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수 679건 중 본안 5건…사전심사 쏠림 지속본안 모두 "기한 지나도 제출 전 각하?"…항소이유서 쟁점법조계 "사전심사 강화…각하 중심 구조 우려"
  • ▲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3월 27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헌법재판소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 종결 동의의 건 투표 도중 '사법개혁 3법 반대' 관련 구호가 적힌 현수막과 피켓을 들고 항의하는 국민의힘 의원들 앞을 지나가며 '선진화법 위반'이라고 외치고 있다. ⓒ뉴시스
    ▲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3월 27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헌법재판소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 종결 동의의 건 투표 도중 '사법개혁 3법 반대' 관련 구호가 적힌 현수막과 피켓을 들고 항의하는 국민의힘 의원들 앞을 지나가며 '선진화법 위반'이라고 외치고 있다. ⓒ뉴시스
    재판소원 제도가 도입 두 달 만에 헌법재판소 사건 처리 구조를 빠르게 바꾸고 있다. 지난 15일 기준 접수된 재판소원 사건은 누적 679건이다. 이 가운데 지정재판부 단계에서 각하된 사건은 523건에 달한다.

    반면 전원재판부에 회부돼 본안 심리 단계로 넘어간 사건은 5건뿐이다. 시행 이후 사건은 급증했지만 상당수가 사전심사 단계에서 걸러지면서 재판소원이 실질적인 기본권 구제 장치로 기능하고 있는지를 두고 회의적인 시선도 커지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기본권 구제를 위해 도입된 제도라면 실제 본안 판단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꾸준히 나와야 하지만 현재까지는 헌재가 접수·선별 기능에 집중되는 모습이 더 두드러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헌재가 일부 사건을 처음으로 전원재판부에 회부했지만 여전히 전체 사건 대비 본안 심리 비율은 극히 낮아 재판소원이 사실상 '각하 중심 제도'로 운영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특히 이번 사건들은 모두 청구인들이 법원의 각하 결정 전에 항소이유서를 제출했음에도 법원이 제출기간 도과를 이유로 항소를 각하한 사례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향후 헌재가 법원의 재판 절차 운용과 재판청구권 보장 범위에 대해 어떤 판단을 내놓을지 관심이 쏠린다.
  • ▲ 헌법재판소. ⓒ뉴데일리 DB
    ▲ 헌법재판소. ⓒ뉴데일리 DB
    ◆ 재판소원 679건 접수·523건 각하 … 본안 심리는 5건뿐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재판소원 누적 접수 건수는 679건이다. 이 가운데 지정재판부 단계에서 각하된 사건은 523건이며 전원재판부에 회부된 사건은 총 5건이다.

    재판소원은 지난 3월 개정 헌법재판소법 시행으로 도입됐다. 법원의 재판으로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받았다고 판단될 경우 헌재에 재판 취소를 청구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시행 직후부터 사건이 빠르게 몰렸지만 상당수는 청구 요건 미비 등을 이유로 각하됐다. 실제 시행 한 달 동안 접수된 재판소원 사건 395건 가운데 지정재판부 심사를 거친 194건은 모두 각하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 헌재가 지난 15일 재판취소 사건 2건을 추가로 전원재판부에 회부하면서 처음으로 본안 심리가 시작됐지만 전체 접수 건수와 비교하면 극히 일부에 그친다.
  • ▲ 헌법재판소. ⓒ뉴데일리 DB
    ▲ 헌법재판소. ⓒ뉴데일리 DB
    ◆ "결정 전 항소이유서 제출했는데도 각하" … 재판청구권 침해 쟁점

    이번에 전원재판부에 회부된 사건들은 모두 항소이유서 제출과 관련한 법원의 항소각하 결정이 문제 된 사례다.

    민사소송법은 항소인이 항소기록접수통지서를 받은 날부터 40일 이내에 항소이유서를 제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원은 신청이 있을 경우 한 차례에 한해 제출기간을 1개월 연장할 수 있다.

    위험물품보관업체 A사는 화성시장을 상대로 한 방제조치 이행명령 처분 취소 소송 1심 패소 후 항소했지만 수원고법은 항소이유서 제출기간을 이틀 넘겼다며 항소각하 결정을 했다. 재항고했지만 대법원은 심리불속행 기각 결정을 내렸다.

    학교법인 B 역시 교원 보수 차액 소송 1심 패소 후 제출기간을 넘겨 항소이유서를 냈다는 이유로 항소각하 결정을 받았고 재항고 역시 기각됐다.

    청구인들은 모두 법원의 각하 결정 전에 항소이유서를 제출했는데도 항소를 각하한 것은 재판청구권 침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핵심 쟁점은 법원이 실제 항소각하 결정을 내리기 전에 항소이유서가 제출됐더라도 제출 기한이 지났다는 이유만으로 항소를 일률적으로 각하할 수 있는지 여부다.

    법조계에서는 지나치게 형식적인 절차 운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대법원은 1998년 인지 보정 사건에서 보정기간이 지났더라도 법원이 각하 결정을 내리기 전에 보정이 이뤄졌다면 곧바로 소송을 각하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한 바 있다.

    이번 사건 역시 항소이유서가 각하 결정 전에 제출됐는데도 법원이 제출기간 도과만을 이유로 항소를 각하할 수 있는지가 헌재 판단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 ▲ 헌법재판소. ⓒ뉴데일리 DB
    ▲ 헌법재판소. ⓒ뉴데일리 DB
    ◆ 사건 급증 속 각하 반복 … "사전심사 기능 비대화" 우려

    법조계에서는 이번 전원재판부 회부를 계기로 재판소원이 여전히 사전심사 중심 구조에 머물며 형식적 운영에 치우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같은 평가 속에서 해당 사건에서도 법원의 절차 운용이 형식 요건에 지나치게 기울어졌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헌 홍익법무법인 변호사는 "실무상 항소이유서가 각하 결정 전에 제출됐는데도 항소를 각하하는 사례가 흔한 편은 아니다"라며 "최근 이와 관련해 지나치게 엄격한 판단 아니냐는 논란이 있었던 판례가 있었고 이번 전원재판부 회부에도 그런 문제의식이 일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헌재가 이번 사건에서 단순히 제출기간 도과 여부만이 아니라 실제 기본권 침해 여부를 판단해볼 필요가 있다고 본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변호사는 재판소원 제도 자체에 대해서는 우려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재판소원 사건이 급증하더라도 헌재는 결국 법에서 정한 요건에 따라 사전심사를 거쳐 상당수를 걸러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독일의 경우 연방헌법재판소 접수 사건의 97%가 재판소원일 정도로 사건이 몰리면서 실제 본안 판단보다 사건을 초기에 걸러내는 사전심사 기능에 지나치게 집중한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며 "우리나라도 제도 도입 초기부터 사건 급증과 높은 각하 비율은 어느 정도 예상됐던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건이 계속 늘어나면 헌재 업무 부담이 커지고 다른 사건 심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실제로는 인용 비율보다 각하 비율이 훨씬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한상희 동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재 재판소원 제도가 과도기를 거치는 단계라고 진단했다.

    한 교수는 "사건은 계속 증가하겠지만 헌재가 사건별 판단을 통해 본안 심리 기준을 형성해 나가는 과도기를 거칠 수밖에 없다"며 "지금 단계에서는 제도가 어떻게 자리 잡을지 단정적으로 평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재판소원이기 때문에 사전심사는 강할 수밖에 없다"며 "다만 본질적으로는 국민 기본권 보호를 위한 제도로 기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