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봉, 옥중 서신으로 직접 밝혀…"고향 후배라 줬다" 박 전 실장, 2개월뒤 구청에 자진신고…감사보고서 작성돼본보 취재에 "전혀 모르는 사실이고 그런 적 없다" 해명감사담당관 "부정청탁 개연성 있어 수사 필요"
  • ▲ '함바왕'이라 불리는 사업가 유상봉이 뉴데일리의 서면 취재에 답장한 편지. ⓒ뉴데일리 DB
    ▲ '함바왕'이라 불리는 사업가 유상봉이 뉴데일리의 서면 취재에 답장한 편지. ⓒ뉴데일리 DB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성동구청장일 당시 정 후보의 비서실장을 지낸 인사가 이른바 '함바왕'으로 불리는 사업가 유상봉(80)씨로부터 명품 볼펜을 선물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교도소에 복역 중인 유씨는 본보의 취재에 옥중 편지로 이같은 사실을 밝혔으나 대가성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유씨가 명품 볼펜을 전달한 당사자라고 주장한 정 후보의 전 비서실장은 "그런 사실이 전혀 없다"고 강하게 부인했지만 당시 감사보고서가 작성된 것으로 드러났다.

    박 모 비서실장은 수수한 날로부터 약 2개월이 지난 후 해당 사실을 성동구청에 '청탁금지법상 자진신고제'를 통해 신고했고 당시 감사담당관은 "수사 필요" 의견으로 감사보고서를 작성해 보고했다.
  • ▲ 서울 성동구청 감사팀이 감사담당관 명의로 2021년 8월 26일자 생성한 '수수 금지 금품 신고사항 처리방안 검토' 보고서. ⓒ뉴데일리 DB
    ▲ 서울 성동구청 감사팀이 감사담당관 명의로 2021년 8월 26일자 생성한 '수수 금지 금품 신고사항 처리방안 검토' 보고서. ⓒ뉴데일리 DB
    ◆유상봉 "고향 후배라 선물"…박 전 실장 "전혀 모르는 사실"

    16일 본보 취재에 따르면 유씨는 지난 2021년 중순 당시 박 전 비서실장에게 몽블랑(Mont blanc)사(社) 볼펜 3자루를 선물했다.

    '함바 사업 로비스트'로 알려진 유씨는 2010년 초 각종 정관계 및 경찰 고위 인사들에게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당시 그는 평소 자신의 자동차에 고가의 몽블랑 볼펜 수십 자루, 백화점 상품권, 고급양주를 갖고 다니며 공직자들을 만날 때 마다 선물 공세를 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그는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2022년 12월 대법원에서 징역 4년형을 확정 받고 현재 경주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다. 때문에 취재는 등기 우편을 통해 이뤄졌다.

    유씨는 본보가 박 전 실장에게 고가의 명품 볼펜을 전달한 이유를 묻자 "고향 후배라 선물한 것"이라며 대가성은 부인했다.

    유씨 주장과 관련해 유씨 측근 인사 강모(60대·남)씨는 "유씨가 박 전 실장과 만나는 자리에 함께 갔다가 유씨가 (박 전 실장과) 면담할 때 밖에서 대기한 적 있다"고 밝혔다. 유씨가 교도소에 수감되기 전 박 전 실장과 서로 교류가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박 전 실장은 '유씨로부터 몽블랑 볼펜 등 금품을 수수한 사실이 있는지' 묻는 본보 질문에 "전혀 모르는 사실이고 그런 적 없다"고 부인했다.
  • ▲ 서울 성동구청 감사팀이 감사담당관 명의로 2021년 8월 26일자 생성한 '수수 금지 금품 신고사항 처리방안 검토' 보고서. ⓒ뉴데일리 DB
    ▲ 서울 성동구청 감사팀이 감사담당관 명의로 2021년 8월 26일자 생성한 '수수 금지 금품 신고사항 처리방안 검토' 보고서. ⓒ뉴데일리 DB
    ◆당시 감사보고서 작성…감사담당관 "부정청탁 개연성 있어 수사 필요"

    본보는 성동구청 감사담당관 명의로 작성된 2021년 8월 26일자 '수수 금지 금품 신고사항 처리방안 검토' 보고서를 입수했다. 해당 보고서에는 박 전 실장이 유씨로부터 받은 몽블랑 볼펜 3자루를 받았고 받은지 2개월여가 지나 자진신고한 정황이 확인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박 전 실장은 같은해 8월 24일 인터넷 정가 58만 원 상당 제품 3개를 물품을 반환하기 어려운 사정으로 인해 감사담당관에 인도했다. 다음날인 25일 감사담당관은 해당 볼펜들을 제공자에게 등기우편으로 반환했다. 

    해당 보고서에는 구청 감사팀의 의견도 적시돼 있다. 감사팀은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청탁금지법 조문과 함께 박 전 실장의 수수 행위를 "동일인 1회 100만 원을 초과함으로 수수금지 금품으로 형사처벌 대상에 해당된다"고 봤다.

    아울러 "사회통념상 100만 원을 초과하여 공직자(박 전 실장)에게 제공한 것은 부정청탁의 개연성을 완전 배제할 수 없다"며 "수사의 필요성이 있다고 인정된다"고 했다.

    이어 "소속기관장(당시 정원오 구청장)이 금품 수수 사실을 알게 된 경우 '수사의 필요성이 있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내용을 지체 없이 수사기관에 통보토록 규정"하는 청탁금지법 9조 3항 조문이 들어가 있다.

    한편 성동구청에 따르면 박 전 실장은 성동구청에서 행정관리국장(4급)으로 재직하다 구청장 비서실장을 거쳐 퇴직한 후 지난해 12월 성동구청 산하 기관인 '성동문화재단'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2015년 구청 출연 기관으로 설립된 성동문화재단은 정 후보가 구청장이었던 당시 당연직으로 약 10년간 이사장직을 맡아 왔다. 지난해 1월 '성동문화재단 민간 이사장제'가 성동구청의 조례 입법과 구의회 통과로 도입됐고 오는 6월까지인 정 후보의 임기를 박 전 실장이 이어 받았다. 성동문화재단 이사장 임명권은 성동구청장에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