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주도'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소식에 술렁지방 이전 꺼리던 기업들, 돌연 광주·전남에 인력 수급·전력 공급·용수 문제 등 과제 산적野 "이 대통령이 압박, 결정 과정 공개하라"
  • ▲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3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겸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발언하는 모습. ⓒ뉴시스
    ▲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3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겸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발언하는 모습. ⓒ뉴시스
    정부 차원의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구상이 점차 윤곽이 드러나는 가운데 국민의힘이 국정조사를 거론하며 대여 공세에 충력을 기울이고 있다. 야당은 지방 이전에 부정적이던 반도체 기업들이 급작스럽게 광주와 전남에 공장을 짓겠다고 나선 뒷배경에는 정권 차원의 압박이 있었을 것이라는 의혹을 거두지 않고 있다. 특히 수백조 원 규모의 투자 결정이 경제 논리가 아닌 정치적 판단에 의해 좌우된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도 이어지고 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2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반도체 산업 투자를 결정하는 제반 여건은 기업이 검토할 문제"라며 "그런데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압박하고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초과이익을 또 끄집어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김 정책실장은 전날 관훈토론회에서 "(기업 입장에서는) 7~8년 다음 단계의 제2클러스터를 찾아 나서야 되는 고민이 있는 것이고 정부로서도 그 거대한 입지나 전력과 용수를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 방안을 가지고 논의를 진지하게 하고 있는 단계"라며 "논의가 마무리 되는 단계가 다가오고 있어서 확정이 되면 기업들과 부처가 모여 한 번에 국민에게 설명해 드리는 자리를 마련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오는 29일 '국토 공간 대전환' 민관 합동 회의를 연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굴지의 반도체 기업들이 광주와 전남에 팹(전 공정)을 새로 만드는 방안을 조율하고 있다. 규모는 40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반도체 기업들은 인력 수급 등을 이유로 지방에 공장을 짓는 것에 소극적이었다. 수도권 혹은 수도권과 가까운 경기도 용인과 평택, 충북 청주 등에 공장이 지어진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두 거대 기업의 협력사들도 이 지역에 몰려있다. 

    광주와 전남 지역에 에너지 공급 문제도 꾸준히 지적받아 왔다. 반도체 공정에는 기가와트(GW)급 전력이 필수적이다. 중소형 도시가 사용하는 전력량과 맞먹는 수준으로, 생산 시설 1개당 원자력 발전소 1기와 비슷하다. 

    용수 문제는 지역 갈등 요소로 꼽힌다. 영산강 수계로는 모자란 용수 공급을 충청권에 잇는 대청댐 물을 끌어 쓰자는 주장이 나온다. 지원은 광주·전남이 받고 용수는 충청에서 끌어다 쓰는 상황이 발생하면 지역 간 갈등이 격화할 가능성이 있다. 
  • ▲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공사가 진행중인 모습. ⓒ뉴데일리DB
    ▲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공사가 진행중인 모습. ⓒ뉴데일리DB
    어려운 상황에서 기업들이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에 동참하는 방향으로 선회하자 야당은 정치적 압력이 기업을 옭아맸다고 지적한다.

    이미 더불어민주당에서 반도체 클러스터 호남 이전 주장이 계속돼 왔다는 점도 야당의 의심을 키우고 있다. 여당에서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호남으로 옮기자는 주장이 계속돼 왔다. 

    물꼬는 지난 1월 전북 지역 민주당 의원들이 텄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전북 새만금으로 옮기자는 주장이 나온 것이다. 당시 안호영 민주당 의원은 "윤석열 내란을 끝내는 길은 용인 반도체 삼성전자의 전북 이전"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땅이 무른 간척지에 공장을 옮기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당장 자신들의 지역 핵심 개발 사업을 빼앗길 위기에 처한 경기 용인에서도 반발했다. 

    같은 기간 이 대통령은 광주·전남 국회의원들을 청와대로 불러 지역 발전을 위한 전폭적 지원을 약속했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우리가 집권할 때마다 역차별 얘기 나올까봐 제대로 못 해줬다. 나라도 그 부담을 떠안으려고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의 오는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이 대통령이 '호남 표심'을 끌어모으고자 승부수를 던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차기 당권을 둔 경쟁이 친명(친이재명)과 옛 친문(친문재인) 간 세력 대결로 번지는 상황에서 이번 전당대회는 이 대통령에게도 정치적으로 중요하다. 친명 당권 주자들이 패배한다면 산적한 입법 과제를 비롯해 공소취소특검법 등 정치적 문제 등의 주도권이 옛 친문계로 넘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이 정도 대규모 투자 발표가 있다면 결국 전당대회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다"며 "결국 이재명 정부가 일을 잘 한다는 시그널을 당원들이 받게 되는 것은 자명한 일"이라고 진단했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도 "반도체 공장 입지 결정을 명청대전 전대용 총알로 쓰면 안 된다"고 비판했다. 

    반도체 공장 논의에서 소외된 대구·경북(TK) 지역에서도 반발이 거세다. TK 지역 국회의원들이 한목소리로 입장도 냈다.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은 25일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에서 "특정 지역에 대한 정치적 배려가 산업 정책으로 연결된다면 지역 간 갈등을 키울 뿐만 아니라 산업 경쟁력도 악화될 것"이라며 "반도체 클러스터와 관련한 모든 정책 결정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