔한 배우 이기혁의 SNS에는 "김승규 왜 막았냐", "축구 진짜 못하네" 같은 댓글이 줄을 이었다. 배우인 줄 알면서도 "멕시코전 실수 해명하라"는 글을 남긴 누리꾼도 있었다.

    도 넘은 악플은 형사처벌 대상이다. 사실이 아닌 경멸·조롱은 형법상 모욕죄에 해당해 1년 이하 징역이나 2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비방 목적으로 거짓 사실을 퍼뜨리면 정보통신망법상 사이버 명예훼손으로 처벌이 더 무겁다. 닉네임만으로도 피해자가 특정되면 죄가 성립한다. 다만 익명 계정은 추적에 시간이 걸려 실제 처벌까지 가는 사례는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국제적으로는 FIFA가 직접 감시에 나선 지 오래다. FIFA는 국제축구선수협회(FIFPRO)와 함께 2022년부터 소셜미디어 보호 장치를 가동해 월드컵 참가 선수의 공개 계정을 살펴왔으며 이번 북중미 월드컵에서도 같은 감시가 이어지고 있다. 카타르 월드컵에서는 2000만여 건을 훑어 약 43만 건을 악플로 적발했고 이 가운데 1만9600여 건을 수사기관에 넘겼다. 2021년 유럽선수권 결승에서 승부차기를 실축한 잉글랜드 선수들에게 인종차별 악플이 쏟아지자 영국 경찰이 수사해 처벌로 이어진 전례도 있다.

    한국은 6월 12일 체코를 2-1로 꺾으며 산뜻하게 출발했지만, 19일(한국시간) 멕시코 과달라하라에서 열린 멕시코전을 0-1로 내주며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악플은 이 멕시코전 직후 터져 나왔고, 남아공전마저 0-1로 지면서 더 거세졌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1승 2패, 조 3위(승점 3·골득실 -1)로 조별리그를 마쳤다. 각 조 3위 가운데 성적이 좋은 팀이 32강에 오르는 만큼, 한국의 진출 여부는 다른 조 결과가 정리되는 27일께 가려진다.

    손흥민(LAFC)은 대회를 앞둔 지난달 27일 FIFA 인터뷰에서 "이번이 마지막 월드컵이 될 수도 있다. 멋진 여정을 만들어 달라"며 팬들에게 응원을 호소했다. 그러나 그 당부가 무색하게 우리 팀이 패배할 때마다 선수와 가족, 동명이인에게까지 응원 대신 저주가 쌓이고 있다. 성적이 부진하다고 선수를 범죄자 취급할 수는 없다. 특정 선수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비난을 멈추고 건강한 응원으로 돌아가자는 자성의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